반기매출 1조원 시대 연 하이브, 정부는 여전히 ‘구멍가게’ 취급 [D:이슈]
그룹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가 창사 이래 처음 반기매출 1조원을 기록하고, SM엔터테인먼트 역시 연매출 1조원이 가시권에 드는 등 케이팝 기획사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결정적인 순간에 케이팝 시장을 구멍가게 취급하며, 여전히 구시대적 사고에 머무른 듯한 모습을 보인다.
하이브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반기매출 1조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음반 판매량이 반기만에 지난해 연간 판매량을 넘겼고, 대면 공연이 본격화하면서 관련 매출이 85% 이상 늘었다.
사상 최대 반기 실적에는 음반 판매가 가장 크게 기여했다. 하이브 레이블즈 아티스트의 상반기 음반 판매량은 총 2270만장으로 지난해 연간 판매량(2220만장)을 넘겼다. 공연 매출액은 코로나19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4% 증가했다. 공연 매출의 증가로 MD 매출(간접 참여형)도 늘었다. MD 및 라이선싱 매출은 111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하이브뿐 아니라 가요계는 전체적으로 파이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까지 국내 연예기획사 가운데 연매출 1조원을 넘긴 곳은 하이브가 유일한데, SM엔터테인먼트가 올해 연매출 1조원 이상을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문가들은 하이브에 이어 두 번째로 연매출 1조원을 낸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상반기에만 지난해 동기보다 25.4% 증가한 4436억원을 벌어들였고, 하반기에도 주요 아티스트의 앨범 발매와 콘서트 개최 등의 이슈가 이어져 1조원 돌파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이들 기업의 매출 성장의 동력이 국내와 해외를 막론한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케이팝 음반 수출액은 1억3293만달러(약 1685억원)로 작년보다 17.1% 증가하는 등 해를 거듭하면서 앨범 판매량은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월드 투어 콘서트로 인한 수익 증대 등은 해외에서의 케이팝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타까운 건 해외에선 인정받는 케이팝 아티스트, 또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여전히 한국 정부는 ‘딴따라’로 부리고, ‘구멍가게’ 취급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이하 잼버리)가 미흡한 준비와 진행으로 인해 조기 퇴영하는 과정에서 케이팝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엿보는 계기가 됐다.
‘케이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 날짜와 장소를 수차례 옮기면서도 출연 가수들에 대한 배려는 없었고, 심지어는 지난해 10월 부산 공연 이후 완전체 활동을 멈춘 방탄소년단(BTS)까지 소환했다. 현재 진과 제이홉은 현역으로 군 복무 중이다. 이에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개인 SNS에 이번 케이팝 콘서트에 방탄소년단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며 국방부에 요청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동원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성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방탄소년단이 잼버리 콘서트를 통해 국격을 높일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계가 정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권위주의적인 인식에서 비롯된 발언이었다.
방탄소년단은 과거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 당시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은 ‘방탄소년단의 취임식 공연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소속사인 하이브 측에서는 기사를 통헤 이 같은 소식을 접했다. 공식적으로 초청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아티스트들은 하나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인다. 그런데 당장 3~4일 뒤의 무대에 서라는 정부의 요구는 케이팝 스타의 무대를 고작 장기자랑처럼 여기는 것”이라며 “심지어 군 복무중인 아티스트들에게까지 이 같은 요구를 하는 건 문화가 정치에 종속되어 있다는 구시대적인 사고에 기인한다. 이런 인식부터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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