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보호해야"… 태풍 속 서울시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의 분투

최태원 2023. 8.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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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장대비가 쏟아지던 11일 오전 7시께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센터)' 안은 태풍을 피해 대피한 노숙인들로 가득했다.

센터는 태풍 예보를 앞두고 전날 30여명의 노숙인 거리상담사들을 동원해 서울역 인근 노숙인 200여명을 대피시켰다.

상담사들은 텐트촌을 둘러본 후 전날 대피시킨 노숙인들을 확인하려 서울역 지하도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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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카눈' 예보 앞두고
노숙인 200여명 대피시켜
"우리 집 두고 어딜가냐"
텐트촌 노숙인 대피 거부도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장대비가 쏟아지던 11일 오전 7시께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센터)' 안은 태풍을 피해 대피한 노숙인들로 가득했다. 센터는 태풍 예보를 앞두고 전날 30여명의 노숙인 거리상담사들을 동원해 서울역 인근 노숙인 200여명을 대피시켰다. 노숙인들은 대부분 서울역과 남대문 지하도 등으로 대피했고, 이 중 몸 상태가 좋지 않은 15명은 센터로 이송됐다.

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노숙인 거리상담사들이 지난 11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중구 서울역 서부교차로 인근 노숙인 텐트촌에서 노숙인들의 안부를 살피고 있다./사진= 최태원 기자 skking@

노숙인 대부분의 대피가 완료됐지만, 상담사들의 얼굴엔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다. 전날 여러 차례의 간곡한 대피 안내에도 서울역 서부교차로 인근 노숙인 텐트촌 거주자들은 완강히 대피를 거부했다. 상담사들은 텐트에 방수비닐을 설치해주고 무슨 일이 생기면 꼭 지하도나 센터로 대피하라 당부한 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오전 7시께 센터에 도착한 상담사들은 이내 노란 조끼를 갖춰 입고 텐트촌으로 급히 출발했다. 텐트촌으로 가는 길 황모 상담사(54)는 "텐트촌에 계신 분들은 '여기가 집인데 어딜 가느냐'라고 하시면서 극구 대피를 거부하신다. 간밤에 비바람이 생각보다 거세진 않아서 별일 없을 것 같긴 한데 빨리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텐트촌에 도착한 상담사들은 수십개의 텐트를 하나하나 두드려보고 문을 열어보며 노숙인들의 안위를 확인했다. 곽모 상담사(36)는 "선생님 간밤에 별일 없었어요? 괜찮으시죠? 추우시면 지하도나 센터로 꼭 가세요. 큰일 나요. 이따 꼭 오세요"라며 노숙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차가웠다. 대부분 마지못해 "예. 괜찮아요"라고 짧게 답한 후 피곤한 듯 어서 돌아가라고 손짓할 뿐이었다.

텐트촌에 큰 피해가 있진 않았지만, 한 텐트는 방수가 잘못된 듯 내부가 흠뻑 젖은 모습이었다. 상담사들은 텐트 속 노숙인에게 춥지 않으냐며 센터로 가서 몸을 녹이자 설득했지만, 노숙인의 뜻은 완강했다. 결국 마른 옷과 텐트 안을 닦을 수건 등을 가져다주기로 한 후 걸음을 돌렸다. 곽 상담사는 "60대로 연배도 있으시고 식사도 제대로 안 하시는데 술은 많이 드셔서 원래 몸 상태도 별로 좋지 않으신 분이다. 그런데도 텐트촌을 떠나지 않으시려는 뜻이 확고하셔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제6호 태풍 '카눈'이 서울특별시 인근을 지나간 지난 10일 밤 서울 중구 서울역 지하도. 노숙인 거리상담사들의 안내로 대피한 노숙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이미지제공=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상담사들은 텐트촌을 둘러본 후 전날 대피시킨 노숙인들을 확인하려 서울역 지하도로 이동했다. 황 상담사는 "대피하신 분 중에서도 기력이 많이 쇠하신 분들이 있다. 어제 포도당 알약을 드리긴 했는데 잘 계셨으면 좋겠다"면서 "보통 알약이 목에 걸릴까 싶어 삼키는 것까지 다 확인한다. 많이 힘드실 텐데도 알약을 안 드시려는 분들은 아이들 약 먹이듯 어르고 달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역 지하도를 둘러보던 중 한 노숙인을 발견하자 곽 상담사가 황급히 뛰어가기도 했다. 전날 센터로 대피시킨 노숙인이 지하도에 나와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는 노숙인의 안색을 살피며 "센터에서 왜 나오셨어요. 아픈 데 없으세요? 식사는 꼭 하세요. 무료 급식소 어딘지 아시죠?"라고 물었다. 이내 노숙인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오전 8시30분께 순찰은 마무리됐지만, 상담사들의 업무는 끝나지 않았다. 물을 마시며 한숨을 돌린 이들은 "순찰 때 파악한 상황을 토대로 물과 마스크, 마른 옷 등을 준비해 가져다드려야 한다"며 지원 물품 준비를 위해 사무실로 돌아갔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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