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비 대납, 증권사 주가조작…검찰 맞닥뜨린 '닮은꼴 수사'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건 가운데 등장 인물은 다르지만 혐의 구조가 비슷한 사건들이 꽤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의 대납 혐의가 비교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재명은 경기도·쌍방울, 박차훈은 출자사…대납 의혹
이 대표가 개인 재판에서 선임한 변호사들이 경기도 또는 쌍방울그룹에 취업해 돈을 받아간 구조다. 이 대표 측은 “변호사비 대납은 사실무근이고, 경기도 고문변호사 임명도 정당한 절차를 통해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이 대표가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제3자를 통해 변호사 비용을 대납했는지를 놓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이 수사하는 박차훈 회장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이와 유사하다. 박 회장은 2018년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에 당선됐지만, 선거 과정에서 골프장 이용권을 뿌린 혐의 등으로 벌금 80만원형이 선고됐다. 박 회장 입장에선 벌금이 100만원 이하라 회장직을 유지하게 된 ‘성공적인’ 재판 결과였다.
박 회장의 변호인 중엔 2021년 3월 항소심 때 선임된 이진성 전 헌법재판소장이 있었다. 이 전 소장은 새마을금고의 출자를 받은 A사에서 고문을 맡아 자문료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새마을금고와 관계가 중요한 A사가 박 회장 대신 변호사비를 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 전 소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A사 고문은 오래 전부터 맡고 있었는데, 정식 계약을 맺고 A사에서 고문료를 받은 시기가 박 회장 변호를 맡은 시기와 비슷해서 오해를 산 것 같다”며 “A사에서 고문료를 받은 것과 박 회장 변호인 활동을 한 것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주가조작 연루된 증권사 대표들…"상속세 마련 재원"
서울남부지검이 지난해 12월 기소한 윤경립 유화증권 대표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김익래 다우키움그룹(키움증권) 전 회장 사건도 공통점이 있다. 증권사 대표가 자사 주식에 관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실현했다는 혐의 내용, 그리고 범행 동기가 상속세 재원 마련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윤 대표는 지난 8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윤 대표는 부친인 고 윤장섭 명예회장이 갖고 있던 자사 주식을 그대로 상속하면 할증이 붙어 상속세가 147억원에 달하자, 통정매매(정해진 시각, 정해진 가격에 사고파는 주가조작)로 지분을 확보한 혐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상속·증여세 회피를 위해 통정매매, 시세 개입, 허위주문 행위까지 저질렀다”며 “자기주식 취득을 공시해 투자자들에게 향후 주가 상승을 오인하게 하면서 실제로는 통정매매를 했다”고 중형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주가조작 일당과 연루된 의혹으로 회장직에서 내려온 김익래 전 회장도 ‘자녀들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웠다. 2021년 10월 세 명의 자녀에게 각각 주식을 증여하고 14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증여세를 납부해야 했는데, 재원 마련 차원에서 주식을 대량 매도했을 뿐 주가 조작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다. 지난 4월 김 전 회장은 자사(다우데이타)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 140만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팔아 650억원을 현금화했다.
하지만 140억원 증여세 규모에 비해 주식을 팔아 챙긴 650억원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자녀들이 내야 하는 증여세를 김 전 회장이 대신 납부하면 여기에도 다시 세금이 붙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은 김 전 회장 수사에, 앞서 기소한 윤 대표 사례를 참고할 방침이다. 지난 7월 김 전 회장과 그의 아들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비슷한 구조의 범죄는 항상 참고를 하고 있다. 윤 대표 사건이 1심에서 유죄가 나왔으니, 김 전 회장 혐의와 공통점 등을 따져보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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