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계좌 개설 들킨 대구은행 직원들…시중은행 걸림돌 되나

백경서 2023. 8.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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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이 지난달 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시중은행 전환 계획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대구은행이 연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직원들 비위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긴급 검사를 받게 됐다. 전직 은행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 이미 여러 문제가 불거졌던 대구은행에 이번 사태까지 터지면서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 문서를 위조해 불법으로 1000건이 넘는 예금 연계 증권 계좌를 개설한 사안과 관련해 전날부터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해당 사실을 지난 8일 외부 제보 등을 통해 알게 됐다.


고객에게 비밀로 하려 안내 문자 차단도


금감원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은행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다수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대구은행 일부 영업점 직원들은 평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이 서비스를 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들은 고객이 실제로 영업점에서 작성한 A증권사 계좌 개설 신청서를 복사한 후 이를 수정해 B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개설하는 데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또 고객에게 임의 계좌 개설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하는 방식 등을 동원했다.

다만 일부 고객에게 계좌 개설 안내 문자가 가면서 이를 수상하게 여긴 고객이 대구은행에 신고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6월 30일 이와 관련한 민원을 접수한 후 지난달 12일부터 현재까지 자체 감사를 진행했다. 다만 문제를 인지하고도 금감원에는 보고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자체 조사를 했고, 해당 직원들의 진술만 남은 상황이다”며 “금감원 검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은행 본관 출입구 모습. [연합뉴스]

시중은행 전환 ‘빨간불’ 켜지나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 만에 이번 사태가 터지면서 전환에 걸림돌이 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구은행은 올해 3월 초 금융당국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가 제시되자 즉시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 대구은행은 지난달 금융당국과의 논의 끝에 올해 안에 전환을 마칠 계획을 밝혔다.

금감원은 아직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해 직접 부정적인 목소리는 내지 않았다. 다만 “계좌 전건을 철저히 검사하고, 검사 결과 드러난 위법·부당 행위는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다. 또 대구은행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고 했다.

대구은행에서도 “실질적으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시중은행 전환에 영향이 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고 했다. 다만 전직 은행장의 비자금 조성, 채용 비리, 수성구청 펀드 손실금 불법 보전 등의 문제가 터졌던 대구은행에 이번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부실한 내부통제를 향한 비판과 대책 마련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이날 관련 논평을 내고 “(이번 사태는)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금융권에 불법이 만연한 것을 반증한다”며 “차라리 이번 기회에 금융감독원 검사를 통해 전반적인 경영 점검을 받고 새롭게 시중은행으로 나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대구은행 측은 이날 성명 통해 “의도적 보고 지연이나 은폐 등은 전혀 없었다. 제도보완을 통해 유사사례 발생 방지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대구은행 본관 전경. [연합뉴스]

1967년 국내 첫 지방은행으로 출범한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인가에 필요한 최소자본금 요건(1000억원)과 지배구조 요건(산업자본 보유 한도 4%·동일인 은행 보유 한도 10%)을 모두 충족한다. 대구은행 자본금은 올 1분기 말 기준 6806억원이다. 대구은행 대출 규모는 51조원으로 외국계 시중은행인 SC제일은행(45조원)보다 크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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