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이위안 리스크, '도미노 붕괴' 유발 우려

[한국경제TV 박근아 기자]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져가는 가운데, 중국 부동산업계의 도미노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크리스티 헝 선임 애널리스트는 비구이위안보다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매출 기준 지난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중 1위였고 올해 상반기에도 5위를 기록한 비구이위안은 현금 수입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을 지난해 말 기준 93%였다.

비구이위안은 최근 유동성 악화 속에 지난 7일 만기인 달러채권 2건에 대한 이자 2천250만달러(약 296억원)를 갚지 못한 상태다. 30일간의 유예기간에도 채무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BI에 따르면 비구이위안보다 현금흐름보상비율이 낮은 위안양(시노오션·12%)은 지난 2일 20억 위안(약 3천650억원) 규모 채권에 대한 채무를 다하지 못했고, 허징타이푸그룹(KWG)그룹(15%)은 지난 4월 말 디폴트를 선언했다. 헝 애널리스트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이 각각 35%와 63%에 그친 야쥐러(애자일)와 신청(시젠) 등의 건설사의 채무 상환능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주력해왔던 지방 소도시에서의 건설사업이 타격을 입은 데다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우려가 악재로 작용하면서 주택구매 심리가 얼어붙고 유동성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진행 중인 건설 사업이 제대로 마무리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문제다.

헝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경우 중단기적으로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이 261%로 상대적으로 높은 룽후(롱포) 등 다른 부동산업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봤다.

지난달에는 대형 개발사 다롄완다그룹에 대한 디폴트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제로 코로나' 해제와 중국 당국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2021년 말 헝다(에버그란데)의 경영난으로 촉발됐던 부동산 업계 디폴트 도미노가 또 한 번 나타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헝 애널리스트는 "(비구이위안의) 어떠한 디폴트도 헝다 때보다 중국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경제매체 마켓인사이더는 전했다. 중국 전역의 비구이위안의 건설 프로젝트가 3천여건으로 헝다(약 7천건)의 4배 이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부채 규모를 놓고 보면 헝다는 3천330억 달러로 비구이위안의 2천억 달러보다 많다.

헝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당국의 부동산 부양책이 개발업체들의 유동성 문제에 대한 직접적 지원보다는 주택 매수 제한을 풀어주는 등 수요 측면에 집중됐다면서, 신규주택 판매를 늘리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