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실적 쇼크 현실로…송출수수료 협상 난항 예고

이민지 2023. 8. 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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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4社 영업익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TV시청 소비 부진·송출 수수료 상승 등 영향
완화 목소리 커질 듯…"매출 60%가 수수료"

홈쇼핑 회사들의 실적 악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TV 시청인구의 급격한 감소, e커머스 등 다른 채널들의 급속한 성장이 홈쇼핑의 실적을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높아진 송출 수수료도 홈쇼핑회사들에 큰 부담이다.

롯데홈쇼핑 사옥 전경.

12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홈쇼핑 상위 4개사(현대·GS·CJ·롯데)의 영업이익 총합은 560억원으로 1년 전(1065억원)보다 반토막(47%) 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1조2238억원에서 1조1278억원으로 7%가량 줄었다.

홈쇼핑 회사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 가운데에서도 영업이익 감소 폭이 가장 컸던 회사는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 두 곳이다. 롯데홈쇼핑은 2분기 영업이익으로 20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93% 급감했다. 회사는 1분기에도 전년동기대비 80% 넘게 급감한 실적을 내놓았는데 2분기에 더 악화한 실적을 내놓았다. 2분기 내내 새벽방송(오전 2시~8시)이 중단된 것이 뼈아팠다는 설명이다. 현대홈쇼핑은 2분기 영업이익으로 80억원을 기록, 지난해 2분기 대비 70% 넘게 급감하며 업계에 충격을 줬다. 리빙, 렌털 등 고마진 상품군이 줄어든 상황에서 송출 수수료 증가로 이익이 크게 쪼그라들었다는 입장이다.

홈쇼핑 산업 위축의 가장 큰 이유는 TV를 시청하는 사람이 줄었다는 것이다.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소비 부진도 실적 감소에 영향을 줬지만, 사람들이 모바일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TV 시청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홈쇼핑의 주 소비층인 4060세대마저 모바일에 더 익숙해지는 모습이다.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의 이익이 특히 부진했던 것도 이 지점이다. 두 홈쇼핑 회사는 GS홈쇼핑과 CJ온스타일에 비해 TV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매출에서 TV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롯데홈쇼핑(57.4%)과 현대홈쇼핑(56.6%)은 절반 이상의 매출이 TV를 통해 발생했으며 GS홈쇼핑(38%), CJ온스타일(36.3%)은 이들보다 낮았다. TV 시청 인구가 감소한 데 따라 모바일 부문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결과다.

홈쇼핑 회사들은 하반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다른 채널 대비 TV홈쇼핑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가 어려운 영업환경을 타계하기 위해 GS홈쇼핑은 모바일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동시에 단독 상품을 늘려 충성고객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CJ오쇼핑은 단독 상품을 늘리고 모바일 부문 강화가 바탕이 된 '원 플랫폼 전략'에 힘을 줄 예정이다. 롯데홈쇼핑은 하반기 새벽방송 재개에 힘입어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동시에 자체 지식재산권(IP)인 벨리곰의 수익화 작업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홈쇼핑은 수익성이 크게 꺾인 만큼 비용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 회사들의 실적 감소 폭이 생각보다 커지면서 송출 수수료를 둘러싼 인터넷TV(IPTV), 케이블TV(SO) 등 유료방송사업자와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미뤄뒀던 주요 IPTV 회사들과 수수료 협상이 예정된 가운데 홈쇼핑 쪽은 쪼그라든 실적과 업계 상생을 강조하며 수수료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유료방송사업자들은 TV로 상품을 접해 모바일로 상품을 구매했을 때의 매출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송출 수수료를 깎아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송출 수수료는 TV홈쇼핑 사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채널 자릿세를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올해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홈쇼핑 방송 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따라 홈쇼핑 회사와 유료방송사업자가 협의를 통해 수수료를 정하도록 했다. 수수료 반영 요소 등 첨예하게 대립했던 부분에 대해 조정이 일부 이뤄졌지만,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지금 정부의 입장은 ‘양측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방송이 중단(블랙아웃)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면 그때 살펴봐 줄게’라는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 큰 실효성은 없다”고 말했다.

홈쇼핑 회사들은 송출 수수료 인상이 회사 생존과 직결돼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특히 홈쇼핑보다 규모가 작은 T커머스(TV+상거래)의 경우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가 있어 수수료 완화가 절박한 상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홈쇼핑 회사들의 TV 부문 매출은 3조7094억원으로 이중 수수료 비중이 60%에 달한다. 홈쇼핑 입장에선 TV를 통해 상품을 많이 팔아봤자 손에 쥐어지는 돈은 쥐꼬리 수준인 셈이다. 단기간에 수수료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홈쇼핑 12개 사가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한 송출 수수료는 2조4101억원으로 5년 전 대비 1조원이 늘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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