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2번 강제북송…탈북민은 '기적'을 바라지 않는다

강현태 2023. 8.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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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탈북 후 中공안에 체포
가까스로 풀려나 2008년 韓 입국
"北中의 강제북송 명분은 '신분'
탈북민을 난민으로 간주해야"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지린성 투먼시의 난간에 부착된 북한 인공기와 중국 중공기 너머로 보이는 북한 마을(자료사진) ⓒAP/뉴시스

북한이 마스크 의무착용을 해제하는 등 코로나19 방역 완화 기조를 보이는 가운데 다음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을 계기로 대규모 인적교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당국에 체포·억류 중인 탈북민이 2600여명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3년여 만에 국경봉쇄를 해제할 경우, 대대적 강제북송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강제북송 대상자들이 북한 당국으로부터 인권 유린을 당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와 국제사회의 주목도를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탈북 여성들이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수업을 받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탈북과 강제북송을 거듭하다 세 번째 탈북 끝에 지난 2008년 한국 땅을 밟은 김명희 씨는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통일준비국민포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 '재중탈북민 강제북송 저지'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자신의 '과거'를 담담히 풀어냈다.

연세대 사회복지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김 씨는 2000년대 초, 두 차례의 탈북 및 강제북송 과정에서 함께 탈북한 언니와 생이별했다. 강제북송 후 수용소 생활 등을 거쳐 어렵사리 고향에 돌아갔지만, '탈북민 꼬리표' 탓에 일자리를 구하긴커녕 이웃들의 감시를 받아야 했다.

곤궁한 삶이 지속되는 가운데 김 씨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다. 콘크리트 바닥도 아닌 흙·모래가 깔린 수용소에 머물며 무보수 강제노동 등을 반복하다 영양실조, 폐렴 등을 겪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김 씨는 "감옥(수용소) 위생 상태가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며 "벌레에 물렸는데 그 염증으로 오른쪽 다리가 뼈가 드러날 정도로 곪았다. 지금도 흉터가 조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겨울이 되면 흉터 부위 감각이 민감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걸린 폐렴 등으로 인해 폐 질환을 앓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 자유로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마을(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세 번째 탈북을 감행한 김 씨는 중국 내 한국기업과의 인연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다만 회사가 사업 장소를 자주 옮기는 과정에서 중국 공안이 김 씨의 '불법체류자' 신분을 눈치챘다. 과거 두 차례 강제북송돼 수용소 생활을 했을 당시, 한국인과 접촉한 탈북민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직접 목격했기에 "정말 죽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한데 공안은 김 씨에게 '돌아가면 어떤 일을 당하느냐' 물었고, 김 씨는 자신이 겪은 일과 겪을 수도 있는 일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공안은 '이 지역에 오지 말고, 어디 가서 풀려났다는 얘기도 하지 말라'며 김 씨를 풀어줬다고 한다.

김 씨는 자신이 겪은 일을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중국에 있는 분들(탈북민들)은 매일매일 기적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통일준비국민포럼'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 '재중탈북민 강제북송 저지'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세미나 자료집 표지 ⓒ데일리안

김 씨는 강제북송의 명분이 되는 '신분'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세 번의 탈북과 두 번의 강제북송을 겪는 동안 중국이나 북한이 내세운 명분은 '너희들은 북한 사람이다' '불법 체류자 즉, 신분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중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살기 위해 (탈북의) 삶을 선택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며 "북한 주민들은 (북한에서)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되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경제적, 정치적 등 모든 것을 억압당해 어쩔 수 없이 탈북한 것이기에 불법체류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내 탈북민을 난민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중국이 유엔 난민협약에 가입한 회원국으로서 북한이탈주민들을 강제북송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장·통일미래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정훈 연세대 교수 ⓒ뉴시스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장·통일미래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정훈 연세대 교수는 "중국은 여전히 탈북민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서 정의하고 있는 난민이 아니라 경제적 이유로 중국에 입국한 불법체류자로 취급하고 있다"며 1951년 도입된 난민협약 등에 따르면 "중국 내 탈북민은 보호받아야 할 합법적 난민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참 어처구니없는 일은 중국이 최근 '반간첩법'을 발효해 중국 내 탈북민들과 이들을 돕는 활동가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중국 눈치를 보는 유엔 난민기구를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엔 난민기구가 1995년 중국과 체결한 특별협정에 따라, 양자 간 분쟁 발생 시 45일 이내 구속력 있는 중재를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유엔 난민기구가 탈북자(에 대한) 접근을 거부 당하면서도 중재 요청 권리를 안 챙기고 있다. 직무유기다. 역할을 안 하고 있는 유엔 난민기구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강한 항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신이 초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로 일할 당시 유엔 난민기구에 항의한 바 있다며 "(유엔 난민기구 측이) '작은 규모라도 중국에 남아 있는 게 더 나은 것 아니냐'는 식으로 굉장히 거북해했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쫓겨날까 봐 두려운 것이다. 규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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