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도, 성능도 꼭대기…잠수되는 갤탭S9, 아이패드 독주 막을까
삼성전자의 신형 갤럭시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매번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있다. 애플 경쟁 제품과 비교다. 젊은 층에서 애플 아이폰 선호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최근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을 책임지는 노태문 사장마저 “열심히 분석하고 공부하고 있다”는 대답을 내놓을 만큼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냉정하게 말해 삼성에게 애플은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태블릿PC 등 주요 영역에서 넘어서야 할 산이 됐다. 특히 고가의 플래그십(최상위 기종)으로 갈수록 애플은 ‘디펜딩 챔피언’이자 유일한 경쟁자로 앞길을 막아선다.
그렇다고 도전을 멈출 수는 없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삼성전자는 사실상 애플과 품질, 가격 측면에서 유일하게 경쟁할 수 있는 라이벌로 꼽힌다.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중저가 시장으로 뒷걸음질할 처지도 아니다.
이에 삼성은 모바일 운영체제 iOS를 중심으로 하는 애플의 소프트웨어(앱) 생태계에 맞서 주특기인 제조 역량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경쟁해왔다.
11일(한국시간) 글로벌 시장에 공식 출시된 ‘갤럭시 탭 S9 시리즈’는 태블릿PC에서 삼성이 내보낸 또 하나의 도전자다. 이번에도 기기 스펙은 안드로이드 태블릿 중에서 독보적이다. 갤럭시 탭 S9과 S9 플러스, S9 울트라 등 모든 라인업에 다이내믹 AMOLED 2X 디스플레이, 갤럭시 전용 스냅드래곤8 2세대 프로세서, IP68 방수·방진 등을 빠짐없이 넣었다.
삼성이 작정하고 신형 모델에 자사의 모든 하드웨어 기술과 노하우를 과시하듯 쏟아 부었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를 사용해봤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방수 기능이다. 동급 태블릿PC 중 유일하게 방수·방진을 지원한다. 방수·방진을 나타내는 ‘IP68’이란 단어에서 뒷자리 숫자가 방수 등급을 나타낸다. 통상 1~8까지 등급이 나뉜다. 뒷자리가 8이면 제품이 수심 1m에서 30분가량 버틸 수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인 전자기기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방수 기능이다.
욕조에 물을 받아 물에 담궈봤다. 스타일러스 펜 ‘S펜’을 포함해 모든 기능이 물 속에서도 전혀 문제없이 작동했다. 만약 목욕을 하면서 유튜브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즐기고 싶다면 갤럭시탭 S9 시리즈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뜻이다. 아이패드를 포함해 다른 경쟁작 중 IP68 수준의 방수 기능을 갖춘 모델은 아직 없다. 다만 실제 기기가 침수되어 고장이 난다면 수리비를 부담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는 방수 등급과는 관계없이 모든 제조사들이 공통으로 적용하고 있는 정책이다.
일반적인 노트북 화면과 맞먹는 14.6형 화면도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다. 현재 아이패드 중 가장 화면이 큰 모델은 12.9형이다. 넓은 화면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시너지를 내며 사용하는 내내 높은 만족감을 줬다. 전작인 갤럭시탭 S8의 경우 기본 모델에는 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모든 라인업에 탑재됐다.
전작과 달리 기본형에서부터 울트라까지 전체적으로 차별 없이 뛰어난 스펙이 적용됐다. 스마트폰 시장에 이어 태블릿PC 시장에서도 갤럭시 S시리즈에 걸맞는 프리미엄 ‘이름값’을 하겠다는 삼성의 의지가 느껴졌다.
화면 분할을 통해 최대 3개의 작업까지 하나의 화면에서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은 14.6형의 넓은 크기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액정표시장치(LCD)에 머물러 있는 상당수 태블릿PC 대비 화면 응답 속도가 빠르고 낮은 주사율로도 고용량의 영화나 게임을 자연스러운 화질로 즐길 수 있는 점 또한 장점이다. 다만 반사방지 코팅이 이번 모델에서도 적용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웠다.
하드웨어 성능에만 치중하지 않았다. 아이패드에 비해 작업 전용 앱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태블릿PC 사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앱을 기본 탑재, 사용성 측면에서도 상품성을 높였다. 특히 필기 전용 인기 앱 ‘굿노트(GoodNotes)’가 안드로이드 기기 중에서는 처음으로 탑재됐다. 굿노트는 연말까지 갤럭시 기기에서만 독점으로 제공된다.
다만 전체적으로 경쟁 모델과의 스펙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모든 성능이 최고 수준인 만큼 가격도 높은 편이다. 메모리·스토리지 등 세부 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갤럭시탭 S9은 99만8800~138만8200원, S9 플러스는 124만8500~163만7900원, S9 울트라는 159만8300~240만6800원으로 책정됐다.
애초에 안드로이드 기기 사이 경쟁이 가장 치열한 중저가 태블릿PC 시장을 겨냥한 라인업이 아니다. 프리미엄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상위 모델의 경우 아이패드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동급 아이패드를 넘어서는 여러 포인트를 갖춰 차별화했다.
정보기술(IT) 시장 침체는 삼성에 위기 요소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태블릿PC 출하량은 2830만 대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9.9%가 줄었다. 시장 점유율 1위인 애플마저 아이패드 판매량이 크게 후퇴했다.
안드로이드 진영 대표 주자로서 어깨가 무거워진 셈이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200만원이 넘는 안드로이드 태블릿PC를 살 때 소비자들이 망설이지 않을 확실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당장 애플이 내년 OLED 디스플레이와 진화한 M3 칩을 갖춘 아이패드 프로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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