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부부도 이재명도 노린다…테러에 몸떠는 정치권의 업보
정치인을 겨냥한 테러 위협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일 새벽 ‘야마오카 유우아키’라는 일본인 명의의 이메일이 서울시 공무원 등에게 전송됐다. ‘9일 오후 3시 34분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살해하지 않으면 서울시 소재 도서관에 설치한 시한폭탄을 폭발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이튿날인 지난 8일 오후 4시 46분께 신고가 접수됐고 국회엔 비상이 걸렸다. 그러자 이날 이 대표는 국회를 나서며 국회 방호처의 경호를 받으며 퇴근했다. 그 다음날인 지난 9일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 일순간에 묻지마 테러 대상국이 됐다”며 “모두가 갑자기 테러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정치인을 향한 이런 테러 위협은 최근 들어 빈번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테러 위협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8월 한 40대 남성은 “무능한 윤석열, 김건희, 목을 베어 참수”라는 내용의 글을 적어 검찰에 송치됐다. 그는 또 김건희 여사 사진을 올리며 “차라리 자살하라. 제2의 아베 신조(전 일본 총리) 되기 싫다면 정숙 조용히 살기를. 그러다 너도 총 맞는다” 등의 글도 적었다.
지난해 6월에는 한 청년이 김건희 여사 팬카페 ‘건사랑’에 “2022년 6월 3일 6시 정각에 윤 대통령 자택에 테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또 지난해 4월에도 한 40대 남성이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윤석열을 죽이고 제2의 4·19를 완성합시다”라는 제목의 협박 글을 올렸다가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실제로 자택에서 빈 소주병을 활용해 화염병을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위협이 실제 테러까지 이어진 사례도 많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이틀 전인 3월 7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서울 신촌 유세 현장에서 70대 유튜버가 휘두른 망치에 머리를 맞아 봉합 수술을 받았다. 2006년 5월에는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 유세장에 지지 방문을 했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50대 남성이 휘두른 커터칼에 얼굴을 다쳤다. 이 남성은 당초 박 전 대통령이 아닌 오세훈 후보를 노렸다고 경찰에서 밝히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과격한 테러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각)에는 남미 에콰도르 조기 대선에 출마한 야당 ‘건설운동’ 소속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후보가 한 체육관에서 선거 유세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지난해 7월에는 아베 전 총리도 선거 지원 유세를 하다가 피격당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인을 향한 테러가 “증오의 정치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혐오라는 감정의 정치가 강해져 일상 생활까지 침투하고 있다”며 “정치인들부터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호 건국대 전 행정대학원장은 “정치 무용론에서부터 생긴 증오가 상대방을 없애야 한다는 행동까지 끌어내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경각심이 커지다 보니 테러로 오인한 해프닝도 생기고 있다.
지난 3월 이재명 대표의 선친 묘소에 누군가 ‘풍수 테러’를 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이에 이 대표가 SNS를 통해 “일종의 흑주술로 혈 자리에 구멍을 파고 흉물 등을 묻는 의식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표가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도움을 주자”는 문중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한 노인이 “이 대표 선친의 묘소에 돌멩이를 묻었다”고 밝히며 허무하게 상황이 종료됐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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