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소주 3잔 마셨다간"…가족력 없는 32살, 3기 직장암이었다
32세 A씨는 최근 혈변을 봤다. 배도 자주 아파 대장 내시경을 했더니 직장암 3기 진단을 받았다. 가족력이 없고 아직 젊어 대장암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던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대장 내시경을 한 적도 없어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다. 의사는 A씨의 잦은 음주가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과체중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240㎎/dL 넘을 만큼 높았다.
한국은 20~49세 ‘젊은’ 대장암 환자가 10만 명당 12.9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늘어나는 속도도 빠르다. 대장암은 고령에서 자주 발생하는 암인데 젊은층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여러 위험 요인 중 과도한 음주가 젊은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600만명 가까운 이들을 추적한 연구에서 처음 밝혀졌다.
신철민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진은효 교수,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이 2009년 건강검진을 받은 20~49세 566만6576명을 10년 이상 추적 검사했더니 음주 습관에 따라 대장암 발병 위험이 다르게 나왔다.
대장암 발병은 8314건이었는데 가벼운 음주자와 고도 음주자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남성은 하루 소주 3잔 이상, 여성은 2잔 이상을 마시면 고도 음주자로 분류된다. 이들의 대장암 발병 위험은 소주 1잔 미만을 마시는 가벼운 음주자와 비교해 20% 정도 더 컸다. 중증도 음주자(남성 1~3잔, 여성 1~2잔)의 위험도 가벼운 음주자보다 9% 더 높았다.
신 교수는 “젊은 대장암이 음주와 관련 있다는 걸 수백만 명의 빅데이터로 보여준 건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설명했다.
30, 40대는 사회생활이 활발한 연령대인 만큼 술자리도 많다. 신 교수는 “술을 끊으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하면 반드시 간격을 두고 마시라”고 당부한다.
같은 기간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한 번에 비교적 많은 양을 마시고 며칠 쉬는 것보다 조금씩 매일같이 마시는 게 암 발병엔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음주 빈도에 따라 분석했더니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과 비교해 주 1~2회 음주하는 경우 7%, 3~4회는 14% 대장암 발생 위험이 올라갔다. 거의 매일(주 5회 이상) 음주한다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27% 더 높았다.
신 교수는 음주 자체도 그렇지만 술을 마시며 소고기와 돼지고기 같은 적색육을 구워 먹는 것도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음주하며 담배를 피우고, 주로 간편식을 챙겨 먹는 습관도 위험도를 올리는 행위다. 결국 과체중과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로 이어져서다.
현재 국가건강검진에선 50세부터 대장암 검사(분변잠혈검사)를 시행한다. 분변에서 이상이 있으면 대장 내시경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신 교수는 “가족력이 없더라도 음주, 흡연 등의 위험 요인이 있다면 40세 이전에라도 대장 내시경을 해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통상 5년에 한 번 받는 걸 권고하지만 검사했을 때 대장암 씨앗이라 불리는 선종이 발견됐다거나 다른 위험 요소가 있었다면 3년 만에 다시 검사를 받는 등 간격을 조정해야 한다. 없던 변비, 설사가 갑자기 생겼거나 혈변을 봐도 검사해보는 게 좋다. 밤에 자다가 깰 정도의 복통이 있었다면 경고로 봐야 한다. 체중이 갑자기 많이 줄어들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신 교수는 설명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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