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미디어의 이단 홍보는 이단 옹호다
최근 몇몇 언론사가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종교 단체의 홍보성 기사를 싣고 있다. 온라인 매체, 지역 언론에 이어 주요 언론까지 가세하고 있다. 누가 봐도 광고 같은 기사는 그렇다 치자. 광고비를 지급한 것이기 때문에 광고주의 의도대로 기사가 된 줄 안다. 하지만 요즘은 광고인지 쉽게 구별할 수 없는 홍보성 기사도 많다. 그것도 크게, 자주 보도된다.
물론 이것도 광고라고 변명할 수 있겠다. 광고주에게 대가를 받기 때문에 광고이고, 사실 여부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독자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 이런 기사가 주요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 이들 단체가 정상적인 곳이라 생각하게 된다. 내용도 ‘이들 단체가 주최한 대형 집회가 성공적이었다’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했다’ 등이기 때문에 좋은 단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준다.
특히 눈에 띄는 곳이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하나님의교회, 기쁜소식선교회, 은혜로교회다. 이들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합동·대신 등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이단으로 규정했다.
한국교회가 규정한 이단은 어떤 곳인가. 스스로 좋다고 하면 좋은, 건전한, 정상적인 곳인가. 그 답은 지난 3월 넷플릭스에 공개되면서 이단에 대해 공분을 일으켰던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8부작 ‘나는 신이다’는 기독교를 표방하나 정통을 따르지 않는 종교집단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오대양 집단 자살,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를 다뤘다.
JMS 교주 정명석씨는 여성 신도들을 대상으로 엽기적 성 착취를 했다. 광신도의 집단 자살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오대양 사건의 교주 박순자씨는 한때 유병언의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였다. 구원파도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가동산의 교주 김기순씨는 남성 신도를 상대로 변태적 성 착취와 노동 착취를 했다. 만민중앙교회 당회장 이재록씨도 여신도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 이들 단체는 모두 이단이다. 반기독교를 넘어 반사회적, 반윤리적 행태를 보였다.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이단은 괜찮다? 그렇지 않다. 이단은 잠재적 문제를 안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의 교리는 기본적으로 잘못됐다. 그래서 이단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교리는 그 단체의 핵심 사상이다. 그게 잘못돼 있으면 그로 인해 파생되는 모든 게 잘못될 수밖에 없다. 생각이 잘못됐는데 행동이 잘될 일이 없다. 지금은 별일 없어도 잘못된 신앙관은 결국 나쁜 결과를 만든다. 그 결과는 종교 분야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앞서 보듯이 반사회적, 반윤리적이다. 겨우 밝혀낸 곳이 ‘나는 신이다’에 소개된 단체들이다.
혹시 그런 생각을 하는가. ‘이단은 기독교계 내 의견 차이일 뿐이다. 자기들끼리의 싸움이다.’ 그렇다면 ‘나는 신이다’를 다시 보라.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지정한 단체가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 그의 가족, 이웃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똑똑히 볼 수 있다. 한국교회의 이단 규정은 정통 기독교인의 보호뿐만 아니라 비기독교인까지 보호한다. 잘못된 종교단체를 조사·연구해 공표함으로 선량한 국민이 이단에 빠져 정신적, 물리적, 신체적 피해를 보지 않게 예방한다.
미디어는 크든 작든, 중앙이든 지역이든, 신문이든 방송이든 그 영향력으로 인해 공적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미디어가 보도하면 독자는 그것을 사실로 믿는다. 믿는 사람이 많으면 여론이 된다. 의도가 있건 없건 미디어가 이단을 좋게 보도하면 사람들은 이단을 좋게 본다. 때문에 이단을 홍보하는 보도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홍보성 기사를 안 다뤄서 그 미디어가 당장 무너진다면 모를까. 듣지도 보지도 못한 1인 매체가 아니고 이단이 만든 홍보 매체도 아닌, 적어도 언론이라면 이 사회를 위해 다뤄야 할 것과 다루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해야 할 것이다. 그 언론의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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