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 감동은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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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내 유명 관광지의 한 호텔에 머물렀다.
다시 말해 호텔에서의 편안함은 대단한 시설이나 주변 환경보다는 오히려 머무는 사람의 동선을 꼼꼼하게 살피는 진정한 배려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은 채 헤어드라이어를 들고 10평도 안 되는 객실 안에서 전기 콘센트와 거울이 함께 있는 곳을 찾아 삼만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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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내 유명 관광지의 한 호텔에 머물렀다. 호텔 안팎의 부대시설도 다양하고, 객실 규모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무엇보다 객실에서 바라본 산세의 풍경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렇듯 여러모로 훌륭한 이 호텔에서 머문 다음 날, 간밤에 편안했는지 또는 불편함은 없었는지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어떻게 답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는 좀 어려웠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들 하지만 호텔에서의 감동 역시 디테일에 있다. 다시 말해 호텔에서의 편안함은 대단한 시설이나 주변 환경보다는 오히려 머무는 사람의 동선을 꼼꼼하게 살피는 진정한 배려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객실의 커튼은 보통 두 겹이다. 하나는 쉬어(Sheer)라고 하는데, 이건 빛은 들어오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준다. 또 하나는 암막이다. 빛을 100퍼센트 차단해서 편안한 취침 환경을 만들어준다. 편안함을 좌우하는 지점은 우리가 이런 커튼을 수시로 여닫는다는 데 있다. 커튼은 한 번 설치하면 자주 세탁하기 어렵다. 커튼을 여닫을 때면 수많은 사람이 만졌다는 걸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분명히 세탁돼 있지 않을 텐데, 만지기도 그렇고 안 만지기도 그렇다. 이럴 때 커튼 봉이 있다면? 호텔 객실을 청소할 때 그 부분만 닦으면 될 테니 고객 입장에서는 어쩐지 덜 찝찝하다. 커튼 봉 하나가 호텔의 센스를 드러낸다.
전기 콘센트도 빼놓을 수 없다. 여전히 객실에서 전기 콘센트, USB, C타입 충전을 위해 구석구석 찾아야 할 때가 많다. 요즘 같을 때 한두 개의 콘센트는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두 사람이 같이 쓸 때는 번갈아 가면서 충전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글로벌 호텔 운영사마다 고객들의 단골 불만사항이다. 로컬 호텔들도 이 지점을 놓치는 곳들이 많다.
또 하나, 작지만 결정적인 부분. 바로 헤어드라이어다. 여기에는 두 개의 문제가 공존한다. 하나는 파워다. 1600W 이하의 출력으로는 머리숱 많은 사람을 결코 만족시킬 수 없다. 또 하나는 역시 콘센트다. 화장실에 면도기 콘센트는 있지만 헤어드라이어 콘센트는 없는 경우가 많다. 면도기 볼트 수는 낮아서 헤어드라이어를 꽂을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은 채 헤어드라이어를 들고 10평도 안 되는 객실 안에서 전기 콘센트와 거울이 함께 있는 곳을 찾아 삼만리를 해야 한다. 이런 상태로는 누구라도 간밤에 편안했노라는 답이 성큼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이런 사소한 부분들은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설계할 때 고객 입장에서 조금만 생각하면 쉽게 해결이 되는 부분이다. 결국은 고객의 동선에서 한 번 더 생각했느냐의 여부가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객실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모든 면에서 고려가 된다면 객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산세의 풍경이 몇 배는 더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을까. 감동은 역시 디테일이 좌우한다.
한이경 폴라리스어드바이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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