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1㎝ 오르면 해일은 수 m 더 높아집니다

박상은 2023. 8. 12. 04: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커버스토리] 극지연구소의 경고 “남극 얼음 올해 아르헨 면적만큼 녹아…한국에도 영향”
게티이미지뱅크


남극이 변하고 있다. 인류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달을 기록한 올해 7월, 남극의 해빙(바다얼음)은 전례 없이 줄어 역대 최소 면적을 기록했다.

“남극은 지구온난화에 가장 마지막에 반응하는 땅입니다.” 극지연구소 빙하환경연구본부의 진경 책임연구원은 1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자들이 남극의 급격한 변화에 주목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일정한 균형을 유지하던 남극이 ‘회복 능력’을 잃고,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북극이 바다가 얼어 얼음이 떠 있는 형태라면, 남극은 눈이 쌓여 얼음으로 뒤덮인 거대한 대륙이다. 북극은 지구온난화로 해빙이 일관되게 줄어들고 있고, 2050년 안에 해빙이 모두 사라진 여름철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남극은 차가운 대기가 둘러싸고 있어 대륙 주변의 해빙이 녹았다가 다시 생성되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의 남쪽 약 50㎞ 지점에 있는 난센 빙붕(대륙과 이어져 바다에 떠있는 얼음덩어리) 끝부분에서 얼음물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모습. 난센 빙붕의 붕괴 과정을 보여주는 해당 장면은 2014년 1월 한국 연구진의 관측을 통해 최초로 확인됐다. 극지연구소 제공


진 연구원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조차 기후변화로 인한 남극의 해빙 변화는 불확실하다고 예측해 왔다”며 “경향성이 보이지 않던 남극에서 지난해부터 해빙이 줄어드는 추세가 보이더니 올해는 최소로 줄었다”라고 말했다.

통상 남극이 녹았을 때 벌어지는 문제로 해수면이 상승해 육지가 잠기는 기후재난을 떠올리곤 한다. 실제 과학자들은 남극이 완전히 녹을 때 해수면이 59m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 면적보다 큰 남극의 ‘스웨이츠(Thwaites)’ 빙하만 녹더라도 해수면은 65㎝나 올라간다.

진 연구원은 해수면 상승과 함께 남극에서 흘러나온 얼음물이 바다와 섞이면서 벌어지는 극한기후 현상도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극지연구소 유튜브에서는 빙하가 무너져내리고 해빙이 사라지는 남극의 다양한 현장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극지연구소 유튜브 캡처


그는 “염분이 낮은 차가운 담수가 바닷물과 섞이면서 해류와 대기 순환에 영향을 미친다”며 “예를 들어 해수면은 1㎝만 오르더라도, 태풍으로 인한 해일의 최고 높이는 기존보다 수m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극한기후 현상은 예측하기 어렵고 단 한 번만 일어나도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남극의 변화를 ‘먼 미래의 일’로 여기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기록적 폭우와 폭염으로 몸살을 앓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진 연구원은 “중위도에 있는 한국은 해수면과 대기 모두 남극의 영향을 많이 받는 위치”라며 “남극이 걷잡을 수 없이 녹아내리는 기점, ‘티핑 포인트’가 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진 연구원을 서울 관악구의 한 공유 오피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남극 변화는 왜 중요한가.

지난 11일 서울 관악구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진경 책임연구원이 남극의 변화를 설명하는 모습. 최현규 기자


“남극은 얼음이 물이 되면서 발생하는 열 때문에 눈이 더 많이 내리면서 손실된 얼음을 다시 채우는 식의 작용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1981~2020년 평균치와 비교했을 때 올해 해빙은 아르헨티나 크기 정도 되는 260만㎢가 감소했다. 남극 관측 역사 45년 만에 해빙 면적이 가장 작아졌다. 굉장히 급격한 변화다. 일반적으로 지구온난화로 2100년에 지구 기온이 2~3도 정도 올라가면 돌이킬 수 없게 남극이 녹아내릴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기준은 이론값 또는 기후 모델상 값이기 때문에 더 낮은 온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남극의 시스템이 완전히 변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측면에서 연구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해빙이 줄면 어떤 일이 생기나.

“해빙이 태양 빛을 반사하지 못해 바다가 열을 더 흡수하게 된다. 또 남극에서 떨어져나온 얼음이 바다로 더 빨리 흘러가거나, 따뜻한 바닷물이 더 빠르게 남극으로 들어갈 수 있다. 물리적으로 얼음을 가둬놓던 해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우선 해수면 상승이다. 현재 그린란드와 남극이 얼마나 빨리 녹는가가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우리나라는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불운한 위치에 있다. 땅 위 얼음이 녹으면 질량이 달라지면서 중력 효과가 감소하고, 녹은 물이 멀리 퍼지게 된다. 쉽게 말해 남극이 녹으면 남극 주변의 해수면은 낮아지고 주변이 높아진다. 공교롭게도 그린란드나 남극의 얼음이 녹았을 때 해수면이 높아지는 지역이 적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이다.”

-해수면이 조금만 올라도 기후에 영향을 미치나.

“남극의 차가운 담수가 바다로 들어오면 해양도 바꾸지만, 대기도 변화한다. 남극의 물이 적도까지 오는 데에는 수개월, 길면 수년이 걸린다. 반면 대기를 통한 변화는 몇 주에서 몇 개월 만에 전달된다. 적도에서 일어나는 구름과 강수의 변화는 전 지구적 대기의 흐름을 바꾸는 요소가 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극한기후 현상의 빈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예측하는 건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는 엘니뇨와 해빙 등 영향을 받는 요소들이 많아 더욱 그렇다.”

-남극과 우리의 미래를 바꾸려면.

“해수면이 상승하는 건,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인 변화다. 해수면 상승은 기후변화 중 가장 위험하다. 이미 배출한 탄소로 인해 지금 당장 탄소중립을 해도 빙하는 계속 불안정해지고 떨어져 나갈 것이다. 비가역적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자연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는 ‘티핑 포인트’가 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기후 적응’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데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완화’해야 그에 맞춰 적응도 할 수 있다. 기후변화는 우울하고 힘든 얘기지만 과학자들은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연구를 한다. 몬트리올 조약으로 오존을 회복시킨 성공 사례도 있고, 코로나19도 국제 협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도 인류가 힘을 합쳐 이겨낼 수 있다고 본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