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 목사의 고백록] 스트레스를 스토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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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고백이다.
영적 거장이 이랬으니 무지렁이 목사인 난들 별 재간이 있었겠는가.
그 스트레스가 오죽했을까.
"나는 잠들고 그분은 일하신다." 비로소 무지렁이 목사인 내가 스트레스를 가슴에 수놓는 방법을 익히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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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보다 더 열심히 일했고, 그들보다 더 자주 투옥되었고, 매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맞았고, 죽음의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습니다. …벗들과도 다투고, 적들과도 싸워야 했습니다. …태양이 작열하는 사막의 위험과 폭풍이 이는 바다의 위험도 겪었고, 형제로 여겼던 사람들에게 배신도 당했습니다. 단조롭고 고된 일과 중노동을 겪고, 길고 외로운 밤을 여러 차례 지새우고, 식사도 자주 거르고, 추위에 상하고, 헐벗은 채 비바람을 맞기도 했습니다.”(고후 11:23~27, 메시지성경)
사도 바울의 고백이다. 영적 거장이 이랬으니 무지렁이 목사인 난들 별 재간이 있었겠는가. 바울도 나처럼 배신과 중노동에 외로움까지. 거기다 배고프고 서럽기까지 했단다. 배신감에 치를 떨기도 했을 터. 그 스트레스가 오죽했을까. ‘불면의 밤’은 필수코스였겠다.
성격 유형 검사의 하나인 MBTI 유형으로 보아 바울은 ENTJ(엔티제)고 나는 ESTJ(엣티제)다. 둘 다 사고형(Thinking)이다. 사고(T)가 95% 비율인 것도 엇비슷하다. 스트레스를 입으로 가져가면 배불뚝이가 된다. 머리로 쪼아대면 불면증 환자가 된다. 가슴에 수놓으면 스토리가 된다. 사고형이었으니 수면장애로 간다. 깊이 잠들지 못하고 선잠을 잔다. 주로 괭이잠에 노루잠이고 토끼잠이다. 나는 까무룩의 기면증까지 있다.
장거리 운전은 쥐약이다. 우울은 기본이다. 부정성이 증가한다. 쉽게 피로가 몰려온다. 자주 핏대를 올린다. 변덕을 부린다. 얼굴이 굳어 있다. 문학가 피천득은 잠을 못 잔 사람에게는 풀의 향기도 새소리도 하늘도 신선한 햇빛조차도 시들해지는 것이라 했다.
‘58년 개띠’로 상징되는 1955~1963년생까지를 통칭, 베이비부머 세대라 부른다. 6·25전쟁 이후 개띠는 한 해 90만씩 태어났다. 호적 정리가 부실했던 때라 57년, 59년생까지도 어울려 공부했다. 결국 100만명 이상이 같이 치열한 경쟁과 함께 살아왔다. 나도 여기에 속한다. 이들 세대가 금과옥조로 삼은 구호가 하나 있었다.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잠을 줄이면 꿈을 이룬다.’
성경을 읽는다.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시 127:2) 이 아름다운 축복을 애써 외면한다. 졸다가 들키면 쑥스러움을 피하는 면피용으로 썼다. “지난밤에 보호하사 잠 잘 자게 했으니 고마우신 주의 은총 감사 찬송합니다.”(58장)의 ‘수면 찬송’은 있는지조차 모른다. 찬송가 전체 645장 가운데 가장 외롭고 쓸쓸한 찬송가다.
베이비부머는 잠과 싸운 세대다. 손자 세대들이 ‘시에스타(낮잠)’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과 사뭇 다르다. 잠을 내쫓아 얻은 것이 결국은 ‘수면 부채(sleep debt)’라는 것을 몰랐다. 수면 의학자 윌리엄 디멘트가 말한다. “수면이 계속 부족하면 금전적인 빚이 쌓이듯 나중에 잠을 자야 할 시간도 쌓인다.” 이 부채가 국가 채무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철야기도를 하며 날밤 새우던 열정도 호랑이 담배 물던 시대로 저물어가고 있다. 숙면 세미나가 교회 프로그램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좋은 잠이 좋은 성도를 만든다. 잠을 놓고 말한다. ‘졸음이 와’ ‘잠이 쏟아져’ ‘잠이 온다.’ 이렇듯이 잠은 하나님으로부터 온 선물이다. 하나님은 축복을 잠으로 약속하신다. “나는 지친 사람들에게 새 힘을 주고, 굶주려서 허약해진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겠다. 그 때에 백성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떠 보니, 나에게 아주 단잠이었다’ 하고 말할 것이다.”(렘 31:25~26, 새번역)
단잠과 꿀잠의 축복! 나는 답한다. “나는 잠들고 그분은 일하신다.” 비로소 무지렁이 목사인 내가 스트레스를 가슴에 수놓는 방법을 익히고 있는 중이다. ‘스트레스를 스토리로!’
청란교회 송길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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