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기자의 사모 몰랐수다] 흉기 난동 탓 경계심 커져 차가운 ‘거절의 손길’ 늘어

박효진 2023. 8. 1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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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방전도 해보니


폭염경보 관련 긴급재난문자 알림이 울렸다.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방전도를 나가는 선배 사모가 걱정돼 안부를 물었다. 전화기 너머로 “걱정 마, 얼음 물병 손에 들고 다니며 전도 중이야”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해 선배 사모는 친한 이웃을 잃었다. ‘언젠가 전도해야지.’ 마음으로만 되뇌다가 이웃이 하루아침에 사고로 숨지자 사모는 살아있을 때 전도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이웃을 잃은 슬픔을 게워내며 참 많이도 울었다.

우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전도에 내일은 없다”며 특별한 날만 제외하곤 매일 노방전도를 나가 복음을 전하는 사모가 사뭇 대단해 보였지만 노방전도는 나와 상관없는 일로 여겼다.

그러다 얼마 전 노방전도를 하게 됐다. 딸아이가 섬기고 있는 교회에서다. 개척을 준비하며 집 앞의 작은 교회를 섬기고 있는데 이날은 아이들과 부모님이 손을 잡고 함께 노방전도를 하는 날이었다.

부교역자 사모 시절 ‘일하는 사모’라는 것을 핑계 삼아 ‘전도 폭발’ 훈련이며 전도 활동을 이리저리 피해 다녔는데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요즘도 이런 노방전도가 되나’ ‘전도하다가 마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어쩌나’라는 걱정이 앞섰다.

교회에서 정성스레 준비해 준 달콤한 사탕과 초콜릿, 성경 말씀과 교회 이름이 적힌 전도지를 손에 들고 노방전도에 나섰다. 거리에서 처음 만난 이는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었다. “안녕하세요. 교회에서 나왔습니다”라고 인사하며 전도지를 건네자 다행히 인자한 미소로 받아 주셨다. 감사로 받아주는 손길이 조금은 용기를 갖게 했다.

그러나 그 뒤로 만난 대부분의 행인은 경계하며 냉정하게 전도지를 뿌리쳤다. 그럴 때면 극도로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갈 곳 잃은 눈빛과 손도 괜스레 머쓱해졌다. 멀리서 남편이 전도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역시나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개척교회 시작하면 노방전도 많이 해야 하는 데요 뭘…”이라는 남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전도의 현장에서 문득 선배 사모가 떠올랐다. ‘이런 거절감을 겪으면서 매일 어떻게 전도할 수 있었을까? 나는 언제부터 한 영혼을 향한 마음이 무뎌지고 전도가 부담스럽기 시작했을까. 어쩌면 기독교에 대한 반감과 비판이 거세지고 교회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는 것을 핑계 삼아 숨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최근 우리 사회에 벌어진 일들은 전도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든다. 지난 4월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를 제작해 청소년을 위협한 범죄 행위, 또 신림역과 서현역에서 일어난 칼부림 사건으로 사람들은 서로를 더 경계하게 됐다. 보이지 않는 이런 경계는 때론 서로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서로를 더 고립되게 하는 것은 아닐까.

경계는 전도 현장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10여 년간 초등학교 후문의 한 공원에서 간식과 음료를 나눠주며 아이들과 관계를 쌓아오던 목회자의 전도 활동을 멈춰 세웠고, 시원한 냉수를 건네며 복음을 전하던 성도와 사모의 손길과 발걸음을 움츠러들게 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지난 2000년 교회 역사 가운데 복음이 환영받았던 시대는 없었다. 어떤 시대든 복음은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거절당해 왔다. 수많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결코 낙심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던 바울이, 사도행전의 초대교회 성도들이 그러하지 않았는가.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결국 한 사람, 한 영혼을 향한 관심과 갈급함에서 시작된다. 서로에게 거리감을 두고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을 꺼리는 시대일지라도 말이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의 의미와 정체성을 갖고 어떻게 복음을 증거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점검하게 되는 요즘이다.

우리의 전도는 늘 거부와 거절당함이었지만, 하나님은 영혼 구원을 위해 우리가 거절당한 자리에서 역사하셨음을 기억한다. 무더운 8월이다. 모두의 삶의 현장에서 거절당함의 은혜가 넘쳐나길 소망한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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