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스타그램] 10년 전 오늘(들)

허영한 2023. 8. 1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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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는 페이스북과 네이버가 성실히 알려준다.

가끔 하드디스크에 쌓아 둔 사진을 뒤적이다가 발견하는 10년 전 오늘들이 있다.

느낌 속 10년 전 오늘은 장소이기도 하다.

또 다른 10년 전 오늘들은 여전히 현재의 얼굴을 하고 저 멀리서 걸어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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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정현종 시인이 번역한 글이 벽에 걸렸다. 속으로 나는 '그러게 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서울, 2013년 8월 10일 ⓒ허영한

10년 전 오늘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는 페이스북과 네이버가 성실히 알려준다.

그보다 훨씬 전부터 디지털카메라는 언제 어떤 카메라로 어떻게 찍었는지를 스스로 기록해 놓는다.

10년이라는 인간이 개발한 시간 단위는 인간에게 각별하다.

가끔 하드디스크에 쌓아 둔 사진을 뒤적이다가 발견하는 10년 전 오늘들이 있다.

10년 전 오늘이란, 훌쩍 지나가 버린 세월 속 한 토막쯤 되겠지만, 가끔은 어딘가 지금이라는 시간 위로 흘러가고 있을 듯한 공간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느낌 속 10년 전 오늘은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의 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갈 수는 없지만, 지금과 같은 시각 어디쯤 흘러가고 있는 평행우주가 아닐까 하는...

우주가 만들어진 140억 년 전이나, 나로부터 멀어진 10년 전이나 크기의 차이는 있어도 같은 우주라는 우주적 생각을 해봤다.

맨 위 사진도 같은 날 그 자리 가서 찍고 싶었지만, 태풍 때문에 찍지 못했다.

그때 '나'였던 저 아이들은 지금도 그때와 같은 '나'일까 하는 헛된 질문을 해봤다.

10년 전에 오늘은 어디 있고 어제는 어디 있을까.

아마도 그것들은 사진에 있거나 기억에 있거나 할 것이다.

10년 전 삼일절에 비가 왔다. ⓒ허영한
10년 전 3월 마지막 날에도 비가 왔다. ⓒ허영한
10년 전 4월 25일 서울에 비가 왔고, 서울대 교정에는 벚꽃이 만개했다. ⓒ허영한
같은 날 서울 광화문에는 이런 비가 내렸다. ⓒ허영한
올해 4월 25일에도 비가 왔고, 서울대 교정에는 이미 녹음이 우거지고 있었다. 계절에 대한 고민은 사람들의 일이고, 세상은 스스로 알아서 가고 있을 것이다. ⓒ허영한

또 다른 10년 전 오늘들은 여전히 현재의 얼굴을 하고 저 멀리서 걸어가고 있는 듯하다.
사진에 시간이 쌓이면 그럴 때가 있다.

편집자주 - 사진과 보이는 것들, 지나간 시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씁니다. ‘언스타그램’은 즉각적(insta~)이지 않은(un~) 사진적(gram) 이야기를 뜻합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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