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4만명 '한국어 떼창'…월드컵 경기장 뒤흔들었다
"아이 저스트 원 츄 콜 마이 폰 롸잇 나우~"(I just want you call my phone right now~)
아이돌 그룹 뉴진스가 히트곡 '하입보이'(Hype Boy)의 유명한 후렴구를 부르기 시작하자, 스카우트 단원 4만 명의 떼창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뒤흔들었다. 손 하트를 만들어 흔들거나 휴대전화 화면에 뉴진스 신곡 'ETA'의 후렴구 '왓츠 유어 이티에이'(What's your ETA), '뉴진스'(NewJeans)를 띄우며 환호하던 단원들은 흥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최대 행사인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새만금을 떠나 전국으로 흩어진 스카우트 단원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모여 K팝 스타들의 화려한 무대를 만끽했다. 한국을 찾은 전 세계 155개국 4만여 명의 단원들은 이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우비를 입고 색색의 국기를 흔들며 젊음의 에너지를 아낌없이 발산했다.
대원들은 떼창, 열렬한 환호와 함께 춤을 따라 추면서 한국에서의 마지막 공식 행사를 아쉬움 없이 즐겼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회였지만, 이날 한자리에 모인 대원들의 표정에는 대회 파행의 아쉬움보다는 K팝 스타들과 한 공간에서 함께 즐긴다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이날 오후 7시부터 2시간 넘게 이어진 콘서트에는 뉴진스, 있지(ITZY), NCT드림, 아이브(IVE) 등 인기 K팝 가수들이 총출동했다.
서울월드컵공연장을 꽉 채운 스카우트 대원들은 본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스크린으로 K팝 스타들의 무대 영상을 보며 고조된 분위기를 즐겼다. 한국어 가사를 유창하게 따라 하며 흥겹게 야광봉을 흔드는 대원들도 여럿 보였다. 기대감으로 들뜬 단원들은 국기를 흔들고 관중석에서 파도타기를 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색색의 스카우트 단복과 국기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했다.
K팝 슈퍼 라이브가 곧 시작된다는 안내 멘트가 나오자 우렁찬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MC로 나선 배우 공명과 아이돌 그룹 있지의 유나, 뉴진스의 혜인은 첫 주자인 댄스팀 홀리뱅의 공연이 끝난 이후 "정말 많은 청소년 분들과 함께 하게 돼 설레고 떨린다. 이곳에 최정상 K팝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한다. 여러분의 함성이 필요하다"고 인사했다.
이날 공연에는 총 19개 팀이 무대에 올랐다. 뉴진스를 비롯해 NCT드림, 마마무, 몬스타엑스의 유닛인 셔누·형원, 강다니엘, 더보이즈, 있지, 제로베이스원, 권은비, 조유리, 홀리뱅, 싸이커스, 피원하모니, 리베란테, ATBO, 카드, 프로미스나인, 더뉴식스, 아이브 등이다.
제로베이스원에 이어 두 번째로 2부 무대에 선 뉴진스가 히트곡 '하입보이'를 부르자 여기저기서 떼창이 터져 나왔다.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일어나 뛰다가 안전 이유로 제지를 받은 대원들도 여럿 있었다. '킥 잇 포 나우'(Kick it 4 Now)를 부른 6인조 남성 그룹 더뉴식스는 스카우트 단복을 입고 무대에 등장했다. 2부 후반에 무대에 오른 아이브가 첫 곡 '아이엠'(I AM)을 마치고 손 키스를 보내며 두 번째 무대 '러브 다이브'(LOVE DIVE)를 시작하자 우렁찬 환호가 터져 나왔다. NCT드림은 '요거트 쉐이크', 'ISTJ'를 부르며 콘서트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마지막 순서로 전 출연자가 무대에 등장해 함께 동방신기의 '풍선'을 불렀다. 이와 동시에 화려한 불꽃놀이가 하늘을 수놓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K팝 스타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낸 4만 명의 스카우트 단원들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공연에 앞서 30분간 폐영식이 열렸다.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활동 영상에는 대원들이 새만금 야영지에서 텐트를 설치하는 순간부터 전국 각지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매듭 공예 수업을 듣는 등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모습이 담겼다. 한국 대원이 차기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개최국인 폴란드 대원에게 스카우트 연맹기를 건네주는 전달식도 진행됐다.
아흐메드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폐영식에서 “지난 며칠 많은 일이 있었고,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우리는 이 모든 도전에 직면해 이겨냈고, 강한 정신력과 결단력으로 서로를 돌보며 하나가 됐다”며 “그 어떤 여정에서도 이렇게 많은 도전과 극한의 기상 환경을 맞은 적이 없다. ‘여행하는 잼버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도전에 맞서 창의력과 회복력을 보여준 이 경험은 더욱 값지다. 우리는 되돌아왔고, 잼버리는 재결합했다. 다시 한 번 입증된 것은 만약 누군가 이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스카우트라는 점이다”라고 말해 4만 대원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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