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2병 절도범 잡았더니 '사망자'…첫 주민증 받은 64세 사연
일평생 주민등록번호 없이 복지 사각지대에서 살아온 60대가 검찰의 도움으로 신원을 되찾았다.
11일 수원지검 인권보호부(부장 장윤태)에 따르면 A(64)씨의 주거지 관할 동 행정복지센터는 A씨의 주민등록번호를 신규 생성한 뒤 지난 9일 주민등록증을 전달했다. 8일엔 지자체의 협조를 통해 A씨의 주민등록번호 발급 신청을 돕고, 기초수급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A씨가 64년 만에 신원을 되찾게 된 계기는 그가 소주 2병을 훔쳐 경찰에 붙잡히면서다. 극심한 생활고와 건강 악화를 겪고 있던 A씨는 지난 2월 4일 오후 5시10분쯤 수원시 영통구의 한 식당 앞에 있던 소주 박스에서 소주 2병을 꺼내 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A씨가 실종 선고를 받고 사망자로 간주한 상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가정법원은 오래전 실종 신고된 A씨에 대해 2013년 10월경 '1988년 3월부로 사망한 것으로 본다'는 취지로 선고했다. 출생 후 20여년이 지난 시점에 부친에 의해 출생신고가 됐던 A씨는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주민등록번호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검찰은 A씨의 실종 선고 청구인과의 면담을 통해 그에게 이복동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약 한 달간의 신원확인 절차 끝에 올해 6월 22일 수원가정법원에 A씨에 대한 실종 선고 취소 심판을 청구했다. 법원은 같은 달 29일 실종 선고 심판 청구를 인용했다.
이로써 신원을 되찾은 A씨는 생계 및 의료, 주거 급여 등을 받을 수 있는 기초생활 수급 지원 자격을 얻었다.
한편 검찰은 A씨가 저지른 소주 절도 사건에 대해선 A씨가 가족이나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살아온 점 등을 고려해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상담 및 취업 교육 조건부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은 "A씨가 만 65세가 되면 기초연금 대상자가 돼 소득인정액에 따라 노령 연금 월 최대 30만원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검찰은 지자체 협조를 받아 그가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이고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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