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2병 절도범 잡았더니 '사망자'…첫 주민증 받은 64세 사연

한지혜 2023. 8. 11. 19: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검찰 도움으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A(64)씨. 연합뉴스


일평생 주민등록번호 없이 복지 사각지대에서 살아온 60대가 검찰의 도움으로 신원을 되찾았다.

11일 수원지검 인권보호부(부장 장윤태)에 따르면 A(64)씨의 주거지 관할 동 행정복지센터는 A씨의 주민등록번호를 신규 생성한 뒤 지난 9일 주민등록증을 전달했다. 8일엔 지자체의 협조를 통해 A씨의 주민등록번호 발급 신청을 돕고, 기초수급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A씨가 64년 만에 신원을 되찾게 된 계기는 그가 소주 2병을 훔쳐 경찰에 붙잡히면서다. 극심한 생활고와 건강 악화를 겪고 있던 A씨는 지난 2월 4일 오후 5시10분쯤 수원시 영통구의 한 식당 앞에 있던 소주 박스에서 소주 2병을 꺼내 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A씨가 실종 선고를 받고 사망자로 간주한 상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가정법원은 오래전 실종 신고된 A씨에 대해 2013년 10월경 '1988년 3월부로 사망한 것으로 본다'는 취지로 선고했다. 출생 후 20여년이 지난 시점에 부친에 의해 출생신고가 됐던 A씨는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주민등록번호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검찰은 A씨의 실종 선고 청구인과의 면담을 통해 그에게 이복동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약 한 달간의 신원확인 절차 끝에 올해 6월 22일 수원가정법원에 A씨에 대한 실종 선고 취소 심판을 청구했다. 법원은 같은 달 29일 실종 선고 심판 청구를 인용했다.

이로써 신원을 되찾은 A씨는 생계 및 의료, 주거 급여 등을 받을 수 있는 기초생활 수급 지원 자격을 얻었다.

한편 검찰은 A씨가 저지른 소주 절도 사건에 대해선 A씨가 가족이나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살아온 점 등을 고려해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상담 및 취업 교육 조건부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은 "A씨가 만 65세가 되면 기초연금 대상자가 돼 소득인정액에 따라 노령 연금 월 최대 30만원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검찰은 지자체 협조를 받아 그가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이고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