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제 바꾸자" vs. "왜 하필 지금?"... 민주당 혁신안 동상이몽
[류승연, 남소연 기자]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
ⓒ 남소연 |
[혁신안 찬성①] 대의원이 당원 목소리 대변하도록 체질 개선
"대의원제 폐지가 아닙니다. 대의원제의 정상화입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김 의원은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김은경 혁신안에 당원이 답한다!'라는 이름의 기자회견을 열고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가치를 1:1로 맞추자는 혁신안 내용에 환영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김 의원과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대의원 연합(민대련), 민주화운동 단체(민민운) 등 다양한 단체들도 참여해 지지 목소리를 냈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인 제가 대통령선거를 할 때 한 표가 아니라 60표를 행사하겠다고 하면 제게 뭐라고 하실 것이냐. 아마 미쳤다고 할 것"이라며 "당 대표 선거를 하는데 대의원들이 60~70배 투표 가치를 행사하는 것 또한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선출 시 현 당헌·당규의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 반영 비율을 없애고 '권리당원 70%, 국민여론조사 30%'로 바꾸자는 혁신안이 옳다는 이야기다. 앞서 권리당원의 비약적 증가로 인해 대의원 투표 반영비가 '과잉 대표'되고 있다는 주장은 당 안팎의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혁신위가 대의원을 권리당원들을 대표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직선제'로 뽑자는 데 대한 찬성 입장도 나왔다. 현재 당헌에 따르면, 대의원의 70%는 해당 지역위원회 권리당원의 다수 추천을 받아 선출한다. 다만, 이는 투표가 아닌 추천에 따른 임명으로 사실상 현역 의원 및 지역위원장에 의해 대의원이 선택되다시피 했다.
▲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양이원영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혁신안에 당원이 답한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혁신안 찬성②] 현역 하위평가자 페널티 강화
이들은 10일 혁신위가 발표한 단수공천 허용범위 최소화 등 공천룰 혁신안에도 동의했다. 혁신위는 단수공천 허용 범위를 최소화하고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서 하위 10%에 해당하는 이들은 경선 득표에서 40%를, 10~20%는 30%를, 20~30%는 20%를 감산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준용 대표는 "혁신안은 지난 총선에서 무려 46.5%의 비중을 차지했던 단수공천을 최소화하고 당원들이 직접 경선을 통해 민주당의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평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 혁신안이 지난 6월 당에 청원한 공천 관련 내용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민대련을 비롯한 7개 단체는 당시 민주당 당원 청원 사이트에 ▲하나의 지역구에 경선 후보가 2명 이상일 때 단수공천을 금지하는 내용 ▲당이 공천에 앞서 진행하는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서 하위 20%에 든 국회의원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의 경선 득표를 50% 감산하도록 하는 등을 요구했었다. 해당 청원은 한 달 만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당의 공식 답변 조건을 충족한 상태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완료된 제22대 총선 공천을 위한 특별당규개정 청원에 대한 지도부의 답변을 아직 받지 못했다"며 "혁신안이 우리의 청원과 동일한 지향점을 제시한 만큼 지도부 또한 당원들과 혁신위 기대에 부응하는 미래지향적인 공천제 혁신을 향해 한 발짝 더 내디뎌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대표. |
ⓒ 남소연 |
"국민이 선출해야 할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 민생과 관련한 시급성을 다투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 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무리수를 둬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놓은 입장이다. 혁신위가 제안한 대의원들의 투표 반영 비중을 삭제하는 내용은 엄밀히 말해 전당대회와 관련 있는 문제라, 내년 총선이 치러진 후에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즉, 왜 '지금'이냐는 질문이다.
고 최고위원만의 지적이 아니다. 의원모임 '더좋은미래'도 이날 오전 논평을 통해 "혁신위가 제안한 전당대회 대의원 투표 반영 여부와 그 비중에 관한 사안은 총선 전 더 이상 논의를 진행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더좋은미래'는 "(혁신안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주제"라면서도 "1년 뒤 개최되는 전당대회 문제로, 국민적 관심 사안도 국민이 바라는 민주당 혁신의 핵심도 아니"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미 지난 몇 달간 대의원제 폐지 등을 둘러싸고 당 내 갈등이 심화돼 온 상황에서 이 문제로 당내 논란과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국민적 시각에서 매우 적절하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혁신안 반대②] 3개월 전 결정된 총선룰, 또 바꾸나
특히 공천 혁신안과 관련해, 당에는 이미 결정된 '룰'이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5월 8일 내년 총선에 적용할 '공천룰'을 확정했다.
당헌 제97조4에 따르면, 공직선거 후보자에 대한 심사 기준과 방법 등 후보자 추천에 필요한 규정과 절차를 선거일 1년 전까지 확정하고 공표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심지어 '22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선출 규정 제정의 건'은 중앙위원과 권리당원의 72.07%라는 높은 찬성 의견으로 통과되기도 했다. 또 제100조2에 따라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서 하위 20%에 속한 이들의 경선 득표를 20%를 감산하는 내용이 명문화 돼 있다.
결국 혁신안을 수용하게 된다면 정해진 룰을 다시 변경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앞서 고민정 최고위원은 "혁신위는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을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발표를 했다"며 "어렵고 힘들어도 국회 내에서 절차를 거쳐 법 개정을 하는 이유는 '절차적 정당성' 때문이다. 정당 또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법기관인 우리 스스로, 우리가 정한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좋은미래'도 "(총선 공천룰은) 하반기 총선 기획단 발족 등 총선 관련 당의 기구가 구성되는 시점에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혁신안을 발표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
ⓒ 남소연 |
한편 혁신위의 '권위'에 문제를 제기하는 비판도 적지 않다. 혁신위가 정당성이 없는 상태에서 혁신안을 만들었으니 내용을 무엇으로 내든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당내 정책의견그룹 '민주주의 4.0 연구원(민주주의 4.0)'이 대표적이다. 민주주의 4.0은 이날 "그간 혁신위 활동 과정은 부적절한 설화와 논란을 불러온 혁신안 제시 등으로 민주당을 국민과 멀어지게 만들고 당 내 혼란과 갈등을 부추겼다"고 혹평했다.
민주주의4.0은 "혁신위 출범 후부터 돈 봉투 조작 가능성 언급, 계파 발언, 학력 저하 발언, 노인 폄하와 위원장의 가족사에 대한 진실 공방 등 끊임없이 논란을 만들어 내며 혁신위 자체가 민주당에 대한 국민 신뢰를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면서 "결국 당의 변화를 위해서는 혁신안에 대한 당 내 수용성과 실천력이 중요한데, 혁신위가 신뢰와 권위를 상실한 상태에서 발표한 혁신안을 민주당의 혁신안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냉장고를 못 여는 꼬마, 그럴 수밖에 없던 사정
- [사진으로 보는 일주일] 폭염, 태풍, 잼버리 사태... 국민들만 고생 많았습니다
- 교사들도 겁내던 '왕의 DNA' 교육부 직원 자녀... 담임 '독박교육' 논란
- '3천원짜리' 때문에 전국 들썩... 장관 목 날린 이것
- 작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는 과연 윤석열 정부의 공일까
- 전 해병대 수사단장 "사단·여단장 넣었더니 '대대장 이하로 하라' 지시"
- '잼버리 굴욕'에도 남 탓만... 윤 대통령은 왜 그자리에 있나
- '좌표' 찍어서 대응하면 학교 악성민원 해결될까
- 한날 사망한 베트남 형제... "콘크리트가 그리 쉽게 무너지나, 이해 안돼"
- [오마이포토2023] 한덕수 "폭염·태풍, 스카우트 대원 어려움 안타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