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 찍어서 대응하면 학교 악성민원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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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DNA"를 언급한 학부모의 '갑질 편지'가 세상에 공개돼 충격을 던져줬다.
해당 편지는 지난해 자신의 자녀 담임교사 A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해 직위해제까지 받게 한 교육부 6급 주무관이,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한 뒤 A씨 다음으로 담임을 맡게 된 교사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아동학대 혐의가 무죄로 결론나면서,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뒤늦게 피해교사를 찾아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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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섭 기자]
"왕의 DNA"를 언급한 학부모의 '갑질 편지'가 세상에 공개돼 충격을 던져줬다. 해당 편지는 지난해 자신의 자녀 담임교사 A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해 직위해제까지 받게 한 교육부 6급 주무관이,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한 뒤 A씨 다음으로 담임을 맡게 된 교사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감스럽게도, 상당수 언론은 편지를 A씨가 받았다고 오보를 냈다.
A씨는 다행히 전교조 세종지부의 도움으로 경찰로부터 '아동학대 증거 없음' 처분을 받았고, 교권보호위원회에서 교권침해 사실을 인정받았다. 또한 교원소청심사를 거쳐 올해 새학기에 복직했다. A씨는 다시 교단에 서긴 했지만,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엄청난 고통을 겪었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아동학대 신고만으로 직위해제되는 교사
올해 2월 8일 전교조 세종지부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교사 A씨는 학급 아이들을 상대로 작성한 상담 자료를 노출하는 실수를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왕의 DNA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학부모 B씨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고, 세종시교육청은 경찰에서 수사개시 통보가 오자마자 A씨를 직위해제 처분했다.
▲ A씨가 지난 해 자신의 초등학생 자녀 담임교사에게 보낸 문제의 편지. |
ⓒ 전국초등교사노조 |
사고 터지면 수습만 하는 교육당국
학교 현장에서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하는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실제로 아동학대로 처벌받는 경우는 1.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98.5%의 교사는 무고나 다름없는 아동학대 피소로 인한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만신창이가 되는 게 현실이다. 교육력 저하는 불가피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
이번 갑질 편지 사건을 곱씹어 생각해야 한다. 갑질 혐의를 받고 있는 학부모 B씨는 교육부 사무관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데 대해 지탄받아 마땅하다. 공직자 통합메일로 자녀 지도 방식을 깨알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으니, 교육부가 엄정한 조사를 거쳐 징계를 내리는 일도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서울 S초 교사의 죽음이나 이번 갑질 편지 학부모 사태에서 보듯이, 교원노조가 자료를 배포하면 언론이 '좌표'를 찍어 맹공을 퍼붓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포털을 장식하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는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기 마련이다. '충격요법'으로는 효용이 있을지 모르지만, 후속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한계효용의법칙에 따라 잊힐 수밖에 없다.
▲ 화살표. |
ⓒ unsplash |
단발성 '지뢰 제거'로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근본적 해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왕의 DNA'는 다른 형태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언젠가 '왕비의 DNA'가 나올 수 있고, 학생을 '공주'나 '왕자'로 대접하지 않은 교사는 계속 고초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권력을 가졌거나 그렇게 생각하는 학부모는 많고, 교사와 학부모의 대립적 관계는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될 것이다.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민원 대응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교육현장은 결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국회에 계류 중인 아동학대 및 교권보호 관련 법령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담임교사 혼자서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학교장과 교육청이 책임지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고쳐야 한다. 지금은 '소'를 잃었다고 탄식할 때가 아니라 '외양간'을 뜯어 고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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