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1400대 진풍경" 잼버리 4만명 모인 상암, 혼란 없었다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주변은 버스로 가득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월드컵경기장부터 하늘공원을 따라 난 월드컵로는 오후 2시 무렵부터 일반 차량의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태풍 ‘카눈’을 피해 전국으로 흩어졌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 대원들을 태운 버스 1400여대가 이곳에 집결했기 때문이다.
교통 경찰의 신호에 맞게 들어서는 버스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자, 버스 기사들도 “이런 진풍경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잼버리 기간 동안 학생들을 태운 대전 지역 버스 기사 민모(71)씨는 "행사 기간 동안 행선지를 영어로만 적어 놓아 영어를 잘 모르는 입장에선 혼란도 있었는데, 버스가 1400대나 돼서 많긴 해도 오늘 이 곳(상암동)에선 교통 정리가 잘 된 편"이라고 말했다.
143개국에서 온 잼버리 대원 4만여명이 이날 오후 폐영식과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상암동에 모였다. 대원들은 아쉬워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는 한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장에서 만난 이집트 학생 무함마드(17)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평소라면 못 만날 친구들을 많이 만나 즐거웠다”며 “공연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온 다른 학생은 ‘덥고 불편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원래 캠핑이 그런 것이고 잼버리에서 배운 점도 많다”며 “바로 출국하지 않고 앞으로 2주 동안은 부산·양양 등에서 더 여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370여 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해 혼란에 대비했다. 경찰도 2500여 명 규모의 기동대 43개 부대를 투입하고, 교통경찰 412명과 순찰차 30대를 동원했다. 경찰특공대와 중국어·인도네시아어·베트남어·태국어 등 언어 4가지를 구사할 수 있는 통역요원 72명도 배치됐다.
한 일본어 통역 관광경찰이 양팔을 크게 흔들며 일본어로 “반갑다”고 외치자, 잼버리 대원들도 함성을 지르면서 “안녕하세요”라고 화답했다. 잼버리 대원들이 정복을 입은 경찰들에게 먼저 주먹 인사를 건네거나,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잼버리 기념품을 나눠주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시민단체들도 행사의 원할한 마무리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지나가던 대원들에게 먼저 “환영한다”고 인사를 건네며 손뼉을 마주치던 김종덕 마포구 새마을회 회장은 “노래도 부르면서 씩씩하게 걸어가서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학생들이 줄을 잘 서서 가서 어려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수백 명이 온열질환 증세를 보인 지난 2일 개영식부터 폭염·위생·침수 등 문제가 발생하고, 태풍을 피해 참가자들이 전국 8개 시·도로 뿔뿔이 흩어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잼버리는 이날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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