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수감자 맞교환 전격 타결…"한국 내 동결자금 해제"

김상도 2023. 8. 1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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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에 수감된 자국민 석방 조건으로 합의”
“韓-이란 '최대 걸림돌' 동결자금 4년여만에 매듭
“테러리스트에게 돈 지급” 공화당 반대 거셀 듯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란과의 수감자 맞교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미국이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5명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조건으로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을 풀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미 국내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에 너무 많은 것을 내줬다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란이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5명을 석방하고 가택연금으로 전환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석방된 미국인들은 벤처투자자나 사업가, 환경운동가 등으로 스파이 혐의로 10년 형을 각각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다.

이란 외무부도 이날 성명에서 “미국에 불법 구금된 몇몇 이란인들의 석방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이란은 미국으로부터 (동결 자산의 해제) 약속을 보장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년 간 미국이 불법 압류해온 수십억 달러의 이란 자산을 풀어주는 절차가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이란 간 수감자 맞교환 협상에 따른 결과다. 미국은 스파이 혐의 등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의 에빈교도소에 수감된 자국민 5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미국 교도소에 수감된 이란인 5명을 풀어주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제재로 한국은행들에 동결된 이란 자금을 해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이란중앙은행 명의 계좌에 약 70억 달러(약 9조 2000억원)가 동결돼 있다.

한국과 이란은 지난 2010년 미국 정부의 승인 아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의 원화 결제계좌로 교역해왔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이란과 외화거래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정유사가 이란산 원유를 구매한 뒤 대금을 국내 이란중앙은행 계좌에 원화로 입금하면, 이란중앙은행은 이를 확인한 뒤 자국 통화인 리알화로 이란 국영석유회사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체결된 이란과 미국의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중앙은행도 제재대상에 포함되면서 한국과의 거래가 중단됐고, 70억 달러 규모의 원유 결제 대금이 국내 계좌에 동결됐다.

이에 이란 정부는 이 동결 자금을 해제하라고 한국에 요구해왔으나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풀지 않는 한 이 돈을 돌려줄 방법이 없었다. 이란은 2021년에 페르시아만을 지나던 한국 화물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뒤 한국 정부를 상대로 묶인 돈을 달라고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 EPA/연합뉴스

이번 합의는 단순한 수감자 맞교환을 넘어 교착상태를 보이는 미국과 이란의 핵합의 새로운 돌파구라는 관측이 나온다. 헨리 롬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수감자 거래는 올해 말 공식적으로 핵 협상 재개를 노리고 있는 미국과 테헤란이 긴장을 낮추는 핵심 단계”라고 분석했다.

이미 약속된 핵 협상의 이행 과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감자와 자금동결이 관련된 두 나라의 거래는 올 초 오만에서 도달한 광범위한 합의의 일부”라고 보도했다. 한 고위 미군 관리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의 최근 몇 주 동안 주둔 미군에 대한 활동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가택연금 상태로 전환된 미국인 5명은 한국 내 이란 자금 동결이 해제되고 이란이 이 돈을 받게 되면 최종 석방된다고 NYT는 설명했다. 해제된 자금은 이란이 접근할 수 있는 카타르의 새 계좌로 옮겨진 뒤 인도주의적 목적과 의약품 구입 등 제한적 목적으로만 쓸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는 이번 협상에서 스위스, 오만 등과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인이 최종 석방되면 미국 역시 미국내 수감된 이란인을 석방할 예정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이번 합의는) 수감자 가족들이 겪는 악몽을 끝내는 시작”이라면서도 “이들을 데려오려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해 앞으로 추가 협상이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공화당은 제재국과의 거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에서 이란으로 넘어가게 될 자금이 카타르 정부의 통제하에 인도주의적 목적으로만 이란이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공화당측은 이 자금이 이란의 군대인 이슬람 혁명수비대 손에 들어가 중동 전역의 무장세력에 자금을 지원하는데 쓰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화당은 앞서 2016년 오바마 대통령 때 이란에 억류된 미국민 4명을 석방하는 과정에서 4억 달러를 이란에 제공한 점을 ‘몸값 지불’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사정이 이런 만큼 조 바이든 행정부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우리는 모든 제재를 계속 해서 시행할 것이며 이란의 불안정한 활동에 대해 단호하게 반격할 것”이라며 “이번 노력은 이런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제재와 이번 활동은 별개의 트랙”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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