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행복하지 않은 당신, 한번 걸어보면 어때요
[김은미 기자]
▲ '철학자의 걷기 수업' 책표지 |
ⓒ 푸른숲 |
독일의 철학자이자 변호사였던 알베르트 키츨러는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서른한 살의 나이에 돌연 남미로 1년간 도보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영화제작에 대한 열망을 되찾고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십여 년 뒤, 코르시카섬으로 떠난 도보여행에서 다시 한번 삶의 행로를 바꾸게 된다. 이 책은 그가 도보 여행에서 얻은 경험과 지혜가 총망라된 걷기 철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충분히 행복해지고 싶다면
하루 종일 네모난 사무실, 네모난 책상에 앉아 일하는 직장인들에게는 하루에 5천보를 걷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다. 일상을 잠시 멈추고 생각을 비워내기 위해서 반복하는 루틴 중에 '걷기'라는 행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이다.
"걷는 일의 즐거움은 바로 목적 없음을 향유하는 것"임을 이 책은 시종일관 주장하고 있다. 일상의 멈춤, 목적 없음을 향유하기, 이것이 바로 걷기의 본질이다. 걷는 동안 생각을 멈추고, 신경을 끄고, 속도를 늦추면서 걷는 동안 모든 내적 시선을 오롯이 자신에게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숲(자료사진). |
ⓒ pixabay |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보편적으로 '걷기'는 사색과 명상을 동반한다. 누군가와 함께 걷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 순간이 아니라면 우리는 걷는 과정에서만큼은 온전한 '나'로 거듭날 수 있다.
또한 "걷는 일은 삶의 의미와 목표를 밝혀준다(38쪽)". 즉, 걷기가 주는 또 다른 선물은 우리에게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복잡한 생각과 어지러운 마음들을 차분히 정리하고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반면에 생각을 멈추고 비워내는 고요의 순간도 찾아온다. 생각하기, 말하기, 비난하기, 판단하기, 결정하기 등 뇌의 움직임을 멈추고 고요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점 또한 걷기의 효용이지 않을까 싶다. 결국에는, 걷는 동안 정돈되고 명료해진 정신으로 '더 나은 통찰을 얻어내고 힘과 활기를 얻어내는(136쪽)' 결과로 귀결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작가는, 걷기를 통해 만나게 되는 자연에 대한 경험은, 궁극적으로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와 만나게 한다고 설명한다. 일단 한걸음 한걸음 신중하게 걷다 보면 삶의 덧없음을 깨닫는 순간이 오게 되고, 죽음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
삶의 덧없는 것들을 떠나보내고,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을 놓아버릴 용기가 생긴다면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작가는 설파한다. 모두가 죽는 존재라는 사실 앞에서 의연해지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자연 속에서 걸을 때의 깨달음
인간은 결국 자연으로 돌아간다.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살아 있는 동안 초연한 마음과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차분하고 고요하게 사그라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살아있는 동안, 더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대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걷기는 우리를 더 선하고, 더 온화하고, 더 인간적이며, 더 공감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241쪽)"는 진리를 간과하지 말아야 하겠다.
자연을 곁에 두고 걷기는,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더욱더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사실을 다시금 기억해 본다. 지금 바로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보자. 따듯한 햇살이, 별 박힌 밤하늘이, 선선한 바람이, 포근한 온기를 담은 다채로운 풍경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행복이 사실은 아주 단순한 것이며, 자연과 간소한 삶의 방식이 긴밀히 연관되어 있음을 경험한다. 걷는 동안에는 그저 걸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그 자체만으로 우리에게 크나큰 행복이 깃든다. 걷기의 즐거움을 "목적 없음을 향유" 하는 것이라고 열자는 이렇게도 말했다. "자족하기를 배우는 것, 그것은 도보 여행의 가장 높은 단계다.(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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