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美 수퍼컴보다 정확했다…'갈지자' 태풍경로 맞힌 韓기상청
제6호 태풍 '카눈'이 11일 오전 6시 열대저압부로 소멸하면서 주말인 12~13일에는 더위가 찾아올 전망이라고 기상청이 예보했다.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21~25도, 낮 최고기온은 27~33도로 오를 전망이다. 기상청은 전국 곳곳에 5~20㎜(많은 곳은 60㎜) 수준의 소나기가 갑자기 내릴 수 있는 대기 조건이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태풍은 이례적인 갈지(之)자 행보 끝에 한반도를 향했다. 카눈이 한반도를 종단하면서 위험반원(태풍 오른쪽)에 든 경상권과 영동지방에는 많은 비가 쏟아지고 시설물이 파괴됐다. 강원도 속초시는 관측을 시작한 1968년 이래 일강수량(368.7㎜) , 시간당 강수량(91.3㎜/h) 모두 최대치를 기록하며 종전 기록을 경신했다.
자칫하면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지만 위험 지역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키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면서 태풍으로 인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구에서 2건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지만 안전 사고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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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예측모델 전부 '제각각'…결국 韓 기상청이 맞았다
카눈은 전세계 수퍼컴퓨터가 계산한 예측 모델이 제각각으로 나올 만큼 이례적인 경로로 움직였다. 중국을 향해 북서진하던 카눈이 동쪽 일본 방향으로 갑자기 틀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지난달 31일에는 전세계 10여개 주요 수치예보 모델이 모두 완전히 다른 경로를 제시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여러 수퍼컴퓨터가 내놓는 모델을 종합해 경로를 예보한다. 결과적으로 카눈의 실제 경로와 가장 가까운 예보는 한국 기상청의 예보였다. 기상청은 1일 카눈이 일본 남부를 향해 동진한다는 5일치 예보를 냈다. 카눈은 실제로 4일에 서진을 멈추고 방향을 반대 쪽으로 꺾어 일본 남부 바다를 향해 움직였다.
카눈이 일본으로 향하고 있던 6일, 기상청은 카눈이 방향을 또 꺾어 한반도에 상륙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6일 밤부터는 한반도 중심을 관통한다는 예보를 내놓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한반도 중심 관통 예보를 바꾸지 않았다.
당시 수치예보 모델들은 매일 다른 경로를 제시하고 있었다.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하기 이틀 전인 8일까지도 영국 모델은 서해 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고, 미국 해군 모델은 동해를 따라 북진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결국 상륙 하루 전인 9일이 돼서야 다른 모델들도 한국 기상청 예보와 같은 한반도 관통 경로를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이례적으로 어려웠던 태풍 예보를 기상청이 안정적으로 해냈다고 평가한다.
문일주 제주대 태풍센터 교수는 “기상청이 막판에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번처럼 이상 경로를 취하는 태풍은 오차가 상당히 커서 맞추기가 어려운데 결과적으로 한국이 제일 정확했다”고 평가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영국·미국·미 해군·일본 등 전세계 수치예보 모델울 계속 지켜봤는데, 기상청이 뚝심있게 예보를 잘했다”고 말했다. 반 센터장은 “미국이나 일본 모델이 서쪽으로 치우친 결과를 내고 있어서 기상청도 예보를 바꿀것으로 생각했는데, 바꾸지 않더라”고 했다.
강남영 경북대 교수는 “기상청은 자체 수치예보 모델뿐 아니라 전세계 주요 모델 결과, 수치예보 모델이 다 담지 못하는 다른 데이터들을 종합해 예보를 한다”며 “결국 예보는 사람이 하는 것인데,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카눈이 소멸한 가운데 7호 태풍 ‘란’이 북상하고 있다. 란은 이날 오전 9시 일본 도쿄 남남동쪽 1030㎞ 해상을 지나 도쿄 방향으로 북진 중이다. 기상청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란이 일본을 통과해 동해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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