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동결 자금 해제에…“한국 기업 미수금 문제도 해결해야”
한국에 동결돼 있던 이란 자금이 4년여 만에 풀렸다. 미국과 이란이 양국 수감자들을 석방하고, 한국과 이라크에 묶여있던 이란 자산을 동결 해제하는 데 합의하면서다. 11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한국 내 이란 자금이 스위스의 한 은행에 이체돼 유로화로 환전된 상태이며 카타르 중앙은행 내 계좌로 송금될 준비가 돼 있다”며 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에 동결 조치가 해제되는 한국 내 이란 자금은 약 60억 달러(약 8조원) 규모다.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 내 이란중앙은행 명의 계좌에 예치됐던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이다. 2010년부터 한국은 미국 승인 아래 원화결제시스템을 사용해 이란과 직접 외화를 거래하지 않으면서 교역해왔다. 국내 기업들이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할 때 이 계좌에 원화로 대금을 입금하는 한편, 이란에 비제재 품목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은 이 계좌에서 대금을 받는 식이다. 하지만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상대 제재를 전면 부활시키면서 2019년 5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계좌를 닫았다. 은행 입장에선 이 계좌를 계속 운영했다간 강력한 제재를 받아 국제 금융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어 부담이었다.
갑작스레 계좌가 닫히면서 원유 수출 대금이 묶이자 이란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해왔다. 2021년 1월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오만 인근 해역을 지나던 한국케미호를 나포했을 당시에도 이 원유 수출 대금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달에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 제기 절차에도 돌입했다. 이번 합의로 동결 자금을 둘러싼 한국과 이란 사이 갈등도 해소되는 모양새다. 동결 자금이 예치된 은행들은 정부의 지시를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은행 관계자는 "외교적 관례와 양국 합의에 따라 이행할 사안"이라며 자세한 자산 규모, 향후 처리 절차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현재 동결 자금 계좌에 함께 묶여 있는 한국 수출 기업의 미수금을 회수하는 절차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9년에 갑작스레 계좌가 닫히는 바람에 이 계좌로부터 물품 수출 대금을 받던 한국 기업들은 4년 넘게 발을 구르고 있다. 지난 2017년 7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기업 대상 설문조사로 파악한 미수금 규모는 총 411건, 2433억원이었다. 2021년 한국 정부가 미국 승인 아래 이란의 유엔 분담금을 해당 계좌에서 내주는 과정에서 약 7000만 달러(당시 약 805억원)의 미수금 회수에 성공했지만, 미수금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중동 전문가인 신동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전자제품이나 철강제품을 수출한 기업들이고 중소기업인 경우도 많다"며 "미수금 문제로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해고당하는 등 안타까운 사연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정부가 연체 이자 등을 반영한 정확한 미수금 규모를 조사해 파악하는 게 시급하다”며 “계좌에 있던 자금이 해외로 모두 넘어가게 되면 국내 수출 기업들이 이란으로부터 제대로 대금을 받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지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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