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벨라루스 국경에 병력 1만명 보낸다..."침략자 쫓아낼 것"

폴란드 정부가 벨라루스와의 국경에 병력 약 1만 명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벨라루스에 머물고 있는 러시아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유럽 일대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폴란드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자 우크라이나 최대 우방국이고, 벨라루스는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까지 배치한 친러 국가다.

폴란드와 벨라루스의 국경 지대. AP=연합뉴스

CNN 등에 따르면 마리우시 블라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이날 자국 공영 라디오 방송에서 "군인 1만 명이 벨라루스와의 접경지에 배치될 것"이라며 "이 중 4000명은 국경 수비대를 직접 지원하고, 나머지 6000명은 예비군 병력"이라고 밝혔다. 폴란드는 바그너그룹이 벨라루스에 도착한 후 지금까지 국경 지대에 군인 2000여 명을 급파했는데, 이 규모를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블라슈차크 장관은 "우리는 침략자(바그너그룹)가 감히 우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쫓아버리기 위해 벨라루스 국경 가까이 군대를 이동시킨다"고 했다.

바그너그룹은 지난 6월 24일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주도로 무장반란을 일으켰다가 하루 만에 철수한 후 벨라루스로 근거지를 옮겼다. 이후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와 폴란드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서방은 현재 벨라루스에 바그너 용병이 4000~5000명가량 있다고 추정한다.

벨라루스와 바그너그룹은 지난 7일부터 수바우키 회랑 근처에서 합동 군사 훈련을 벌이고 있다. 약 100km의 수바우키 회랑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를 통과해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를 연결하는 육상통로다. 서방은 러시아가 나토를 상대로 군사 도발에 나설 경우 지정학적 요충지인 수바우키 회랑부터 점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달 초엔 벨라루스 군용 헬기 2대가 폴란드 영공을 침범하는 일도 발생했다.

벨라루스 군대와 바그너그룹이 지난달 합동 훈련을 벌이는 모습. AP=연합뉴스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두 정상은 폴란드를 향해 노골적인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바그너그룹이 폴란드를 공격하길 원한다"는 주장을 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폴란드를 겨냥해 "벨라루스에 대한 어떤 공격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폴란드와 러시아·벨라루스 간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일각에선 나토와 러시아 간 직접 충돌 가능성이 커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가 공격받을 경우 나토는 폴란드 방어를 위해 군사적 지원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러시아와 나토의 충돌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다른 나토 회원국인 리투아니아는 바그너그룹의 침략에 대비해 벨라루스와의 국경 일부를 폐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