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멀어지는 3약, 그래도 희망은 있다
[이준목 기자]
프로야구 5강 경쟁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8월 중순에 접어들며 올시즌 순위 경쟁의 서열이 어느 정도 뚜렷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선두 LG 트윈스가 유일한 6할대 승률(58승 2무 35패)을 질주하며 독주체제를 굳혀가고 있고, 3위 KT 위즈(51승 2무 44패)가 대약진하며 SSG 랜더스(53승 1무 40패)를 3게임차까지 추격하며 2강 체제를 흔들고 있다.
다만 KT도 NC 다이노스(49승 1무 45패)에 1게임차로 추격당하고 있다. 3위에서 6위 KIA 타이거즈(44승 2무 44패)까지 4팀의 촘촘한 승차가 3.5게임에 불과하다. 여기에 7위 롯데 자이언츠도 KIA에 2.5게임, 5위 두산(48승 1무 45패)과도 아직 4게임차이라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기에 충분한 여유가 있다.
하지만 8위 한화 이글스(38승 5무 51패)부터 9위 삼성 라이온즈(40승 1무 56패), 10위 키움 히어로즈(42승 3무 59패)의 하위권 3팀은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현재 세 팀중 그나마 순위가 가장 높은 한화가 불과 한계단 위의 7위 롯데와 4게임차다. 5강 막차권인 두산과는 그 두배인 8게임차이나 벌어져 있다. 삼성은 9.5게임, 키움은 10게임이다. 현실적으로 두 달 정도밖에 남지않은 정규시즌 내에 따라잡기가 쉽지않은 격차다.
최근 3팀의 전력과 상황도 가을야구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높인다. 한화는 현재 4연패 포함 최근 10경기에서 1승 1무 8패의 부진에 빠져있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후반기 성적은 4승 1무 11패로 공수가 모두 붕괴됐다.
한화는 감독 교체 이후 지난 7월 초 18년 만에 8연승을 달린 바 있다. 당시 5강권과의 승차는 2게임까지 좁히며 2018년 이후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불과 40일만에 기세는 완전히 꺾였고 이제는 다시 꼴찌 추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던 키움의 상황도 좋지 않다. 투타의 핵심인 이정후와 에릭 요키시, 에디슨 러셀 등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선발 자원 최원태마저 트레이드한 키움은 후반기 한때 9연패의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후반기 성적은 4승 1무 12패로 한화보다 더 나쁜 리그 최악이다.
그나마 삼성이 후반기 9승 1무 7패로 선방하여 꼴찌를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여름에 접어들며 안정된 선발진에 구자욱 등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며 상위권 팀들의 발목을 잇달아 잡고 반등했다. 하지만 중요한 시점에 선발진의 핵심이던 외국인 투수 앨버트 수아레스가 부상으로 낙마하며 또다시 전력에 큰 손실을 입게 된 게 뼈아프다.
가을야구 가능성과 별개로 세 팀의 마지막 자존심이 걸린 탈꼴찌 전쟁도 후반기 순위싸움의 또다른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하위권 3팀의 승차는 총 2게임에 불과하다. 현재로서는 세 팀중 누가 꼴찌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세 팀 모두 그리 반갑지 않은 흑역사를 새로 쓰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한화가 또다시 꼴찌로 내려앉을 경우, 2020년부터 4년 연속이 된다. KBO리그에서 4년연속 꼴찌는 롯데 자이언츠(2001-2004)만이 보유한 기록이다. 또한 한화는 롯데와 함께 통산 9번의 꼴찌로 이 부문 최다 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화가 만일 올시즌까지 꼴찌를 기록한다면 롯데를 뛰어넘어 단독 1위이자 KBO리그 역사상 전대미문의 '첫 두 자릿수 꼴찌 달성'라는 불명예 기록을 추가하게 된다.
반면 삼성은 창단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꼴찌를 기록해 보지 않은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1982년 프로 출범 원년이래 KBO리그에서 최장 기간 정규시즌 최하위가 단 한 번도 없다는 진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만일 삼성이 올시즌 꼴찌가 된다면 이 기록은 무려 42년 만에 최초로 깨지게 된다.
현재 최하위인 키움은 주력 선수들의 부상 이탈과 트레이드로 사실상 '시즌 포기와 리빌딩 체제'로 들어간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서 하위권 세 팀중 순위싸움이 동력이 가장 떨어지는 편이다. 키움은 2008년 창단 이래 넥센 히어로즈 시절인 2011년 꼴찌를 한 차례 기록한 것이 유일하다. 당시는 8개구단 체제였고 올시즌 다시 꼴찌를 기록한다면 12년 만이자 '현 키움 히어로즈-10개구단 체제'에서는 최초의 불명예 기록이 된다.
세 팀 모두 팀의 상황은 어렵지만 그럼에도 위안과 희망은 존재한다. 한화는 노시환과 문동주라는 올시즌 가장 유력한 MVP와 신인왕 후보를 동시에 배출했다. 노시환은 올시즌 홈런(26개)-타점(71개)-장타율(.569) 등 3개 부문 선두에 올라있어서 NC의 외국인 투수 쪽에릭 페디(NC)와 함께 강력한 MVP 후보로 떠올랐다. 투수 문동주는 올해 19경기(98⅓이닝) 6승7패 평균자책점 3.39 탈삼진 83개로 신인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삼성과 키움은 팀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2000년대생 영건들의 활약상으로 위안을 얻고 있다. 삼성 김현준은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3할대 타율(.311)에 78안타 2홈런 25타점 37득점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특히 후반기에만 17경기에 나서 타율 .329 25안타 13타점 16득점으로 삼성의 주전 리드오프 자리를 꿰찼다. 최근에는 부상으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이 사실상 힘든 '천재타자' 이정후의 대체자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키움도 최원태와의 트레이드로 합류한 유망주 이주형이 타율 3할 2푼 2리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키움 이적 이후의 성적은 타율 .333(45타수 15안타) 2홈런 9타점에 이른다. 8일 롯데전에서는 5타수 5삼진을 당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으나, 이틀만인 10일에는 올시즌 두 번째 한 경기 3안타를 때려내는 등 키움의 주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시즌은 아직도 길게 남아있다.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설령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그 역시 또다른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하위권 팀들의 분발을 끝까지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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