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이한준 “LH 통합했지만 칸막이 여전…보고 누락 등 무한책임”

임정희 2023. 8. 1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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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1일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데일리안 임정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중 철근이 누락된 무량판 구조 아파트가 20개 단지로 확인됐다.

11일 이한준 LH 사장은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당초 지난달 31일 발표 당시 누락됐다고 알려진 단지는 15곳이었으나 5곳이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이 사장은 “당초 (철근 누락된 단지는) 15개가 아니라 20개였고 5개를 빼고 발표한 것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5개 단지가 누락돼 보고됐다. 누락된 단지의 차이를 보니 3~4개 정도의 기둥에서 하자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31일 발표 전 현장에서 자체보강을 했고 이 5개 단지를 뺐다고 10일 오후 보고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고가 누락된 사태에 대해 이 사장은 고개를 숙이며 조직·인적쇄신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구조조정은 물론 경찰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의 힘을 빌려 쇄신을 단행할 계획이다.

이하 이한준 LH 사장과의 일문일답.

▲거취와 관련해 사의 의사로 받아들여도 되나.

-공기업의 공인은 본인 의사보다 임면권자의 의사가 더 중요하다. 제 거취는 사즉생의 각오로 언제든 임면권자의 뜻에 따를 준비가 돼 있고 맡겨주시는 동안 언제 떠나더라도 소임을 다하겠다.

▲외부 기관을 통해 혁신한다고 했는데 문제는 내부에서 발생했다. 내부적으로 강력하게 조치를 할 생각은 없나?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감사한다고 하면 과연 누가 믿겠나. 실질적으로 내부 감사는 진행하고 있다. LH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감사실장을 외부에서 공무했다. 내부 직원이 돌아가면서 하면 편의를 봐줄 수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공모했고 준법감시위원도 9월 만료되는데 외부에서 공모받아 감사기능을 강화하려고 한다. 감사실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부의 힘만으로 정화하기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검찰과 공정위, 감사원 등 외부기관에 맡겨 진행하고 있다.

▲LH 조직 규모가 크다는 건 구조조정까지 단행하겠다는 것인지.

-당연하다.

▲제3자로부터 보고 누락 정보를 받았다고 했는데 제3자가 어떤 기관인지.

-정부기관은 아니다. 제가 아는 다른 채널을 통해 확인했다. 철근이 누락된 5개 단지가 추가되는 것을 보고받고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확인하는 전화가 왔다. 제게 보고한 것도 스스로 문제가 있어서 보고한 것이 아니라 낌새를 눈치채고 어차피 알게될까봐 보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번 사태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스스로 경미하다고 판단해 본인들이 자료를 뺀 것 자체가 맞는가. 제가 보기에는 기둥이 3~4개가 아니라 1개가 문제가 있어도 심각한 안전상의 문제가 잇다고 생각하는데 담당했던 엔지니어들이 이를 경미하다고 뺐다는 것이 안일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거취 문제에 대한 뜻을 국토부에 전달했는지.

-미리 상의된 바는 없다. 어제 고민 끝에 LH를 혁신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LH를 혁신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송구스럽지만 제가 있는 제 직장을 외부 힘에서 한다는 참담한 심정을 그대로 말씀드리는 것.

▲지난주 말씀한 대책은 인력확보가 불가피해 보이는데 이번주 말씀과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사실 숫자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 있는 인력이 얼마나 능력을 발휘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기본적인 방향은 본사 조직은 대폭 줄이겠다. 지역본부에 있는 내근 조직도 대폭 줄이겠다. 현장 실행능력을 강화하겠다.

▲철근 누락 단지 5곳이 추가 확인됐는데 신뢰가 안 간다. 원점에서 다시 조사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외부기관에 맡겨야 하는 것이 아닌지.

-15개에서 20개 단지로 늘어나면서 국민이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런 측면에서 무량판 구조로 돼 있는 모든 지역에 대해 필요하다면 제3의 기관을 통해서라도 다시 할 수 있다. 부실이 판정된 곳은 보강공사를 하고 입주민이 원하는 업체를 선정해 안전진단을 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지만 안전이 부실하지 않다고 나온 곳에는 그렇게 받아들이면 될 거 같다.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식은.

-주거 급여 관련 직원이 600여 명인데 이 부분을 지자체에 이관해야 했는데 아직까지 이관이 안됐다. 이관받는 기관에서 어려움을 호소해 이관을 못했다. LH가 해야 할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를 분류해 하지 않아도 될 업무를 정부와 협의해 이관할 것.

▲LH가 해야 할 핵심 업무와 하지 말아야 할 업무는 어떤 것인지.

-업무 택지개발 관련 업무, 주택건설 업무, 임대주택 및 서민 주거 복지 업무 등 세가지로 나뉜다. 택지 공급 부분은 아웃소싱이 어렵기 때문에 정밀화할 것이다. 주택공급은 공공분양과 공공임대 건설이 있는데 공공분양은 현재도 민간참여형 사업을 하고 있다. 민간참여형을 확대해 LH가 시공과 설계권한을 활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감리는 LH가 감리업체를 선정하는데 전관과 관련된 부분이 힘들었다. 감리 선정 권한을 LH에서 떼어 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LH는 설계를 할 수가 없다. 1억원 이상은 법을 개정해 공모에 의해 업체를 선정하고 공모된 건 수의계약을 맺도록 하게 돼 있다. LH가 수의계약이 많다고 하는데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다. 감리도 LH가 감리업체를 선정하지 않으면 전관에서 자유로워진다.

분양주택도 설계·시공·감리에 대해 LH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민간이나 다른 기관에 위탁하거나 넘겨 버리겠다. 내부 직원도 전관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게 좋은 게 아닌가 이렇게 보고 있다. 임대주택에는 주거급여도 포함되는데 주거급여는 지난 정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화로 전입된 인력들이 맡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비정규직 정규화 인력이 2400여 명정도 되는데 LH가 비대화 됐다. 내부 갈등 요소가 많다. 엄격히 보면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을 가지고 있기에 내부 갈등 요소가 많고 외부적으로 조직 비대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부분을 확실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는데 2009년 통합 출범한 조직이 아직까지 통합되지 않았다 통합 가치가 유효하다고 봐야하나.

-정부가 통합시킨 건 맞다고 본다. 그런데 통합을 할 때 제대로 통합이 돼야 하는데 무늬만 통합이 됐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구조설계견적인데 구조견적단이라는 보직이 있다. 그 자리에 건축 도면도 못보는 토목직이 맡고 있었다.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게 설계, 구조, 견적 아닌가. 2009년 통합 이후 이 보직을 토목직이 맡고 있었다. L과 H가 각각 이 자리는 네 자리, 이 자리는 내 자리라고 구분한 거다.

작년 12월 31일 인사를 하는데 구조견적단이라는 자리가 왜 토목직인지 묻고 건축직으로 바꾸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구조견적단은 무조건 건축직으로 바꾸라고 하니 임원들이 24시간 고생해서 바꿨다.

인천 검단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구조견적단 직원에 물어보니 직원이 없어서 설계서 검토할 인원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10명을 추가 증원했다. 이런 정도로 통합만 했지 내부적으로는 L과 G가 자리를 나눠먹다 보니 구조견적단에 토목직이 맡았던 것이다. 이런 조직이기 때문에 조직을 바꾸고 쇄신하지 않으면 절대 LH가 국민께 봉사할 수 없다고 본다.

▲이번에 누락된 5개 단지는 어디까지 보고됐는지 파악했나. 9개월 간 조직을 관리하면서 사장의 책임은 어디까지라고 보는지.

-무한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8일 화성비봉에 국토부 장관을 모시고 갔을 때 이 사실을 알게 돼 고민을 했다. 1차적으로 주택을 담당하는 본부장을 해임조치했다. 이어서 보고체계 과실을 범하는 부분이 어딘가 해서 감사를 지시해 감사가 진행 중이고 감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인사 조치가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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