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1년에 10시간 뿐"…中 간첩법 구금된 호주 女앵커 폭로
태양이 그립다. 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지만 나는 1년에 단 10시간 그곳에 서 있을 수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3년째 구금 중인 중국계 호주 언론인 청 레이(48)의 상황이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 그는 중국 관영 CCTV 국제 방송인 CGTN 앵커였던 2020년 8월 국가 기밀을 해외에 제공한 혐의로 체포돼 현재까지 판결도 없이 비공개 시설에 구금돼 있다.
그와 연인 관계인 닉 코일 전 중국 호주상공회의소 회장은 10일(현지시간) 호주 ABC방송에 출연해 청 레이의 메시지를 공개했다. 중국 주재 호주 대사관 영사가 지난달 30일 그를 면담하면서 구술한 내용이다. 영사 면담은 매달 한차례 30분간 가능하다고 한다.
청 레이는 구금 중인 곳에서 햇볕조차 마음대로 쬐지 못한다며 고통을 토로했다. 그는 “침구는 매년 2시간 동안 햇볕에 노출해 공기를 통하게 할 수 있다”며 “호주에 살 때 내가 태양을 피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장 힘든 건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청 레이가 마지막으로 전한 말은 “무엇보다 아이들이 그립다”는 것이었다. 딸은 그가 구금된 지 3년 만에 고등학생이 됐고 아들은 곧 고등학교에 들어간다.
청 레이는 “내 안에 있던 중국이라는 일부는 법적, 감성적 한계를 뛰어넘어 사라졌다”며 우회적으로 중국 당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3월 비공개 재판을 받았고 현재 1년 5개월째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재판 당시 그래엄 플랫처 주중 호주대사가 법원 입장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체포 후 첫 6개월간 혐의 없이 독방에 수감되기도 했다.
BBC는 “중국에서 국가 안보 위협은 매우 모호한 개념이며 정부가 민감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을 포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일 전 회장은 “이 사건이 정치와 분리돼야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 간의 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며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청 레이의 메시지가 공개된 뒤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은 “모든 호주인은 그가 아이들과 다시 만나는 것을 보기 원한다”며 “국제 규범에 따른 정의와 절차적 공정성, 인도적 대우가 충족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양국 관계는 지난 2020년 코로나 우한 기원설 조사 주장, 2021년 미국ㆍ영국ㆍ호주 3자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 출범 등으로 악화됐고 중국의 호주 석탄 수입 금지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지난 5월 호주 통상장관의 베이징 방문과 중국의 호주 보리 수입 재개 등으로 최근 관계가 개선되는 분위기다.
AP통신은 “중국은 외교적 이익을 얻기 위해 외국인을 억류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 레이는 중국 후난성(湖南省) 출신으로 10세에 가족과 호주로 이주했다. 호주 시민권자인 그는 호주에서 일을 하다 2003년부터 베이징에서 중국 관영 CCTV 기자로 활동했고, CCTV의 영어방송 채널 CGTN의 앵커로 유명해졌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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