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순수하고 풋풋한 중년 로맨스

데스크 2023. 8. 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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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성수기 극장대전 성적표가 하나둘씩 나오면서 빅4 한국영화들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첫 테이프를 끊은 제작비 180억원의 영화 '밀수'는 400만 관객을 동원했지만,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영화는 사회고발을 다루는 무겁고 어두운 영화들이 범람했다.

한국형 로맨스코미디는 K-콘텐츠를 좋아하는 세계 영화팬들이 선호하는 장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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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달짝지근해: 7510’

여름 성수기 극장대전 성적표가 하나둘씩 나오면서 빅4 한국영화들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첫 테이프를 끊은 제작비 180억원의 영화 ‘밀수’는 400만 관객을 동원했지만,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비공식작전’과 ‘더문’은 처참한 수준이고 마지막 주자로 나선 ‘콘크리트 유토피아’ 역시 긍정적이지는 않다. 이런 가운데 15일 개봉을 앞둔 영화 ‘달짝지근해’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과자밖에 모르는 천재 제과 연구원 치호(유해진 분)는 사랑한번 못해본 노총각이다. 그의 삶은 6시에 기상, 5시 칼퇴근하여 6시면 집에 도착한다. 삼시세끼를 과자로 해결하면서 매일같이 반복되고 단조로운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그의 앞에 직진밖에 모르는 캐피탈업체 직원이자 싱글맘인 일영(김희선 분)이 등장한다. 순수한 치호에게 끌린 일영은 그에게 밥친구를 제안하고 이때부터 치호는 인생의 새로운 맛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영화는 세대가 공감하는 사랑의 이야기를 담는다. 45세 치호는 사람을 대하는 것은 물론 사랑에는 어리숙한 반면 일영은 순수한 치호를 보고 적극적으로 리드한다. 둘은 만남이 잦아지면서 서로에게 빠져든다. 허무개그로 까르르 웃고 뜨거운 열에 움직이는 육수 그릇만 봐도 하하 호호 웃음꽃이 핀다. 젊은 사람들처럼 분식집에서의 데이트도 마냥 행복하고 즐겁기만 하다. 처음 사람에 빠진 어리숙한 모습의 치호를 보고 있노라면 40대의 중년이라는 것을 잊게 한다. 사랑이 시작될 때 간질간질했던 가슴이 위기에 부딪히자 콕콕 찌르듯 아프다고 할 때, 사랑을 경험했던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하게 된다. 더욱이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첫사랑의 과정을 뻔하지 않고 신선하고 깊이 있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다.

로맨틱 코미디의 등장도 신선하다. 영화는 담백한 로맨스와 소박하고 생활밀착형 웃음이 균형감 있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순수함과 유치함, 신선함과 엉뚱함 사이에서 어느 하나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룬다. 또한 사랑이 지닌 기쁨과 슬픔의 양면성과 웃음과 감동을 모두 담았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영화는 사회고발을 다루는 무겁고 어두운 영화들이 범람했다. 그러나 영화 ‘달짝지근해’는 2000년대 자주 보던 순박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형 로맨스코미디는 K-콘텐츠를 좋아하는 세계 영화팬들이 선호하는 장르다. 최근 OTT에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드라마와 영화가 인기 있는 이유다. 극장가에 모처럼 재미와 감동을 담은 장르의 영화가 등장해 반갑다.

주인공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스크린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김희선이 20년 만에 복귀했다. 그는 2000년대 드라마에서 로맨틱 코미디 작품들을 모두 성공시켜 ‘로코퀸’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다녔다. 이번 ‘달짝지근해’는 김희선의 매력히 충분히 발휘된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유해진은 순진무구한 치호를 완벽하게 구현했고, 양아치로 등장한 차인표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극 중 캐릭터들이 서로 엮일 때마다 배우들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게 ‘달짝지근해’의 매력이다.

지루했던 코로나 19 사태는 점차 끝나가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집단 우울증에 빠져들고 있다. 짜증나는 무더위도 문제지만 교육계를 비롯한 경제, 사회 전반에서 그동안 억눌렸던 문제들이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분노와 어두움보다는 즐거움과 긍정적인 일들이 필요하다. 영화 ‘달짝지근해’는 비록 저예산 영화지만 무더운 여름에 사랑과 웃음을 통해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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