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처음 '하방' 표현 뺐다…정부의 경제 자신감 결정적 이유
정부가 공식 경제진단에서 경기가 하강한다는 뜻의 ‘하방(下方)’ 표현을 뺐다. 경기 반등 전망에 자신감이 붙은 모양새다.
기획재정부는 11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물가 상승세가 지속해 둔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등 수출 물량 회복, 경제 심리와 고용 개선 흐름 지속 등으로 경기 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린북은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 공식 평가를 담은 보고서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 펴낸 그린북과 비교하면 낙관론이 힘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월까지 줄곧 “경기 둔화 우려” 판단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2월부터 “경기 흐름 둔화”로 선회했다.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의미다. 이후 7월까지 6개월째 경기 둔화 판단을 이어갔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계절 요인으로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완만한 개선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6월부터다.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했다”(6월호)→“하방 위험이 완화했다”(7월)고 진단하며 수위를 낮췄다. 그리고 8월엔 경기가 하강한다는 취지의 ‘하방’ 표현을 두 달 만에 뺐다. 경기가 6~7월 ‘저점’을 찍고 반등한다는 진단이다. 다음 단계인 ‘경기 회복’ 진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가 ‘청신호’를 낸 건 고용·수출·소비·물가 지표가 모두 나아지고 있어서다. 먼저 경제 ‘버팀목’인 지난달 소매판매(소비)는 1년 전보다 1.4% 늘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도 103.2로 전월 대비 2.5포인트 올랐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웃돌면 경기를 좋게 평가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전년 대비 취업자 수가 계속 늘고 있고, 7월 고용률·실업률이 각각 63.2%·2.7%로 역대 최고·최저 수준을 유지하는 등 고용이 호조세를 보이는 것도 긍정적이다. 물가 상승률은 6월 2.7%에서 7월 2.3%로 떨어져 두 달째 2%대를 유지했다.
수출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정보기술(IT)·석유화학 업황이 부진한 영향으로 수출이 1년 전보다 16.5% 감소했지만, 수입은 25.4% 줄었다. 결과적으로 무역수지(16억3000만 달러)가 두 달째 흑자를 냈다. 정부는 무역 흑자 확대 등에 힘입어 경상수지 흑자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특히 수출 물량 회복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3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가 계속되던 수출 물량은 6월 들어 7.5% 늘며 증가세로 전환했다. 반도체의 수출 물량은 5월 8.1%, 6월 21.6% 각각 증가했다. 이승한 과장은 "반도체 수출 물량은 7월에도 증가가 예상되고, 수출 금액 기준으로도 8월 1∼10일 실적이 올해 들어 가장 좋다"며 "전체적인 수출 금액도 10월에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가 경기 둔화 터널의 끄트머리를 지나고 있다는 진단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시각과도 일치한다. KDI는 ‘8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한국 경제는 경제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7월이 ‘저점’이라고 분석한 뒤 경기 반등에 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다. 한국은행도 물가 상승률 둔화를 근거로 기준금리를 4연속 동결(3.5%)했다. 물가 대응보다 경기 회복에 방점을 두는 모양새다.
다만 다른 시각도 있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은 ‘경제동향과 전망’ 3분기 보고서에서 “내수·수출의 동반 부진에 기인해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이 1.3%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1.4%)나 KDI(1.5%)보다 비관적인 성장률 전망이다. 중국의 경기회복 지연, 국제유가 상승 등이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고물가 등으로 소비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가 올해 안에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라며 "중국의 경기 반등 무산으로 인한 영향이 미국 등 주요국으로 파급된다면 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재부와 KDI가 반도체 경기 반등, 중국 경제 회복,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 등 부정적인 변수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다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경제주체 심리를 개선해 소비를 활성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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