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대선후보 살해에 멕시코 갱단 관여 가능성…전국 비상사태 선포
남미 국가 에콰도르에서 대선을 열흘 앞두고 벌어진 유력 대선후보 피살 사건의 용의자로 콜롬비아인 6명이 검거됐다. 이번 사건에 멕시코 마약 밀매 카르텔이 관여됐다는 주장 제기된 가운데 에콰도르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과 영국 BBC 방송,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에콰도르 경찰은 수도 키토의 한 주거지를 급습해 용의자 6명을 모두 검거했다. 현장에 있던 산탄총 4정, 5.56㎜ 소총, 탄약, 수류탄, 차량·오토바이 등도 압수했다. 후안 자파타 에콰도르 내무장관은 “경찰은 용의자 조사 중이며, 범죄의 동기와 배후를 밝혀내기 위해 모든 수사 역량을 총동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의자는 콜롬비아 국적, 배후는 멕시코 갱단 의혹
경찰은 이들이 모두 콜롬비아 국적이라고 피의자 신원을 공개했다. 콜롬비아 일간지 엘티엠포는 에콰도르에서 자국민이 체포됐단 사실을 보도하며 “이중 일부는 과거 살인과 마약밀매 등 전과가 있다”고 전했다.
앞서 전날 오후 6시20분께, 야당 ‘건설운동’ 소속의 대선 후보인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59)가 키토의 한 체육관에서 선거 유세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 과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현장에서 경찰의 총격에 용의자 한 명이 숨졌고, 그 역시 콜롬비아 국적으로 밝혀졌다.
언론인 출신인 비야비센시오는 대선 후보 8명 중 여론조사 5위권이었으나, 최근 2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유력 주자로 급부상한 상태였다. 반(反) 부패 이미지가 강한 정치인으로, 과거 마약 밀매 갱단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시날로아 카르텔을 언급하며, 로스 초네로스 카르텔의 수장 아돌프 마시아스(피토) 측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로스 초네로스 카르텔은 에콰도르에 급증하는 각종 강력 범죄의 배후로 지목되는 갱단으로, 그 수장인 피토는 최근 수감 중인 교도소에서 경찰관을 들러리로 내세운 ‘에콰도르 갱단 간 평화 협정’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멕시코에 기반을 둔 악명 높은 마약 밀매 카르텔인 시날라오 카르텔과는 동맹처럼 얽혀있는 것으로 에콰도르 당국은 보고 있다.
비야비센시오 피살 사건에 멕시코의 시날로아 카르텔이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아직 가설에 그치는 선정적 버전으로 보인다”며 일축했다.
가디언 "불법단체, 정당·정부 침투했단 증거"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은 비야비센시오의 피살 사건에 대해 “분노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그에 대한 기억과 그를 위한 싸움을 위해 가해자를 꼭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날 전국에 6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 병력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또 3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언한 뒤, 오는 20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콰도르는 중남미에서 비교적 안전한 국가로 꼽혔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콜롬비아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현지 범죄 조직에 침투하면서 치안 상황 극도로 불안정해졌다. 시몬 볼리바르 대학의 카를로스 라레아 교수는 “이번 피살 사건은 에콰도르 내 위기의 엄청난 확대를 의미한다”면서 “불법 단체가 정당과 정부로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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