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해병대 수사단장 "사단·여단장 넣었더니 '대대장 이하로 하라' 지시"
[김도균 기자]
▲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문을 읽고 있다. 군 검찰단 출석이 예정됐던 박 전 수사단장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2023.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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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경북 예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과정에서 순직한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군 검찰에 입건된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국방부로부터 사건을 축소하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은 11일 오전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일 오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한 통화에서 "법무관리관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를)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통화가 이루어진 시점(1일 오전 9시 43분경)은 박 전 단장이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기초수사 결과를 보고해 결재를 받고, 이어 언론 브리핑을 위해 만든 자료를 국가안보실에 보낸 지 이틀이 지난 뒤였다.
박 전 단장은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직접 물에 들어가라고 한 대대장 이하를 말하는 것이냐"라고 물었더니, 법무관리관이 "그렇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박 전 단장이 "그것은 협의의 과실로 보는 것이다. 나는 사단장과 여단장도 사망의 과실이 있다고 보고 광의로 과실 범위를 판단했다"면서 "어차피 수사권은 경찰에 있으니 경찰에서 수사해 최종 판단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전 단장은 "지금 하신 말씀은 외압으로 느낀다. 제삼자가 들으면 뭐라 생각하겠나. 이런 이야기는 매우 위험하다. 조심해서 발언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국방부 등 상부로부터 해병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배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사단장을 직접 빼라고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국방부 법무관리관과의 통화에선 "묵시적으로 빼라고 느꼈다. 사단장 빼라는 것이냐고 되물으니 관리관은 답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단장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경찰 이첩 보류에 대해 명시적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전 단장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로부터도 조사자료를 보내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거부하고 나중에 언론 브리핑 자료를 대신 제출한 과정도 설명했다.
박 전 단장은 7월 30일 해병대사령부 정책실장으로부터 '국가안보실에서 수사 결과보고서를 보내라고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안 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전화로 '언론 브리핑 자료라도 보내주라'고 지시해 언론 브리핑 자료를 안보실에 보냈다는 것이다.
이후 해병대 수사단은 7월 31일 국가안보실에 보낸 것과 동일한 자료를 언론에 브리핑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국방부로부터 브리핑을 취소하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우즈베키스탄 출장에서 돌아올 때까지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하지만 박 전 단장은 8월 2일 오전 사건을 민간경찰(경북경찰청)에 이첩했으며, 국방부는 같은 날 오후 경찰로부터 사건 기록을 회수하고 다음날 해병대 수사단을 압수 수색했다.
해병대 측 "7월 31일 경찰 이첩 연기 지시"... 박 대령 주장과 배치
한편,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중장)은 11일 박정훈 대령에게 지난 7월 31일 조사자료 경찰 이첩을 연기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해병대는 이날 국방부 기자단에 배포한 '해병대 전 수사단장이 공개한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진행경과에 대한 입장'에서 "해병대사령관은 7월 31일 정오께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자료에 대한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국방부 법무 검토 후 이첩하라는 지시를 장관으로부터 수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해병대사령관은 당일 오후 4시 참모 회의를 열어 '8월 3일 장관 해외 출장 복귀 이후 조사자료를 보고하고 이첩할 것'을 수사단장에게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박 대령이 이날 사건 수사과정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해병대사령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진행경과'를 통해 주장한 내용과 배치된다.
박 대령은 해병대사령관의 조사자료 경찰 이첩과 관련한 명확한 지시는 지난 2일 경찰 이첩 절차가 시작된 이후인 당일 오전 10시 51분께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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