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 청혼 거절, 열등감"…'신림역 흉기난동' 조선 구속기소

허정원, 김정민 2023. 8. 1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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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역 흉기난동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장)이 11일 피의자 조선(33)을 구속기소했다. 조선에게는 살인, 살인미수, 절도, 사기, 모욕 혐의가 적용됐다.


자기불행감·고립상태…조선 "어려서부터 불우했다"


신림역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가운데)이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에 구속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조선은 지난달 21일 오후 2시쯤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거리에 서 있던 피해자 A(22)씨에게 다가가 흉기로 얼굴·목 등을 약 18회 찔러 과다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살인)다. 1분 뒤 30대 남성 3명 등도 목과 등을 수차례 찌르는 등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살인미수)도 있다.

수사결과 조선은 이 밖에도 사건 당일 인천 서구에서 서울 금천구까지 택시를 무임승차(사기)하고, 금천구에 있는 마트에서 식칼 2개를 훔치기도(절도) 했다. 지난해 12월엔 특정 게임 유튜버를 모욕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김수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이 11일 오전 신림역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의 구속기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은 조선의 심리상태를 분석한 결과 “무직 상태 장기화에 따라 자기불행감이 증가하고 자극적인 게임에 몰두하는 자기고립 상태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선은 집행유예 1회, 벌금 2회, 소년부 송치 14회, 기소유예 3회 등 20회의 범죄전력이 있다. 조선은 검찰 조사에서 “근본원인이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이었고, 좋은 직업을 갖기 어려웠으며, 직장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자주 쫓겨났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검찰은 조선이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청혼했으나 거절당하고, 유튜버 모욕 건으로 경찰 출석요구를 받으며 갑자기 분노가 폭발했다고 봤다. 또 CCTV 분석 결과 조선이 장년층은 상대하지 않고 젊은 남성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점, 젊은이들이 많은 신림동 먹자골목을 범행 장소로 선정한 점을 근거로 “또래 남성들에 대한 열등감이 많았다”고도 분석했다.


게임중독 증상도…檢, ‘살인예고’ 남성도 기소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테러 예고’ 글을 올린 20대 남성 이모씨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조선이 최근 8개월간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에 몰두했고, 실제로 범행 당시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어다닌 점, 범행 시도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한 것을 두고 검찰은 “1인칭 슈팅 게임을 하듯 범행했다”는 표현도 썼다. 다만 “게임 중독을 범행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조선은 범행을 계획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조선은 범행 후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저장해 둔 불법 정보가 발각될 것을 우려해 범행 전날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고, 사건 당일 주거지 인근 산책로에서 망치로 컴퓨터 저장장치를 부쉈다. 인터넷에서 모욕죄 성립요건, ‘야동 스트리밍 처벌’ 등도 미리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은 조선 범행 이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인을 예고하는 글을 올린 사람 12명(11일 기준)을 구속했다. 그중 신림역 사건 사흘 뒤 “신림역에서 ‘한녀(여성비하 표현)’ 20명을 죽일 것” 등의 게시물을 올린 남성 이모(26)씨는 이날 구속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32.5㎝ 크기의 칼을 구매하고(살인예비), 지난 3~7월 여성 살해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게시글 약 1700개를 작성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협박)다.

허정원ㆍ김정민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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