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도 겁내던 '왕의 DNA' 교육부 직원 자녀... 담임 '독박교육' 논란
[교육언론창 윤근혁]
▲ 지난 7월 20일 서울 S초에 모여든 교사들.출처 : 교육언론창(http://www.educhang.co.kr) |
ⓒ 교육언론창 윤근혁 |
자신의 자녀를 "왕의 DNA를 가진 아이"로 지칭한 교육부 직원의 초등학생 자녀 '금쪽이'를 맡아온 해당 학교 담임교사가 혼자서 학교교육을 떠맡는 '독박교육'에 내몰리다 결국 아동학대로 고소된 정황이 확인됐다. 해당 학교 교사들 대부분이 겁을 낼 정도로 지도가 힘들었던 이 아이와 관련해 '학교와 교육청이 하루 2시간 자원봉사자를 지원하긴 했지만 담임교사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 학교 대부분의 교사가 3학년 담임 피했다, 그러다 결국..."
11일 세종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세종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 9일, 교육부 직원 A씨의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가르친 B교사를 직위해제했다. A씨가 B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뒤, 경찰로부터 수사개시 통보서가 교육청에 도착하자마자 이 같이 처분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발 빠른 '직위해제' 움직임과 달리, 세종시교육청과 해당 초등학교는 A씨 자녀 학교교육을 사실상 B교사 한 명에게 맡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B교사가 독박교육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해당 초등학교에 근무한 교사 등에 따르면 A씨 자녀가 다니고 있는 학교 교사들은 지난해 초 3학년 담임을 거의 지원하지 않았다. A씨 자녀를 비롯한 몇몇 '금쪽이'들을 감당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B교사가 A씨 자녀 담임을 떠맡게 되면서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자녀가 교사의 말을 따르지 않고 돌발 행동을 잇달아 벌여 정상수업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세종시교육청과 해당 학교는 B교사를 도와 A씨 자녀를 돌볼 협력강사 등과 같은 전담인력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B교사에 대한 법률적 대응활동을 도와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세종지부 관계자는 <교육언론창>에 "교육청과 학교는 B교사 반에 A씨 자녀를 돌볼 전담인력을 정식 배치하지 않았다"면서 "이에 따라 B교사가 궁여지책으로 하루 2시간 봉사에 그치는 학습보조교사를 스스로 신청해 배치 받은 게 전부"라고 밝혔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도 "지난해 2학기부터 해당 반에서 하루 2시간 일하는 인력을 배치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B교사는 이같은 하루 2시간만 봉사하는 인력 지원만으로는 해당 아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A씨의 아이가 하루 6시간가량 학교에 머무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일일 2시간 인력지원만으로는 부족함이 컸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A씨 또한 담임교사에 대한 불만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A씨는 지난 해 11월 초 B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B교사가 실수로 인터넷 사이트에 A씨 자녀 관련 기록이 들어간 자료를 올려놨다가 90분 뒤에 삭제한 것이 주요 고소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이런 실수가 있은 뒤 B교사는 학급 배제를 원하는 A씨 뜻에 따라 병가를 냈고, A씨 등에게 사과하려고 노력했지만 A씨는 사과를 받아들이는 대신 고소를 선택했다.
▲ A씨가 지난 해 자신의 초등학생 자녀 담임교사에게 보낸 문제의 편지. |
ⓒ 전국초등교사노조 |
박효천 전국초등교사노조 사무처장은 이날 오전 국회 교육위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B교사는 올해 2월, 교원소청 심사를 통해 '직위해제 취소' 인용을 받았고, 5월에는 아동학대에 관해 대전지검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해당 교사는 현재도 최근 정신과 상담과 우울 장애로 약물을 복용하는 등 견디기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상미 전교조 세종지부장은 <교육언론창>에 "B교사처럼 이른바 금쪽이들을 독박교육해야 하는 교사들이 세종지역은 물론 전국에 무수히 있다"면서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들 학생에 대한 독박교육을 방치하지 말고, 전담인력을 배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제대로 된 교육은 물론 고소 남발을 막을 수 있다"고 촉구했다.
[관련 기사]
교육부, "왕의 DNA" 운운 사무관 조사 시작 https://omn.kr/2560y
"내 아이, 왕자대우하라" 교육부 직원, 교육청에도 압력 https://omn.kr/255sy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도 실렸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날 사망한 베트남 형제... "콘크리트가 그리 쉽게 무너지나, 이해 안돼"
- 검찰 내부 문건으로 한동훈 주장 살펴보니... 법적 근거 없는 범죄
- '3천원짜리' 때문에 전국 들썩... 장관 목 날린 이것
- 작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는 과연 윤석열 정부의 공일까
- '잼버리 굴욕'에도 남 탓만... 윤 대통령은 왜 그자리에 있나
- "잼버리 파행 책임, 윤석열 정부에 있다" 60.2%
- 잿더미 된 낙원... 하와이 산불 사망자 53명으로 늘어
- 1.5℃만 상승해도 "끔찍한 결과 초래", 어느 학자의 경고
- 전 해병대 수사단장 "사단·여단장 넣었더니 '대대장 이하로 하라' 지시"
- 울산시교육청, 학폭 예방 웹드라마 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