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즉각 만족의 늪…'화면 감옥'에서 탈출하라

서믿음 2023. 8. 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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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 폐해에 인류는 퇴보
전자기기 의존, 단절된 삶에 '화면 중독' 우려
즉각적인 만족보다 '목적 의식' 찾아야

"우리는 기기에 연결되고 주위와 차단된다. 자기 성찰보다 자신에게만 몰두하고, 화면을 밝히지만 눈에는 총기가 없으며, 첨단 기술을 즐기지만 건강은 형편없다. 우리를 미치게 하고 더 약하고 아프게 만들고 결국 죽이는 것은 우리의 기술과 기술 중심의 생활 방식이다."

저자인 중독전문가 니컬러스 카다라스는 기술이 발전하는 동안 인류는 퇴보했다고 주장한다. 인류가 점점 뜨거워지는 물 안의 개구리처럼 물이 끓는 상황에서도 도망가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자기기의 등장으로 지난 100여년간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그에 따른 파괴적 몰입의 폐해는 간과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화면 중독에 초점을 맞춘다. 화면은 컴퓨터, TV, 스마트폰 등을 아우른다. 저자는 1970년대 브루스 알렉산더 박사가 진행한 ‘쥐 공원 실험’을 통해 고립감이 중독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해당 실험에 따르면 개방된 공간에서 다른 쥐들과 교류하며 마음껏 먹이를 먹을 수 있었던 쥐들은 약물에 중독되지 않았다. 우연히 약물을 먹은 쥐들도 다시 약물에 접근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립된 쥐들은 약물에 쉽게 중독됐고 다수가 과다 복용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물질 자체의 중독성보다 공동체가 부재한 고립된 환경이 중독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 과거 캐나다와 미국의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고유의 문화를 박탈당한 원주민 사회에서 약물·알코올 중독이 만연했던 사실도 근거로 제시한다.

현대 사회에 만연한 우울증 역시 신경화학적 불균형보다는 단절된 삶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단절 대상으로는 ▲의미 있는 일 ▲사람 ▲가치 ▲존중 ▲자연 ▲희망 등을 꼽았다. 저자는 원인을 페이스북(메타), 트위터(X) 등의 등장으로 지목하며, 현대인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60년 전보다 10배 높아졌고, 최근 십 년 사이 우울증 비율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우려한다. 아울러 비디오 게임 등의 가상경험으로도 인간의 뇌는 실제 성관계 수준의 도파민을 느낄 수 있다며, 거의 모든 사람이 전자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고, 그 의존성은 기기와 플랫폼을 만든 사람들에게 엄청난 힘과 통제력을 선사한다고 경고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 온라인 기반 플랫폼들은 이윤을 위해 의도적으로 이용자를 기만했다. 2012년 페이스북 연구원들은 70만명에 이르는 페이스북 이용자에게 슬픈 게시물을 보낸 후 감정 전염 효과를 실험했다. 해당 실험은 실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연구윤리를 저버렸다는 지적에 휩싸였다. 결국 페이스북 연구원 중 한 명은 "연구로 얻는 이익이 모든 불안을 정당화할 순 없는 것 같다"고 사과했다.

그뿐 아니다. 페이스북 내부 고발자인 프랜시스 하우건은 인스타그램이 십대 소녀들의 자살 사고와 섭식 장애를 늘리지만, 참여 저하를 우려해 알고리즘을 수정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고서를 통해서는 틱톡이 13살짜리 아이들에게 가입 수 주 이내에 체중 감량 영상 수만 개를 보내 다이어트를 압박에 노출시켰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이런 배경이 중독적 사고를 멈추게 하는 합리적 사고를 망가뜨리는 원인이라고 경고했다.

필라델피아 통근열차 성폭행 사건은 합리적 사고 상실의 실사례로 소개된다. 2021년10월13일 오후 10시 통근열차에서 한 여성이 노숙인에게 45분간 위협받고, 6분간 성폭행당하는 사이 객차 내 아무도 직접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심지어 최소 두 명 이상은 범행 현장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기까지 했다. 저자는 "21세기 미국에서 휴대폰은 우리의 목발이고 애착 담요다 (중략) 우리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려 모든 것을 기념한다"며 ‘통근열차에서의 강간’도 그 중 하나였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중독에서 벗어나야 할까. 저자는 병원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대다수 사람은 큰 불행의 고통에서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는 회복력을 지녔으며, 심리 치료 일환인 ‘디브리핑(debriefing)’이 오히려 트라우마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심리적 면역 체계’ 자가 회복을 권한다. 저자는 ‘인내하고 역경을 극복하는 등의 기본적인 삶의 기술을 배우지 못하고 즉각적인 만족만을 찾는 상태로부터의’ 이탈을 강조한다.

‘진정으로 영혼을 만족시키는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에도 방점을 찍는다. 저자는 수십 명의 알코올 중독자가 팔레니츠 신부의 방주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해, 수년간 금주를 실행한 사례를 소개하며 목적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인스타그램이나 게임, 틱톡이나 유튜브 토끼 굴에 빠지면 우리는 약해지고, 게을러지며, 어떤 목표든 빼앗기고 만다. (중략) 이제는 거대 기술기업의 알고리즘에 맡기는 일 없이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고 인생을 설계해야 할 때이다."

손 안에 갇힌 사람들 | 니컬러스 카다라스 지음 | 정미진 옮김 | 흐름출판 | 368쪽 | 2만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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