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의 생명이야기]<254>DNA가 만드는 유전자의 신비

이근형 2023. 8. 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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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많이 쓰고, 많이 듣는 말 가운데 DNA와 유전자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는 정확한 뜻과 역할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DNA와 유전자는 너무나 작아 눈으로 직접 볼 수 없어서 전자현미경이 발명되고, 생명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알려지게 되었으며, 유전학이 발전하면서 오늘날에는 많은 부분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잘 모르는 부분도 적지 않다.

유전자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새로운 사실들이 더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수많은 DNA가 모여 만들어지는 유전자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자손에게 물려주는 통로가 된다는 사실과 생명체들의 살아있는 동안의 모든 활동에 유전자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분명하다.

DNA는 영어의 데옥시리보 핵산(Deoxyribonucleic acid)을 줄인 말로 생명체의 생존에 필요한 유전정보가 들어있는 생체분자이며, 대부분 세포의 핵 안에 들어 있으면서 세포의 기능과 특성을 결정하는데,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능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에서도 소량의 DNA가 발견된다. 사람의 하나의 세포에는 이러한 DNA가 약 30억 쌍, 60억 개가 들어 있다.

DNA의 구조를 보면, 당과 인산염, 염기의 세 가지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DNA들은 당 분자 하나와 인산염 분자 하나가 연결되어 이중 나선 구조의 뼈대를 만들고, 당 분자에 연결된 염기는 다른 염기와 서로 길게 연결되어 있으며, 같은 모양으로 길게 연결된 다른 DNA의 염기 연결과 짝을 이루어 두 가닥으로 꼬여 있는 이중 나선 구조를 이루고 있다.

DNA들의 구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한 종류만 존재하는 당 분자나 인산염 분자와 달리, 염기에는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의 네 종류가 있으며, 이러한 네 종류의 염기는 문자처럼 배열 순서에 따라 어떤 뜻을 나타낼 수 있는데, 이러한 염기의 배열 순서를 염기서열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ATGC라는 염기서열은 TACG라는 염기서열과 다른 뜻을 나타낸다.

우리 몸 세포에 들어있는 30억 쌍의 DNA 가운데 한 사람의 세포들의 염기서열은 간세포든 피부세포든 뼈세포든 세포의 종류와 관계없이 모두 같으며, 사람들 사이의 DNA의 염기서열은 99.9%가 같고, 개인 간의 염기서열 차이는 0.1%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 미세한 차이가 우리의 고유성에 영향을 미쳐 각자의 능력, 건강, 행동 등 다양한 차이를 가져온다.

하나의 세포에 들어 있는 30억 쌍, 60억 개의 DNA들이 서로 짝을 이루어 연결될 때 A 염기는 T 염기와 G 염기는 C 염기와만 짝을 이루는 특성이 있어 하나의 세포에 들어 있는 60억 개의 DNA 가운데 실제로는 30억 쌍의 한쪽인 30억 개의 DNA에만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30억 개의 DNA에는 얼마나 많은 유전정보가 담길 수 있을까?

컴퓨터에서 0과 1이라는 두 숫자를 이용하여 무궁무진한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듯이 우리 몸 세포는 A, T, G, C라는 네 종류의 염기 배열을 달리하면, 엄청난 양의 유전정보를 담을 수 있다. 하나의 세포에 들어 있는 DNA의 반인 30억 개를 “AATGCTTA”처럼 문자로 인쇄하면, A4 용지 1장에 1,500자를 인쇄할 때 인쇄된 A4 용지의 높이가 200m나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 된다.

이제 DNA와 유전자의 관계를 통해서 유전정보가 유전자에 어떻게 담기는지 살펴보자. DNA들은 적게는 수백 개부터 많게는 2백만 개 이상의 염기가 길게 한 줄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기능 면에서는 몸에서 필요한 단백질이나 RNA 분자를 만들어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 일종의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데, 이처럼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 DNA들의 집단을 유전자라고 부른다.

유전자들은 하나의 세포 안에 20,000~25,000 개가 확인되었는데, 이처럼 유전자를 구성하는 데 이용되는 DNA들을 모두 더하면 약 9천만 개로 전체 DNA의 약 1.5%에 불과하고, 나머지 98.5%의 DNA들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여 쓰레기 DNA(junk DNA)로 불리다가, 2012년에서야 유전자가 켜지거나 꺼지는데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우리가 쉴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잠자는 시간을 포함하여 우리의 모든 활동에는 세포 속의 유전자가 켜져서 필요한 단백질이나 RNA 분자를 만들어야 하는데, 유전자가 켜지기 위해서는 유전자 앞에 있으면서 스위치 역할을 하는 스위치 DNA들이 적절하게 켜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탄수화물 음식을 먹으면 침샘과 이자에서 소화에 필요한 아밀라아제라 부르는 소화효소가 만들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침샘과 이자에서 아밀라아제를 만드는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져야 하는데, 이럴 때 이 스위치를 직접 켜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또한, 기쁜 소식을 듣고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는 뇌세포에서 엔도르핀이나 도파민, 옥시토신과 같은 행복 물질이 만들어져야 하며, 음식이 소화되어 포도당이 흡수되면, 혈당이 갑자기 올라가므로 이자에서 인슐린을 생산하여 혈당을 낮추어야 하는데, 이럴 때 엔도르핀이나 도파민, 옥시토신, 인슐린을 생산하는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는 것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수명이 다하여 죽는 순간까지 잠을 자거나 전신마취 상태에서 수술받을 때처럼 의식이 없을 때를 포함하여 우리 몸은 어느 한순간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필요한 활동을 하는데, 이러한 활동의 뒤에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신비스럽게 일하는 유전자가 있다. 필자는 유전자의 이러한 기능을 ‘내 몸 안에 준비된 최고 명의’라 부른다.

평소에 우리가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는 내 몸 안의 최고 명의가 얼마나 일을 잘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최고 명의가 얼마나 일을 잘하느냐는 우리 몸 안에서 최고 명의가 일하는 것을 우리가 얼마나 잘 도와주느냐에 달려 있다.

최고 명의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으면, 우리 건강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데, 이러한 생활이 바로 뉴스타트다. 최고 명의가 일하는 것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이 망가져 건강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김재호 독립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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