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타자기] 오펜하이머, 핵폭탄을 반대한 핵폭탄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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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Julius Robert Oppenheimer)는 세계 최초로 핵폭탄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다.
과학적 지식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의 대부분은 오펜하이머의 내면 분석과 그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로 채워져 있다.
개봉을 앞둔 영화에 대한 관심도 핵폭탄을 만드는 과정과 그 폭발의 스펙터클에서 오펜하이머의 고뇌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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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세계 최초의 핵실험 성공 직후)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Julius Robert Oppenheimer)는 세계 최초로 핵폭탄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다. 일반 상식으로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건 보통 여기까지다. 그는 노벨상을 받지도 못했고 양자역학에서도 중심적인 업적을 남긴 과학자가 아니었다.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Werner Karl Heisenberg),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odinger), 리처드 파인먼(Richard Feynman)이 국내에선 더 유명하다. 그런데도 카이 버드(Kai Bird)와 마틴 셔윈(Martin J. Sherwin)이 쓴 오펜하이머의 전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가 흥미를 끄는 이유는 곧 개봉할 크리스토퍼 놀런(Christopher Nolan)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의 원작이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읽기 전 보통 느끼는 궁금증은 "어떻게 핵폭탄을 만들었을까"일 것이다.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에 우라늄 폭탄이, 8월9일 나가사키에 일명 ‘리틀 보이’라고 불리는 플루토늄 폭탄이 투하됐다. 오펜하이머가 ‘트리니티’라고 명명한 인류 역사상 첫 번째 핵폭탄 실험은 바로 ‘리틀 보이’의 작동 실험이었다.
하지만 책에는 이 과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기술돼 있지 않다. 과학적 지식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의 대부분은 오펜하이머의 내면 분석과 그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로 채워져 있다. 특히 절반 이상의 분량을 오펜하이머가 공산주의자가 아님을 증명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핵폭탄의 성공과 2차 대전 종전 후 오펜하이머는 미국 과학계를 넘어 모든 분야의 스타가 됐다. 하지만 핵폭탄의 아버지이자 미국에 막강한 군사력을 가져다준 이 스타는 전쟁 후에는 정작 핵폭탄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는 폭발의 위력을 더 높일 수소폭탄 개발에 반대했고 이로 인해 미국 군부의 걸림돌이 됐다.
그는 이전부터 미국 정보부가 예의주시하는 인물이었다. 그의 동생을 비롯한 주변에는 공산당에 가입한 사람이 많았다. 이전 연인은 공산당원이었고 부인도 공산당원으로 의심받았다. 그와 같이 일한 사람 중에는 실제 소련 스파이도 있었다. 그가 젊은 시절 공산당에 많은 기부를 했고 관련 있는 다수의 행사에 참여한 것도 사실이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는 이를 하나하나 언급하면서 궁극적으로 그가 공산당원은 아니었음을 끊임없이 증명한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전달해 준 후 심장을 뜯어 먹히는 고통에 사로잡혔듯, 핵폭탄을 인류에 안긴 오펜하이머는 매카시즘의 광풍이 부는 미국에서 정치적 공격으로 고통받았다. 여기에 수십만 명을 죽인 무기를 개발했다는 죄책감도 그를 괴롭혔다.
단순히 어떻게 핵폭탄을 개발했느냐가 궁금해서 펼친 이 책은 인지 속에서 평면으로 존재하던 오펜하이머의 상을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개봉을 앞둔 영화에 대한 관심도 핵폭탄을 만드는 과정과 그 폭발의 스펙터클에서 오펜하이머의 고뇌로 바뀌었다.
오펜하이머는 이렇게 말했다. "안전한 미래를 맞이할 유일한 방법은 신뢰와 선의를 바탕으로 전 세계 사람들과 협력하는 것뿐입니다."
불행히도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종전 4년 뒤인 1949년 소련도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고, 세계는 협력에 의한 평화가 아닌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라는 두려움이 만든 불완전한 평화 상태에 놓였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특별판) | 카이 버드, 마틴 셔윈 지음 | 최형섭 옮김 | 사이언스북스 | 1056쪽 | 2만5000원
이근형 기자 g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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