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가수 유랑단' 종영... 한계 드러난 '김태호표 음악 예능'

김상화 2023. 8. 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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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tvN <댄스가수 유랑단> 가수들 관록은 빛났지만... 장기 프로젝트 방식 변할까?

[김상화 기자]

 tvN '댄스가수 유랑단'
ⓒ CJ ENM
 
tvN <댄스가수 유랑단>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경남 창원을 시작으로 전남 광양, 광주, 강원도 평창, 그리고 서울 등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각양각색 팬들을 찾아 만남을 가진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 등 5인의 한국 대표 댄스가수들의 다채로운 여정이 약 3개월여 방송을 통해 소개되었다. 

지난 2022년 TVING <서울 체크인> 촬영 과정에서 언급되었던 이효리의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었고 2020년 MBC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편에서 호흡을 맞춘 멤버들을 주축으로 짜여진 <댄스가수 유랑단>은 솔로 가수들의 합동 공연이라는 틀을 갖추고 크고 작은 무대에 올라 팬들을 즐겁게 만들어줬다.  

10일 방영된 최종회는 지난주에 이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 유료 콘서트의 후반부 내용을 담아 진행되었다. 5명의 멤버 외에 비, 지코, 태민 등 화려한 초대손님들이 호흡을 맞춘 공연, 신곡 무대 등을 마지막으로 <댄스가수 유랑단>은 작별을 고했다.  

김완선-엄정화의 신곡 공개
 
 tvN '댄스가수 유랑단'
ⓒ CJ ENM
 
이번 방송에서 눈길을 모은 대목은 <댄스가수 유랑단>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신곡 무대였다. 당일 주요 음원 사이트를 통해 함께 공개된 신곡은 총 3곡으로 단체곡과 더불어 엄정화, 김완선이 솔로곡으로 구성되었다. 엄정화의 'DISCO ENERGY'는 최근 각광 받는 프로듀서 빈스, 래퍼 저스디스의 피처링 참여로 풍성함을 더했다. 자신의 대표곡 'D.I.S.C.O' 샘플링까지 곁들이면서 레트로와 트렌디한 팝의 조화를 강조했다.  
김완선 역시 'LAST KISS'라는 곡으로 관록을 선보였다. 공연 전 인터뷰 영상에서 "세상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곡"이라고 설명한 그녀는 "사랑받는 현재 진행형 가수가 되고 싶은 게 나의 바람이다"라는 작은 포부를 드러냈다. 한국과 유럽 작곡가들의 협업을 통해 기존 가요의 틀과 유로 팝이 절묘한 혼합을 이뤄내 기존 김완선의 음악에 더 큰 향기를 담아냈다.  

그런가하면 단체곡도 제작되었다. 마지막으로 함께 등장한 5명의 디바들은 'RAINBOW'라는 곡으로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다양한 색이 어우러진 무지개에 빗대어 유랑단 멤버들의 매력을 청량감 있는 사운드에 담아 냈다. 이 노래와 함께 앙코르 곡 연주를 끝으로 서울 콘서트는 마무리 짓게 되었다.  

각자에 대한 고마움 표시한 롤링페이퍼
 
 tvN '댄스가수 유랑단'
ⓒ CJ ENM
 
한편 <댄스가수 유랑단> 최종회 말미에는 '롤링페이퍼'라는 주제로 각자 돌아가면서 멤버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 감사의 의미를 전달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엄정화는 이효리를 두고 "처음에 (이)효리는 나의 빛나는 시기가 끝나감을 느끼게 했던 존재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같은 시기를 지나오면서 나도 효리에게 길이 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고백한다.

이효리는 보아를 향해 "제 머릿속에 보아가 한가득이었다. 이 힘든 연예계 바닥에서 오래 버텨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있다. 고맙다"며 마음 속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김완선은 "사랑한다는 말을 잘 못하는데 (엄)정화에게만은 내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친구야, 내가 힘들고 위로받고 싶을 때 연락할 테니까 잘 받아줘"라고 언급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등장했던 화사에 대해선 "굉장히 의지가 되는 사람이다. 할 수 있다면 너의 방어막이 되어 주고 싶을 정도로 너를 많이 아끼고 사랑한다"(이효리), "화사야 이젠 너의 시간이다. 관심의 중심에 있어서 스스로를 믿고 멋지게 꽃피우길 바란다. 화사하게"(엄정화) 등 선배의 입장에서 응원의 한마디를 건넸다. 

틀에 갇힌 김태호 PD표 음악 예능... 변화의 계기 만들까?
 
 tvN '댄스가수 유랑단'
ⓒ CJ ENM
 
<댄스가수 유랑단>은 한국 음악계 각 시대를 대표하는 여가수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방영 이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예상대로 방송 개시와 더불어 시청률, 화제성 측면에서 선전을 펼쳤지만 회차가 쌓여질수록 힘에 벅찬 모습을 종종 드러냈다. 장소, 노래만 살짝 달라졌을 뿐 '공연 준비-공연-공연 준비-공연' 식의 반복된 형식으로 내용이 짜여지다보니 중반 이후 방영분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 잡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서울 유료 콘서트의 진행 논란까지 겹치면서 다수 시청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드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TV시청률이 예전처럼 절대적 위치를 갖는 시대는 아니지만 가장 공을 들여 제작된 마지막 공연을 담은 방영분(8월 3일)의 수치(2.5%,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가 가장 낮게 나왔다는 점은 뭔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었다.  

김태호 PD는 음악 예능 전문 제작자가 아니지만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를 거치면서 화제성 높은 음악 아이템을 다수 생산했던 장본인이다. '무도 가요제'를 중심으로 '싹쓰리', '환불원정대', 'MSG 워너비' 등을 성공시켰던 전례를 감안하면 엄청난 물량이 투입된 <댄스가수 유랑단>을 마냥 성공이라고 판단하기엔 아쉬움이 뒤따랐다.  

2000년대와 2010년대를 거치면서 장기 프로젝트 형식의 긴 호흡이 필요한 김태호 표 음악 예능이 OTT, 유튜브, 숏폼 등을 통한 짧은 호흡 콘텐츠를 선호하는 요즘 취향과 엇박자를 이룬 게 아닌지에 대한 고민거리를 안겨준 것이다. 마냥 춤과 노래 연습하는 과정을 관습적으로 길게 담아내고 노래 풀버전 식으로 화면에 녹여내는 익숙한 방식만으로는 사람들을 계속 붙잡고 있기엔 분명 한계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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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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