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외국인고용제 전면개편①>숙박·음식점·IT개발자도 외국인 고용 가능해진다
숙박·음식점업, 정보통신업, 운수창고업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 음식점·카페·편의점과 호텔 등 서비스업종에서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정보통신(IT) 업종에서 필요한 단순 개발인력의 취업비자 발급이 가능해지고, 운수창고업과 플랜트업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취업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비전문 외국인력 취업비자(E-9) 고용 규모(쿼터)를 대폭 손질해 인력이 부족한 이들 업종을 외국인력 허용업종에 추가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11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국인력 도입체계 개편안'을 최근 마련했다. 국무총리실·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법무부·산업부 등 관계부처는 하반기에 발표할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할 계획이다.
현재 E-9 비자 고용 허용 업종은 제조업, 건설업, 어업, 농축산물업, 서비스업 일부(건설폐기물처리업, 재생용 재료수집 및 판매업, 냉장·냉동 창고업, 출판업 등)로 제한돼 있다. E-9 비자는 국내에서 인력이 크게 부족한 산업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와 단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발급하는 취업비자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인력난이 심한 일부 서비스업의 상·하차 직종과 일부 서비스업의 하역·적재 근로자들에 한해 E-9 외국인력 고용을 추가로 허용했지만, 취업난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는 고용허가 업종을 확대해 인력난 사각지대 해소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숙박·음식점업을 E-9 고용 허용 업종에 추가시켜 서비스업계의 일자리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로 했다. 현재는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동포(H-2) 비자나, 주중 30시간 이내 시간제 취업만 허용된 유학(D-2) 비자 등을 받은 외국인만을 고용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외의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불법 취업자가 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서비스업 분야의 현실적인 측면과 산업 현장의 요구들을 모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호텔 등 숙박업소나 음식점·카페·편의점의 현실적 수요를 반영해 E-9 비자를 받은 동남아시아 등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시킬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정보통신업도 E-9 고용 허용 업종에 추가한다. 현재 개발자나 디자이너 같은 전문적 지식을 가진 외국인이 국내에 취업하려면 숙련·전문인력에게 발급해주는 E-7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E-7 비자는 E-9 비자와 달리 일반적으로 학사 이상의 학위나 자격증, 경력 등을 요건으로 해 E-9에 비해 엄격한 요건이 설정돼 있다. IT, 스타트업 등에서는 단순 개발 업무에 필요한 개발 인력 등을 고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인도 출신 엔지니어나 개발자 등은 주로 E-7 비자로 들어와 있는데, 요건이 까다롭다”며 “이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요건을 필요로 하는 E-9 비자로도 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국내 구직자들의 선호도가 낮아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는 운수창고업도 허용 업종에 추가한다. 아울러 건설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건설업 내에서 외국인 고용(E-9)이 허용되지 않았던 플랜트(석유, 가스 등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공급하거나 공장을 지어주는 산업) 분야도 허용 업종에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석유화학 플랜트 프로젝트(약 6조5000억원 규모)를 수주했는데, 이와 관련해 인력 부족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건설업계 요구가 적지 않았다. 지금은 석유화학시설 등 플랜트 건설 공사는 국가 보안 기술 유출 등을 예방하기 위해 외국인 고용허가에서 제외돼 있다.
고용허가제는 국내에 있는 우리 기업이 인력을 구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외국인력 도입이 필요할 경우 정부로부터 허가받아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제도다. 사업주가 정부에 외국인 근로자를 신청하면 정부에서 외국인을 선별해 한국으로 입국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게 골자로, 내국인 일자리 보호 등을 위해 그간 업종과 쿼터를 제한적으로 운영해왔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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