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그 많은 반도체 일자리는 어떻게 채울까

황준호 2023. 8. 1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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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만7000명.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AI)가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CSA)으로 인해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 일자리 수다.

CSA가 도입된 지난해 이후 현재까지 미국 전역에서 50개 이상 반도체 프로젝트가 발표됐는데, 이로 인해 창출되는 일자리만 4만4000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멜팅 팟'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반도체 일자리를 외국인으로 채우는 것을 문제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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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만7000명.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AI)가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CSA)으로 인해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 일자리 수다. CSA가 도입된 지난해 이후 현재까지 미국 전역에서 50개 이상 반도체 프로젝트가 발표됐는데, 이로 인해 창출되는 일자리만 4만4000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는 곧 국가안보"라며 중국을 배제한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심겠다는 야심찬 포부가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 많은 일자리는 어떻게 채울 것인가. 이와 관련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경영 컨설팅 업체 맥킨지앤컴퍼니는 2030년까지 반도체 엔지니어 30만명과 숙련된 기술자 9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일자리를 채울 미국의 젊은 공학자들은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의 정보통신 분야 싱크탱크인 정보통신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2020년 미국에서 전기공학 분야 학사, 석사, 박사 학위는 2만9860개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전체 전공 학위의 0.9% 정도다. 2009~2021년 사이 전기공학 학위를 가진 18~30세 인구는 22.1% 정도 증가한 반면, 다른 전공자들은 35.8% 늘었다.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으로 들어올 외국인들이 이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 ITIF는 1997~2020년 미국 시민권자의 전기공학 학사나 석사 학위는 18.2% 증가한 반면 비시민권자의 학위는 110%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10년간 미국 시민권자 전공자는 20.5%, 비시민권자는 40.7%가 늘기도 했다. 특히 미 유학생의 77%(미국국립과학재단, NSF)는 미국에 머물기를 원하지만 54% 정도가 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상황이다. 미국에 머무를 수 있는 문만 열어준다면, 반도체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멜팅 팟’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반도체 일자리를 외국인으로 채우는 것을 문제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39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공급망 재편에 나선 것이 "반도체는 곧 국가안보"라는 명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곱씹어 본다면 딱 들어맞는다고 보기 어렵다. 국가안보 최전선에 선 외국인들의 모습은 미국인 입장에서 봐도 모순된 장면일 수 있다.

이들을 통해서라도 자체 공급망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은 부러운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인재가 미국으로 기술 이민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 미 의회는 지난 4월 ‘한국과의 파트너 법(Partner with Korea Act)’을 상·하원에 발의했다. 반도체 인재 등 연간 1만5000명에게 한국인에게 전문직 취업비자를 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비이민을 전제로 한 법안이지만 벌써부터 인재와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초격차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도체 인재 정책의 초격차가 필요하다. 국회에 올라 온 첨단산업 인재혁신법이나 정부의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보호 기본계획(2023~2027년) 등의 노력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재를 대상으로 한 타국의 인재 사냥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수조원대 적자를 내고도 ‘위기 극복 격려금’ 등 성과급을 지급하는 고육책을 짜낼 정도다. 인재 유출을 막고 국내 반도체 산업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시행하는데 속도를 내야 한다. 반도체는 국가안보라는데, ‘반도체 사관학교’로 전락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황준호 국제1팀장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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