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600만명 늘면 성장률 최대 0.48%P 상승…"항공편 정상화가 관건"
한국 GDP 최대 0.5%p 상승 효과
中경기 안좋은 만큼 영향력 낮을수도
갈등 속 규제완화?…"아시안게임 때문"
중국이 약 6년 만에 한국 단체관광의 빗장을 완전히 풀면서 우리 경제에 대중 수출보다 더 큰 긍정적 효과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반기 경제 불확실성이 큰 한국으로선 이번 중국의 조치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을 걱정할 만큼 민간소비가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중국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경제적 효과를 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11일 한국은행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전날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가 한국을 비롯한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하면서 경제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2017년 3월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한국 단체관광을 규제한 뒤,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규제를 풀다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1월 다시 전면 금지했다. 한국에 대한 완전한 중국 단체관광 회복은 2017년 이후 약 6년 만이다.
시장에선 중국 관광 회복은 일단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 3월 내놓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 늘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 0.3~0.5%포인트 상승효과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요우커 방문 100만명당 GDP 성장률이 0.08%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만약 요우커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600만명을 회복한다면 성장 효과만 최대 0.48%포인트에 달한다. 한은이 올해 우리나라 연 성장률을 1.4%로 전망한 것을 고려하면 작지 않은 수치다.
실제 올해 초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직후에만 해도 대중 수출 증가에 따른 경제 회복 기대감이 컸으나, 예상보다 중국 수출·수입이 살아나지 않자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대중 수출보다 중국 관광 회복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더 클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국제금융센터도 "요우커의 방문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경우 국내 소비 활성화와 경제심리 개선 등으로 수출 못지않은 경기 부양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보면 당시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 1인당 지출액은 중국이 1633달러로,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평균(1061달러)보다 훨씬 많았다. 중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6년 유커의 총 소비는 약 22조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상품 소비의 6.5%를 차지했다.
물론 최근 한국·미국·일본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등으로 중국 내 한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만큼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빠르게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이치훈 국금센터 신흥경제부장은 "과거 중국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갈등을 빚은 일본의 사례를 보면 중국인 관광객이 시차를 두고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며 "중국 내에 한국에 대한 반감이 남아있기 때문에 바로 관광객이 회복되진 않겠지만 시간을 두고 경제적 효과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 경제가 부진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관광 규모나 소비가 기대만큼 늘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0.3% 하락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큰 상황이다. 한은과 국금센터의 요우커 경제 효과 조사는 당시 중국 경제가 되살아난다는 전제하에 진행된 것인 만큼 앞으로의 상황과 완전히 들어맞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국 입장에선 내수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자국민들의 해외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규제는 풀렸지만 앞으로 단체관광 비자를 얼마나 풀어주는지, 또 항공편이 얼마나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되는지를 봐야 한다"며 "중국 정부가 너무 많은 관광객이 나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2017년 사드 보복 때도 명시적으로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하진 않았지만, 여행사들의 단체 상품 판매를 일제히 중단시키면서 사실상 한국행 관광을 막은 바 있다.
중국이 갈등 국면에 있는 미국과 일본, 한국의 단체관광을 갑자기 풀어준 것은 다음달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중국 방문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 소장은 "명분은 코로나19가 끝났으니 오픈하겠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아시안게임 활성화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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