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역행이 낳은 대부업체 연체율 역전 [기자수첩-금융증권]

고정삼 2023. 8.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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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대부업체 25개사의 지난 5월 기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연체율이다.

하지만 후순위 대출을 취급한 대부업체는 사정이 다르다.

과거에는 연체율이 올라도 대부업체가 도산 위기에 내몰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자에 허덕이는 서민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대부업체 등이 연 20% 이상의 이자를 받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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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거리의 대출 전단.ⓒ연합뉴스

12.9%와 10.9%.

대형 대부업체 25개사의 지난 5월 기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연체율이다. 금융사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한 금융권 인사는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에서 신용대출보다 연체율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상황일까. 대부업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고객 대부분은 먼저 은행에서 선순위로 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대부업체에서는 주택가격의 최대치까지 추가로 후순위 대출을 받은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 치솟은 금리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시작됐다. 은행은 걱정할 게 없다. 선순위로 대출을 내준 만큼 담보권을 행사하면 원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후순위 대출을 취급한 대부업체는 사정이 다르다. 집값이 30% 가까이 빠졌던 상황에서는 담보권을 행사해도 원금 회수가 어려웠던 것이다.

과거에는 연체율이 올라도 대부업체가 도산 위기에 내몰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신규 대출을 줄이면서 시장 상황에 맞게 이자율을 올리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같은 공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연 20%로 묶인 법정 최고금리가 족쇄로 작용하면서다.

문재인 정부는 연 27.9%였던 법정 최고금리를 두 차례 낮춰 연 20%로 제한했다. 이자에 허덕이는 서민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대부업체 등이 연 20% 이상의 이자를 받지 못하게 했다.

원래 대부업체들은 높은 이자를 받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원금을 떼일 가능성이 크다. 높은 명목 이자율이 실제 수익률로 직결되지 않는 이유다. 당시에도 대부업체들이 수익 방어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이에 따라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에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전 정부는 선의의 명분만 앞세우면서 이를 밀어붙였다. 시장의 기본 원리가 작동되지 않게 되자 지금은 서민뿐 아니라 대부업체도 고사 위기다. 고금리 장기화로 실물 경제는 크게 위축됐고 연체율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불황의 끝이 어디인지 누구도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시장에 맞춰 금리를 조절하는 '시장연동형 최고금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대로라면 문을 닫는 대부업체가 나올 수 있다는 금융권 인사의 우려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잘못 설계됐던 규제의 재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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