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에 걸린 中경제]⑬"탈중국은 허상…안미경미, 실익 있는지 정확하게 봐야"
"中, '잃어버린 30년' 일본처럼 안될 것"
"중국에 대한 소재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탈중국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특정 소재의 전세계 공급망 80~100%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독점이라는 의미입니다. 수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미국은 탈중국이 아니라 '디리스킹(위험 제거)'으로 기조를 바꿨고, 독일과 프랑스도 중국에 투자한다고 하는데 우리만 바보같이 계속 탈중국을 얘기하면 안 됩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패권 다툼 속 한국의 적절한 대응 방향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대중 규제에 동참하는 상황에서 수십년간 누적된 높은 중국 수출·수입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현실적으로 탈중국은 가능하지 않고, 실익도 없다는 설명이다.
전 소장은 "한국의 대중 무역이 적자로 돌아선 사이 대미 무역 흑자가 크게 늘었는데, 미국 무역 흑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 망간, 코발트, 흑연의 80%를 중국에서 가져온다"며 "중국 없이는 미국 흑자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해서도 "미국, 일본 기업들이 대중 수출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며 "구멍이 많다"고 했다.
아래는 전 소장과의 일문일답.
-앞으로 미·중 갈등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나.
▲현재 마·중 갈등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이 핵심 전쟁터다. 다만 이 전쟁의 끝은 결국 기술이 아닌 금융에서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사례를 보면 된다. 미국은 1985년 일본과도 똑같은 전쟁을 했다. 당시 일본은 자동차, 가전, 반도체가 세계 1등이었다. 그런데 미국이 플라자합의를 통해 일본 환율을 급격히 절상시켰다. 이후 전세계 돈이 일본으로 들어갔다. 1995년 정점에 미국에서 들어간 돈이 일본의 부동산, 주식, 채권을 다 팔고 나왔다. 이 때문에 버블이 터져서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맞았다.
일본은 그럴 줄 알고도 환율 절상을 용인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일본이 패전한 이후 군대를 보유하지 못하게 했다. 일본은 국방을 모두 미국에 의존했다. 일본 입장에선 국방을 의존하는 미국의 환율 절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미국의 힘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중국을 절대 포기할 수 없음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중국을 상대로 미국과 함께 손뼉을 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없나.
▲미국은 일본에 했던 방식을 중국에 적용하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중국과 1985년의 일본은 매우 다르다. 우선 중국은 국방을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다. 또 중국은 일본과 달리 금융시장이 개방 안 돼 있다. 일본처럼 버블이 나려면 (해외 자금이) 중국 주식, 채권, 부동산을 자유롭게 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미국은 반도체 수출 규제를 통해 중국의 금융시장을 개방시키려 할 거다. 금융이 열리면 미국은 일본에 썼던 방법을 중국에 쓸 수 있다.
-미국과 동맹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기술은 시장을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반도체와 AI 기술은 미국이 1등이지만 시장은 중국이 1등이다. 미국의 문제는 국가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이 따로 논다는 점이다. 미국 반도체협회가 더이상 중국을 제재하면 안 된다고 성명을 냈다. 미국 반도체 장비 회사들의 매출액 30% 이상이 중국에서 나온다. 기업 입장에선 당장 내년에 매출이 줄 건데 감당 못 한다. 미국의 봉쇄가 중국의 기술 발전을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중국이 국산화를 이룬다면 끝이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 전략은 기가 막히는데, 구멍이 많다.
?
-세계 경제 1위 미국, 2위 중국의 현재 구조가 뒤바뀔 수 있다고 보나.
▲현재와 같은 구도가 적어도 10~15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언젠가 중국이 GDP 규모로 미국을 역전할 거다. 100m 달리기를 하는데 앞선 주자(미국)는 시속 10㎞로 달리고, 후발 주자(중국)는 시속 40㎞로 달리면 시간이 문제지 언젠간 추월한다. 다만 중국 GDP가 미국을 넘었다고 해서 중국이 미국을 이겼다거나, 중국이 패권국이 되는 건 아니다. 국력은 누적의 개념이다. GDP뿐 아니라 군사력, 기술력, 문화력, 정치력이 합쳐져야 패권국이 된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탈중국'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19.1%로 낮아졌다. 대만, 호주, 일본보다 낮다. 더이상 낮출 중국 의존도가 없다. 이젠 탈중국이 아니라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가 오히려 중요해진 상황이다. 한국의 대중 무역이 적자로 돌아선 사이 대미 무역 흑자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 무역 흑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망간, 코발트, 흑연의 80%를 중국에서 가져온다. 중국 없이는 미국 흑자도 없다.
-소재 수입 부분에서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 탈중국 가능한가.
▲최근 에코프로가 이슈인데, 양극재 만드는 회사다. 전기는 음극과 양극이 같이 있어야 한다. 음극은 흑연으로 만든다. 그런데 흑연은 인조든 천연이든 중국이 대부분 공급한다. 중국이 흑연 공급 안하면 우리 배터리 회사는 다 문 닫아야 한다. 중국에 대한 소재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탈중국은 가능하지 않다. 특정 소재의 전세계 공급망 80~100%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독점이다. 중국은 반도체 문제만 해결하면 한국을 제재할 수 있다. 지금은 미국이 반도체를 규제하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반도체를 구할 수 있으니까 제재를 안 하는 거다.
-그럼 미·중 패권 갈등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미국은 이미 탈중국이 아니라 '디리스킹'으로 기조를 바꿨다. 독일과 프랑스도 중국에 투자한다고 하고, 일본도 하반기 외교 정책의 중심을 중국에 놨다. 우리나라만 바보같이 탈중국 얘기하면 안 된다. 대중 수출이 줄면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어떻게 다시 흑자를 낼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 그게 정부의 역할이다.
중국 문제는 감정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 기업이 죽어나면 국민 소득이 그만큼 줄어든다. 미국도 우리나라 기업이 자국에 공장을 지으면 우리한테 잘해줘야 하는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우리를 뺐다. 반도체 보조금 받으려면 기술 내놓으라고 한다. 지금 '안미경미(안보도 미국, 경제도 미국)'가 실익이 있나. 정확하게 봐야 한다.?
-최근 중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인가.
▲중국은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렸지만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 하락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자금이 상당 부분 은행 예금으로 들어갔다. 자금 유통이 안 되니 내수가 안 좋다. GDP 규모가 120조위안인데, 은행 예금 순증이 30조위안으로 무려 25%가 은행으로 숨었다. 물론 중국 경제가 기대보다 못한 것이지 부진한 것은 아니다. 6월 들어 소비, 투자, 수출 성장세가 둔화했는데 추세적인지, 일시적인지 아직은 판단하기 힘들다.
-중국의 부채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하다고 보나.?
▲10년 넘게 중국의 부채 리스크를 이야기하는데 아직 중국은 부도난 적이 없다, 중국 기업부채가 심각하다지만 60%는 국유기업 대출이다. 국유기업이 만약 부도가 나면 정부가 책임진다. 그럼 중국 국가 부채가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 주요 7개국(G7) 중 중국보다 국가 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는 일본, 프랑스, 캐나다인데, 중국 부채 리스크가 문제라면 이들 나라는 벌써 끝났어야 한다.
중국 지방정부 부채도 마찬가지다. 한국, 미국은 지방자치제이지만 중국은 중앙집권제다. 지방정부는 세입의 70%를 중앙으로 올려보내고, 중앙정부는 이렇게 받은 세금을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에 주로 배정한다. 배정을 적게 받은 지방정부는 적자가 날 수 있다. 그럼 지방정부는 현금이 많은 지방 국유기업 통해서 투자하게 하고, 또 토지사용권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안 좋긴 하지만 그럴 땐 더 많은 토지사용권을 팔면 된다. 지방정부 부채가 중국 위기를 키우지 않는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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