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에 걸린 中경제]⑫"미·중 다툼 속 기회 살리되, 총알받이 되지 말아야"

문제원 2023. 8. 1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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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 인터뷰
"中 '부채 통한 성장' 확신 없어 경기위축"
"반도체 규제 극복 여부가 패권 다툼 핵심"
"中시장 더 빼앗고, 기술 개발에 투자해야"

"미국이 중국을 견제해주면 우리나라 기업은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런 기회는 살리되, 대중 규제에 먼저 나서 총알받이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선 기회를 살리고, 위험은 줄이는 세심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을 때리는 사이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을 늘리고, 동시에 중국과의 갈등은 최소화하면서 중국에도 더 수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부장은 기술 개발에 투자해 대중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전세계 광산을 쥐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중국 수입 의존도를 줄이려면 그걸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해야 한다"며 "우리가 중국에 비해 기술력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를 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부진한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 경제에 대해선 분명 리스크가 있지만, 그걸 극복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반도체를 규제하니 중국은 경제 심리가 위축되고 민간기업 투자와 소비도 불안해지고 있다"면서도 "중국은 이미 상당수 IT 부품과 거기 들어가는 소재, 배터리 공급망을 꽉 쥐고 있어 미국으로선 중국과 전면전으로 가기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이 부장과의 일문일답.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최근 중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인가.

▲과거 중국은 정부 주도로 대규모 인프라,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승수효과를 통해 대내외적으로 높은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효율성이 떨어지고 대규모 투자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다. 가계나 기업은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지 않아서 대출을 꺼린다. 소비나 내수진작을 통해 경기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더이상 '부채를 통한 성장'에 대한 확신이 없다 보니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

-중국 부채는 어느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가.

▲중국이 높은 기업부채 문제로 경제 시스템이 위기에 빠질 것이란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 국유기업은 예금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채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지속된 경기 부양책으로 한계기업을 억지로 연명해준 측면이 있다. 통신 등 대형 기업은 경쟁력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도 많다.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경쟁력이 없는 한계기업의 부채는 부실화될 우려가 크다.

지방정부 부채도 문제다. 당국이 코로나19 봉쇄 정책 등으로 재정 여력이 축소된 상황에서 일부 지방정부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지방정부의 자금 조달용 특수법인인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의 부채 문제도 불투명하다. 지방정부 부채가 국가 경제 위기로 가진 않겠지만, 성장동력을 낮출 순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경기가 지방정부 부채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정부 재정 수입에서 토지 사용권 매각 수익이 25% 정도 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안 좋으면 정부 수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진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부양책을 내야 하는데, 부채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한계기업을 정리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중국 경제의 중장기 성장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이전에도 개혁을 계속 시도해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미·중 분쟁, 코로나19 등 위기를 거치며 여러 차례 중단됐다. 또 구조조정을 하면 고용이 줄고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도 그런 선상이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점은 한계기업을 계속 유지시킬 정도로 중국 정부의 재정 여력이 크지 않고, 지방부채 문제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구조개혁이 더 필요하다.

-중국 부동산 시장 전망은.

▲과거와 같은 활황세로 돌아가는 걸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격이 너무 높다. PIR(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세계 집값 상위 10개 도시 중 4개가 중국이다. 대출을 활용해서 투자하려는 심리가 많이 줄었기 때문에 부동산 거품 우려가 크다. 지방정부가 자회사를 통해 대출하는 과정에서 부동산이 담보로 들어가는 구조라서 부동산 경기 침체는 중국 경제·정치 전반에 영향을 준다. 중국 경제 회복을 제한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수출규제 등 대중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에 어느 정도 타격이 되고 있나.

▲중국 입장에선 압박이 크다. 지방정부 부채, 부동산 침체, 미·중 금리차 역전 등으로 힘든 상황에서 미국 압박까지 지속되면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리스크가 더 커진다. 중국은 위기를 생산성 향상과 첨단산업 육성을 통해 돌파하려고 하는데 미국이 첨단산업, 특히 반도체를 규제하니까 경제 심리가 위축되고 민간기업 투자와 소비가 불안해지고 있다.

-중국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없나.

▲중국이 (과거 미국과의 경쟁에서 패한) 일본이나 독일, 러시아와 다른 점은 경제 규모다. 막대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다. 이미 중국 시장에 미국 등 외국 기업이 많이 들어와 있어서 이들이 중국 견제를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상당수 IT 부품과 거기 들어가는 소재, 배터리 공급망을 꽉 쥐고 있다. 미국으로선 중국과 전면전으로 가기엔 부담이 될 거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로 봤을 때 중국 경제가 앞으로 안 좋으면 3%대, 잘되면 4%대 중반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비교하기에는 너무 고성장이다. 지금 중국은 과거 일본과 달리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의존도가 18~19%로 많이 낮다. 대외 의존도가 낮고 내수 시장이 크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작다.

-패권 경쟁에서 중국이 미국을 이길 가능성이 있나.

▲배제할 수 없다. 차세대 첨단산업인 5G, 신재생에너지 등은 이미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항공우주 산업은 미국이 앞서지만 중국도 세계 2~3위는 한다. 반도체는 중국이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규제에 집중하는 거다. 반도체가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중국이 그걸 극복하지 못하면 미국을 이길 수 없지만, 만약 반도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내면 미국을 이길 수 있다.

-미·중 패권 갈등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미국이 중국을 견제해주면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중국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의 매출이 많이 늘어난다. 그걸 극대화해야 한다. 하지만 기회를 살리되, 총알받이는 되지 말아야 한다. 중국 시장에서 너무 빠지면 안 된다. 미국과 중국이 분쟁을 하는데, 우리가 먼저 (중국 규제하자고) 나서면 안 된다. 미국의 압박이 강하고, 이념적으로 동조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경제 정책을 하는 측면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우리나라의 '탈중국'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탈중국이 중국 수출을 줄여야 한다는 건 아니다. 중국 시장은 총력을 다해서 더 뺏고, 다른 수출 시장을 더 키워서 중국 비중을 줄여나가야 한다. 세계 최대 시장을 가진 중국은 인도도 대체할 수 없다. 탈중국에 동의하는 건 수입 의존도다. 물론 리튬 등 중국이 공급망을 장악한 부분은 힘들다. 중국이 전 세계 광산을 다 쥐고 있다. 우리나라나 선진국이 그걸 자체 생산하려면 환경영향 평가만 한 3년 걸린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중국 수입 의존도를 줄이려면 그걸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질을 개발해야 한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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