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의 불안이 완성한 ‘콘크리트 유토피아’ [쿠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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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아침처럼 부스스 눈 뜬 남자는 창밖 광경에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관객 입장에서는 보이는 게 현실적이어야 극을 믿고 빠져들 수 있다"고 말을 잇던 박서준은 "실제 촬영 때도 몰입감이 굉장했다. 컴퓨터 그래픽(CG)을 넣지 않는 장면은 모조리 현실적이었다"며 흡족해했다.
박서준은 "매사 불안한 성격을 고치려 해도 천성이라 바꿀 수가 없더라"며 "이제는 이런 것 역시 나라고 인정하기로 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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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아침처럼 부스스 눈 뜬 남자는 창밖 광경에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하루아침에 무너진 세상, 그는 어떻게 해야 아내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골몰한다. 황도 통조림과 비싼 시계를 기꺼이 바꿀 정도로 그에겐 현실감각이 가득하다. 그러나 결국은 보통의 소시민이다. 배우 박서준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에서 연기한 민성 이야기다.
“그간 해왔던 역할에서 벗어났어요.” 최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서준이 말했다. 말한 대로다. 민성은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박새로이(JTBC ‘이태원 클라쓰’)나 신이 내린 완벽한 남자 이영준(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이 아니다. 은행 대출을 끼고 무리하게 아파트를 산 신혼부부이자 공무원인 아파트 주민일 뿐이다. “흔히들 드라마에서 볼 수 있던, 정의를 대변하는 주인공 유형이 아닌 인물”이다. 연기하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느꼈단다. 평범함에 집중하며 다른 면을 섬세히 살리려 해서다.
박서준은 민성의 마음을 이해하려 할수록 마음이 아리곤 했단다. 민성에게는 아내인 명화(박보영)와 꾸린 가정이 더없이 소중하다. 이를 지키기 위해 그는 차츰 변해간다. “스스로 가치관에 따라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서다. “원래는 명화의 선택만을 따랐을 텐데 지금 상황에선 자기가 맞다는 생각을 했을 거예요.” 가정을 지키기 위해 하는 행동은 명화의 평소 가치관과 대립한다. 갈등의 골은 자연스럽게 쌓이지만, 비현실적으로 발화하진 않는다. 다양한 인물 군상을 현실감 있게 다루려는 감독의 의도는 극 전반에서 유의미하게 기능한다.
민성은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여러 모습을 거쳐 간다. 이야기의 구심점은 영탁(이병헌)이지만, 상황을 보여주는 중심은 민성이 잡는다. 때문에 민성의 변화가 도드라지면 극 흐름이 끊길 수도 있었다. 엄태화 감독은 박서준에게 ‘과하지 않게’, ‘튀지 않게’라는 조언을 건넸다고 한다. 박서준은 “어떻게 하면 민성 캐릭터를 해치지 않으면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장면의 무게중심을 보존하면서도 민성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돌아봤다. 얼핏 애매모호하던 감정들은 모이고 모여 해답을 만들어냈다.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한 건 감독의 몫이다. 감독이 만든 결과물에 놀라워한 건 배우의 영역이다. 박서준은 “후반작업 시간이 길다 보니 더욱더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했다”면서 “이 영화에 출연한 것 자체가 뿌듯하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보이는 것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극의 주 무대인 황궁아파트 세트장을 실제 아파트 모양처럼 3층 높이로 제작했을 정도다. “관객 입장에서는 보이는 게 현실적이어야 극을 믿고 빠져들 수 있다”고 말을 잇던 박서준은 “실제 촬영 때도 몰입감이 굉장했다. 컴퓨터 그래픽(CG)을 넣지 않는 장면은 모조리 현실적이었다”며 흡족해했다. 10일 개봉한 이번 작품은 공개와 동시에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반응이 좋다 보니 그를 찾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tvN 인기에능 ‘윤식당’ 시리즈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다 보니 예능 출연 제안도 잇따른단다. 다만 당분간은 연기자 박서준을 주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는 “제일 좋아하는 일(연기)에 더욱 매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서준을 연기로 내달리게 하는 원동력은 불안이다. 불안을 좀먹으면서도 이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성장한다. 박서준은 “매사 불안한 성격을 고치려 해도 천성이라 바꿀 수가 없더라”며 “이제는 이런 것 역시 나라고 인정하기로 했다”며 웃었다. 박서준은 “불안함에 등 떠밀려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더 잘 해낼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계속 불안할 걸 알아요. 어떤 일을 마주하면 ‘이를 어쩌지’라는 생각부터 들거든요. 그렇지만 지금처럼만 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이런 불안들이 모여서 저라는 인간을 만든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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