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횡령 '청정구역'…기업대출 공백 덕 '웃픈 현실'

시중銀 사고 '온상' 투자 금융
인뱅에서 비중은 5%도 안 돼
대면 규제 한계에 개인 영업만

인터넷전문은행 전경. ⓒ각 사

은행권 횡령사고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이후 관련 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통제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횡령의 타깃이 되는 대형 기업금융 사업이 없다는 핵심 배경이 이른바 웃픈 현실을 낳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7년 인터넷은행이 출범한 이후 올해 1분기까지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에서 발생한 횡령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횡령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은행권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전체 은행권 횡령액은 1509억8000만원으로 전 금융권(1816억590만원)에서 사고 금액이 가장 컸다.

횡령 규모별로 보면▲우리은행 733억3110만원 ▲BNK경남은행 562억5050만원 ▲하나은행 74억4180억원 ▲IBK기업은행 32억4890만원 ▲NH농협은행 31억240만원 ▲제주은행 22억840만원 ▲BNK부산은행 15억8840억원 ▲SC제일은행 13억9600억원 ▲신한은행 12억8490억원 순이다.

이들 은행의 횡령사고 상당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을 상대로 한 투자금융 부문에서 발생했다. 일반적인 예·적금 보다는 거래금액이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하면서 횡령 규모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562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난 경남은행 직원은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했다. 앞서 700억원대 횡령 혐의로 기소된 우리은행 직원은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8년 가량 근무하며 범행을 저질렀다.

반면 인터넷은행은 PF를 취급하지 않는데다, 개인사업자대출만 취급하는 등 기업금융 비중이 극히 작다보니 규모가 큰 사고 가능성에서 벗어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보유 대출 잔액 50조5491억원 중 기업대출은 2조3373억원으로 4.6%에 그친다. 나머지 95%는 가계대출(48조2118억원)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전체 대출액(326조3869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48.5%(158조3604억원)이 기업대출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비중이다.

인터넷은행은 대면 영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업금융에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법 2조에 따르면 업무는 주로 전자금융거래 방법으로만 가능한데, 규모가 크고 복잡한 금융 거래는 직접 만나 진행되는 만큼, 영업에 한계가 있다는 게 인터넷은행 측 주장이다.

인터넷은행에서도 필수 대면 업무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비대면 거래방식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는 지난 3월 금융위원회에대면 업무 일부 허용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아파트 중도금·잔금 대출 취급, 기업수신 계좌개설 등의 경우 인터넷은행이 방문 영업이 불가능해 해당 거래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소기업, 공업단지만 보더라도 그 주변 지점 은행들과 쌓은 신뢰나, 돈독한 유대관계와 금융거래를 한다"며 "인터넷은행은 얼굴도 볼수 없는 데다 해당 지점만 제공할 수 있는 우대 혜택 등이 부족하다보니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