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고 세우고" 낸드 적층 경쟁 불 붙는 메모리 업계
아파트처럼 여러 겹으로 단층 높이는 것이 기술의 한 척도
수요 둔화로 인한 감산 기조에도 AI 시장 앞둔 기술 경쟁 ↑
긴 불황으로 침체됐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하반기 반등 조짐과 함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업체들의 메모리 신기술 경쟁에 가속도가 붙으면서다. 그 중에서도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 낸드플래시 300단 이상의 샘플을 공개하면서 '낸드 적층 기술'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8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샌타클래라에서 개막한 '플래시 메모리 서밋(FMS) 2023'에서 세계 최초 300단 이상 낸드플래시 개발을 공식화했다. FMS은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의 최신 경향 및 기술을 엿볼 수 있는 업계 최대 규모 행사로, SK하이닉스는 이번 전시에서 업계 최고층 321단 1테라비트(Tb) TLC 4D 낸드플래시 샘플을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321단 낸드의 완성도를 높여 2025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메모리 업계에서 300단 이상의 낸드 개발 경과를 밝힌 것은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행사에서도 당시 최고층인 238단 낸드 4D 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제품은 지난 5월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이에 238단 개발 성공 1년 만에 321단을 선보인 셈이다.
낸드플래시는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여러 겹을 올려 단층을 높이는 것이 기술의 한 척도로 꼽힌다. 데이터 저장 공간인 셀을 수직으로 쌓아 처리 용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같은 면적에 층수 만큼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기에 생산 효율이 올라가는 측면이 있다. '얼마나 높게 쌓느냐'를 두고 업체들이 엎치락뒤치락 기록을 갈아치우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낸드를 위로 쌓아올리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단층 안에서 좁아진 셀 간에 간섭현상이 벌어지자 삼성전자는 3차원 수직구조 낸드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적층 경쟁이 이어져왔다. 이후 100단까지는 삼성전자가 초격차를 이어오다 2019년 무렵부터 SK하이닉스가 128단 시제품을 발표하며 추격하기 시작했다. 이후 마이크론이 176단을 달성하면서 적층 수 경쟁은 심화됐다.
낸드의 경우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다. 이에 주로 스마트폰이나 PC 같은 전자기기 및 서버에 탑재된다. 다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자기기 수요 둔화로 인해 감산에 초점이 맞춰지기도 했으나, 최근 AI(인공지능)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고사양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다시 업체들이 경쟁력 올리기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그간 주요 업체들의 낸드 적층 기술은 250단 이하에 주로 머물러 있었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단수는 밝힌 바 없지만 지난해 연말 양산을 시작한 1Tb 8세대 V낸드가 236단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양산을 시작한 마이크론의 경우 232단으로 알려졌다. 적층 기준으로만 본다면 현재로서는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서있는 상태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한 321단 1Tb TLC 낸드는 이전 세대인 238단 512Gb(기가비트) 대비 생산성이 59% 높아졌다. 이에 따라 AI 서버향 제품 판매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보 처리량이 많은 AI 서버 특성상 고용량·고성능 낸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수요에 맞춰 AI서버에 탑재되는 대용량 저장장치 eSSD(엔터프라이즈 SSD) 등도 함께 공개했다.
다만 이같은 적층수가 무조건 기술력과 직결되진 않는다는 업계 반론도 있다. 층수를 올리는 만큼 셀 영역의 높이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낮추거나 기존 제품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수 쌓기 경쟁은 치열하다. 적층 시대를 먼저 열었던 삼성전자의 경우 후발주자들에게 추월당했지만, 2030년까지 1000단 낸드 개발을 목표로 잡고 있다.
처음으로 300단 이상 낸드 개발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며 선공에 나선 SK하이닉스는 양산을 서둘러 고부가 낸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다. 업계에 따르면 낸드 플래시 탑 5개사는 현 기준으로 모두 200단 이상 층을 쌓아 올린 상태다. 양산을 기준으로 SK하이닉스 238단, 삼성전자 236단, 마이크론 232단, 키옥시아 218단, 웨스턴디지털 218단 순이다.
최정달 SK하이닉스 낸드개발담당 부사장은 "4D 낸드 5세대 321단 제품을 앞세워 당사의 낸드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라며 "AI 시대가 요구하는 고성능·고용량 낸드를 시장에 주도적으로 선보여 혁신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4%, 키옥시아 21.5%,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 15.3%, 미국 웨스틴디지털 15.2%, 마이크론 10.3%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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