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예상 밑돈 美CPI에 강보합…다우 0.15%↑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0일(현지시간) 공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을 밑돌면서 강보합 마감했다. 다만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할 일이 더 남았다는 연방준비제도(Fed) 당국자의 발언 등으로 오후 들어 상승폭은 축소됐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52.79포인트(0.15%) 오른 3만5176.15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12포인트(0.03%) 높은 4468.8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5.97포인트(0.12%) 상승한 1만3737.99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에서 통신, 임의소비재 관련주는 상승했고, 유틸리티, 산업, 부동산 관련주는 하락했다. 월트디즈니는 전날 장 마감후 실적 발표에서 디즈니플러스의 구독 요금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장 대비 5%가까이 상승했다. 전날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공개한 윈리조트 역시 2%이상 올랐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도 이날 호실적에 힘입어 4.6% 뛰었다. 코치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태피스트리가 지미추, 마이클코어스 브랜드를 보유한 카프리홀딩스를 약 85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카프리의 주가는 56%가까이 뛰었고 태피스트리는 16%가량 내려앉았다.
투자자들은 기업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오전 발표된 CPI,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등 경제지표와 전문가들의 발언, 이에 따른 통화정책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7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이는 월가의 전망치 3.3%를 소폭 밑도는 수치다. 2년여만에 최저치로 내려갔던 6월 상승폭(3.0%) 대비로는 다시 가팔라졌지만, 추세적으로는 완화 기조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7월 CPI는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해 예상치에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7% 상승해 직전 월(4.8%)을 하회했다. 전월 대비로는 0.2% 올랐다. 다음날에는 도매물가격인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공개될 예정이다.
CPI 발표 직후 이날 오전 시장에서는 디스인플레이션 지속에 따른 경기 연착륙과 금리 동결 기대감이 확산했다. 키 프라이빗 뱅크의 조지 마테요 최고투자책임자는 "오늘 CPI는 좋은 옛날을 연상시킨다"면서 "헤드라인,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2%씩 상승하면서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압박이 사라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안나 웡 이코노미스트 역시 근원 CPI에 주목하며 "물가안정목표 2%에 부합하는 속도다. Fed가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오전 공개된 실업지표 역시 2주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이러한 동결 전망을 뒷받침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7월30일~8월5일)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는 전주 대비 2만1000건 늘어난 24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해온 23만건을 웃돈다. 그간 Fed는 긴축 사이클이 종료되기 위해서는 추세 이하의 성장이 지속되고 노동시장 과열이 식어야 한다고 언급해왔다. 리차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의 마이클 콘토풀로스는 "이날 실업수당 청구가 급증했다는 사실도 강조할만하다"면서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노동시장이 계속 약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하고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시장에서도 9월 금리 동결 관측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이날 Fed가 차기 회의인 9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0%안팎 반영하고 있다. 전날 86%대에서 CPI 공개 이후 동결 전망이 더 강화됐다. 앞서 Fed가 공개한 6월 점도표 상으로는 연내 한차례 더 인상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투자자들은 올해 더 이상의 금리 인상이 없다는 시나리오에 베팅하고 있다. 올해 남은 FOMC는 9월, 11월, 12월 등 세차례다.
다만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경고도 잇따랐다. 여전히 근원 물가 상승폭이 Fed의 목표치를 훨씬 웃돌고 있는데다, 우려해온 서비스 물가 압박이 여전히 컸던 탓이다. 최근 유가 상승세 등을 고려할 때 Fed가 가까운 시일 안에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확산했다. 이러한 관측은 Fed 당국자, 월가 전문가들의 발언이 더해지면서 즉각 뉴욕증시 상승분을 축소시키는 효과로 이어졌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야후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예상대로 나왔고 이는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가 우리의 것이라고 말하는 데이터 지점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아직 할 일이 많다"면서 "Fed는 2% 물가안정목표 달성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레이드 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 부사장 역시 "오늘 CPI 보고서는 시장에는 희소식"이라면서도 여전히 Fed 내에서 추가 인상을 주장하는 매파(통화긴축 선호)와 동결을 지지하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사이에 분열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잭슨홀 포럼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어떤 시그널을 보낼지가 관건이다. 9월 FOMC까지 한달 이상의 시간이 남은 만큼 추가로 살펴봐야할 인플레이션, 고용지표들도 다수 남아있다. 커먼웰스 파이낸셜 네트워크의 샘 밀레트 전략가는 "이날 CPI는 9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뒷받침하지만, Fed는 최종 결정 전 지표들을 계속 모니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밴티지의 제이미 두타 시장분석가는 "9월 FOMC 회의 일주일 전에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나올 것이기 때문에 이번 보고서의 중요성은 약간 희석된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이 가라앉더라도 5%대 고금리를 한동안 유지해야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을 역임한 짐 오닐 채텀하우스 수석고문은 이날 CNBC에 출연해 "주요 선진국들은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오랜 기간 5%선의 (높은)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인플레이션을 영구적으로 안정시키고 싶다면 금리가 인플레이션과 일종의 양의 관계를 가져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10%,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금리는 4.84%선으로 상승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장 대비 0.1%이상 오른 102.6선을 나타내고 있다.
기업실적 발표는 막바지다.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까지 S&P500 상장기업의 90% 이상이 실적을 공개했고 이 가운데 약 5분의4가 월가 기대를 상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가는 예상을 밑돈 인플레이션 지표에도 불구하고 차익실현 매물이 몰리며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58달러(1.87%) 하락한 배럴당 82.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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