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2000개 동네 세탁소 문 닫았다…빨래 도맡은 세탁소 정체
경기도에 사는 30대 직장인 강모씨는 거의 매주 비대면 세탁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퇴근 후 집 앞에 세탁물을 놔두면 수거해서 깨끗이 세탁한 후 48시간 이내에 다시 집 앞으로 배송해주는 편리함 때문이다. 강씨는 “집 근처에 세탁소가 없기도 하고, 퇴근 후에 맡기려고 하면 문을 닫아 버리는데 비대면 세탁 서비스를 이용해보고 매우 만족했다”며 “배송비가 좀 부담이 되긴 하지만 꾸준히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3040 세대를 중심으로 비대면 세탁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세탁특공대’ ‘런드리고‘ 등 모바일 세탁 서비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올해 4월 기준 각각 9만여명, 3만여명으로 코로나 시기인 2020년 4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가 잦아지면서 늘어난 가사 부담을 덜고자 하는 수요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편리함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쉽게 발을 빼기 어려운 점도 작용했다.
반대로 오프라인 세탁소는 점점 줄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세탁소 개수는 2017년 약 2만 7000개 수준에서 2023년 약 2만 개 수준으로 급감했다. 매년 약 1000개 규모로 감소하다가 최근 들어 2000개씩 줄어들 만큼 감소폭도 커졌다. 하지만 비대면 세탁 서비스가 활성화하면서 국내 세탁 시장 규모는 커지는 추세다. 현재 5조 7000억 원이며, 5년 뒤에는 7조 2000억 원까지 확대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세탁특공대는 2015년 설립 후 현재까지 누적 회원 100만 명, 1200만 벌의 누적 세탁수를 기록했다. 자동화 분류 AI 시스템을 개발해 지난해 초부터 1일 3만 벌, 월 최대 90만 벌 세탁이 가능한 공정 효율화를 이뤄낸 게 주효한 성장 전략이다.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런드리고는 연평균 85% 이상 세탁 주문량이 증가해 4년만인 올해 누적 200만건을 돌파했고, 지난 4월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고객별 의류 자동 출고 시스템을 개발해 시간 당 3000장 이상의 세탈물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등 효율성을 높였다. 업계에선 2028년 비대면 세탁 서비스 비중이 전체 시장의 20~25%까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비대면 세탁 서비스가 활발해질수록 기존 세탁소들의 폐업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세탁소 폐업률(개점 대비 폐업 비중)은 2020년 286%에서 2022년 433%로 1.5배 늘었다. 이 기간 개점 업체는 518개→418개→342개로 매년 줄었는데 해마다 1400~1600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기존 세탁업 소상공인들과의 상생이 과제로 거론되면서 이 점을 강조하는 세탁ㆍ수선 중개 플랫폼도 등장했다. ‘매일새옷’은 집에서 가까운 세탁소를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중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같은 비대면 서비스지만 대형 세탁 공장이 아니라 인근 세탁소를 이용하기 때문에 분실이나 손상 걱정이 덜하다는 걸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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